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영월·100% 검은하늘 태백 있는 강원도를 가는 이유 [여책저책]
배우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말했죠. 바라보는 것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여행을 떠나 자연을 마주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볕이 좋고 바람이 선선한 때의 자연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분명 같은 곳인데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강풍이 불면 달라지겠죠.

여책저책은 빠르게 소비하는 여행이 아닌 멈추고 깊이 바라보는 자세를 살펴봅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 역시 새로운 정보가 아니라 자신만의 기준과 시선이라는 것도 전합니다.
이영재 | 모요사

저자는 KBS 강릉방송국 아나운서로 강릉에 터를 잡아 살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토포필리아적 인간’이자 ‘공간 반골’이라 부른다. 토포필리아(Topophilia)는 그리스어로 장소에 대한 애정을 말한다. 때문에 화려하게 도약하는 대도시나 번성하는 공간 보다는 인구가 줄고 쇠락해 가는 구도심을 선호한다.
또 사람의 온기가 깊게 배어 있는 장소에서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책은 단순한 여행 가이드북이 아닌 저자의 철학이 담긴 인문 에세이에 가깝다.

예를 들어 동해 논골담길의 가파른 경사는 그저 전망 좋은 언덕이 아니라 비탈을 따라 삶을 밀어 올려야 했던 사람들의 생활사라고 적었다. 정선 아우라지의 물길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삶에서 무엇을 남겨둘 것인가를 성찰하게 하는 장소라 되짚었다.
아픔과 역사가 새겨진 장소도 빼놓지 않았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관심이 뜨거운 영월의 장릉과 엄흥도의 묘를 따라 이어지는 서사를 책 속에 실었다. 단종의 비극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도리를 다했던 충신의 의지를 전했다.

또 저자는 강릉단오제에 대해 외지인에게는 며칠간의 축제로 비치지만 지역민에게는 계절의 리듬과 시장의 활기, 사람들의 체취가 살아나는 생활 그 자체라고 역설한다. 안목해변의 보잘것없는 자판기에서 출발해 전국적인 커피 생태계로 성장한 강릉의 커피 이야기는 시간이 빚어낸 독특한 서사를 증명한다.
이 밖에도 옥계나 한계령, 내린천의 휴게소, 예밀리의 그윽한 와인 향 등 한때 경유지에 불과했던 공간들이 새로운 목적지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았다.

책은 우리가 빠르게 지나쳐 왔던 강원을 잠시 멈추고 다시 읽게 만든다. 다이어리를 펼쳐 강원으로 향하는 날을 찾게 만드는 이 책은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벅찬 감동과 위로를 얻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든든한 동행이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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