엄마·아빠가 아닌 뮤지컬 배우로 '지금 이 순간' … 문학시어터 '뮤지컬 위드 미' 오디션
시민 대상 뮤지컬 교육·공연 프로그램
고교생부터 환갑넘은 은퇴자까지 다양
호흡·발성 교육 거쳐 6월 '갈라 콘서트'
현어진 극장장 "시행착오만큼 감동 확신"
"한때는~ 꿈~에~ 젖어들~기도~ 했죠~."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그래서 누구의 엄마로 불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만나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 싶은 평범한 중년의 여성. 그는 지난 23일 오후 8시 인천 미추홀구 문학경기장에 있는 공공 소공연장 '문학시어터' 무대에 서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유명 넘버 'Once Upon a dream'(한때는 꿈에)을 불렀다.
처음 맞는 눈부신 무대 조명에 심사위원들의 얼굴조차 보이지 않아 당황하고 떨렸지만, 한 번 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노래를 불렀다. 장애가 있는 자녀를 돌봐야 해서 포기하려 했는데, 중학생 큰딸이 동생을 맡아준다고 해서 용기를 내어 이 자리에 섰다고 한다.
문학시어터가 올해 처음 시도하는 시민 대상 뮤지컬 교육·공연 프로그램 '뮤지컬 위드 미'(MUSICAL with ME) 1기 참가자를 선발하기 위한 오디션이 이날 있었다.
1차 서류·동영상 심사를 통과한 20여 명은 앞서 소개한 중년의 여성을 비롯해 17세 고등학생부터 환갑이 넘은 은퇴자까지 다양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살아온 이들은 "뮤지컬을 좋아하고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조그마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두 아들의 아빠 김대중(49)씨는 어릴 적부터 노래를 잘한다는 얘기를 들어 음악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직장인 극단에서 뮤지컬 공연에 참여하며 못 이룬 꿈을 달래기도 해봤지만, 진짜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은 날로 커져만 갔다.
그는 오디션에서 처음 접한 뮤지컬 '빨래'의 넘버 '참 예뻐요'를 불렀고, 한 곡 더 불러 달라는 심사위원 주문에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열창했다.
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고 싶은 고등학생, 보고 듣기만 하던 뮤지컬을 체험하고 싶은 취업준비생 청년도 왔다. 오디션 심사위원을 맡은 뮤지컬 배우 김민주와 성악가 안갑성의 진심 어린 조언에 오디션 참가자들은 긴장을 풀었다. 안갑성 위원은 "다들 진정성이 느껴지고 실력이 좋다"며 "오디션부터 감동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위드 미' 1기로 선발된 이들은 오는 30일 호흡과 발성 등 기초 교육부터 시작해 6월 말까지 10차례에 걸쳐 안갑성 성악가와 김민주 배우가 지도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뮤지컬 배우로 성장하게 된다. 앙상블, 듀엣, 안무, 합창, 장면 만들기 등을 연습해 6월29일 '뮤지컬 갈라 콘서트' 무대의 주인공이 된다. 공공 사업이므로 참가비는 무료다.
오디션에 참가한 김상숙(67)씨는 "이번이 첫 도전이자 마지막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결코 마지막이 아니다"라고 응원했다.
문학시어터 현어진 극장장은 "시민을 대상으로 처음 여는 프로그램이라 시행착오도 겪을 것 같다"면서도 "이들이 꾸미는 무대는 감동으로 채워질 것임을 오디션을 보며 확신했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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