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나서달라"…옐런 전화에 美은행 움직였다
퍼스트리퍼블릭 39조 지원
16일(현지시간) 미국 대형 은행 11곳이 중소형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에 300억달러(약 39조원)를 투입한 데는 미국 금융계 거물 두 명의 막후 작업이 있었다. 바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다.
지난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시그니처은행마저 파산하자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불안감이 고조됐다. 지난 주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월가의 황제' JP모건이 FRC에 최대 700억달러(약 91조원)의 긴급 대출을 제공한다는 소식에도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FRC에 예치금을 지원하는 계획은 지난 14일 옐런 장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통화에서 시작됐다. 옐런 장관은 민간 부문이 FRC를 지원하면 은행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줄 수 있다고 봤다. 2008년 금융위기에 여러 차례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다이먼 CEO가 힘을 더했다.
이미 한 차례 FRC를 지원한 다이먼 CEO는 추가 지원에 반대하는 자사 임원들과 격론을 벌였다. 동시에 옐런 장관과 함께 다른 은행 CEO들을 설득했다. 15일까지 지원금 240억달러가 모였다. 16일 증시 개장 직후 FRC 주가가 36% 폭락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지원을 망설이던 다른 은행들이 가세하면서 예치금은 총 300억달러로 불어났다. 옐런 장관과 다이먼 CEO는 워싱턴DC에서 직접 만나 세부 사항을 조율해 성명을 발표했다. 민간 자금 투입 아이디어가 나온 지 48시간 만이었다.
대형 은행들이 '어벤저스 팀'을 꾸려 'FRC 구하기'에 나섰다는 소식에 시장은 안도했다. FRC 주가는 16일 10% 가까이 올랐고 위기설이 돌던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WAL) 역시 이날 14% 반등했다. CNBC는 "미국에서 유럽으로 확산됐던 은행 위기가 (다시) 억제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과 유럽의 금융기관과 중앙은행이 엄청난 조치를 퍼부으면서 소비자와 투자자가 안심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로 FRC 고객들이 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하더라도 뱅크런으로 인한 은행 파산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졌다. FRC는 총자산이 2126억달러로 앞서 파산한 SVB(2090억달러)보다 많아 파산 시 SVB 이상으로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조치를 '방화벽'에 빗댔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는 은행 시스템의 가장 약한 고리를 강화해 그들에게 불이 붙지 않도록 예방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옐런 장관은 16일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감을 강화할 수 있는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면서 "중요한 것은 한 푼의 세금도 이 같은 조치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업의 참여를 사실상 압박한 것이 아니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신(新)관치'라는 지적이다. 크리스 코토우스키 오펜하이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이번 구제 계획은 규제 당국이 기여 은행에 교활하게 신임 투표를 실시한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미국 정부가 총 7000억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투입해 불을 껐다.
이번 조치로 시장이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불안은 곳곳에 잠복해 있다. SVB의 모기업인 SVB파이낸셜은 17일 결국 당국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VB파이낸셜은 이날 뉴욕 남부연방지법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SVB는 법원에 제출한 신청서에 각각 100억달러(약 13조1000억원)에 달하는 자산과 부채를 기재했다. SVB증권과 SVB캐피털은 파산 신청에서 제외됐다.
뱅크런이 발생할까 겁에 질린 중소형 은행들이 앞다퉈 연준에 대출을 요청하면서 연준 대출금은 역대 최대치로 치솟았다. 지난 9~15일 일주일간 미국 은행들이 연준 재할인창구를 통해 대출한 금액은 1528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직전 주(약 45억8800만달러)보다 30배 이상 늘어난 것이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 1110억달러를 넘는 역대 최대치다.
[이유진 기자 /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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