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측, 송영숙·박재현 '배임' 고발…"이사회 승인 없이 재단에 120억 기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사진 제공=한미약품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배임 혐의로 고발됐다. 송 회장과 박 대표가 한미약품 이사회의 결의 없이 가현문화재단에 3년간 120억원에 육박하는 기부금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는 법무법인 대륙아주를 통해 지난 13일 송 회장과 박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코리그룹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곳이다.

한 대표는 고발장에서 송 회장이 박 대표와 공모해 이사회 승인 없이 가현문화재단에 2022년부터 올해까지 총 119억원을 기부해 한미약품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2002년 4월경 가현문화재단을 설립한 뒤 2020년 2월까지 이사장을 지냈다. 2020년 8월 임성기 선대회장 별세 이후 한미약품그룹 회장에 올랐지만 현재도 가현문화재단 산하 한미사진미술관 관장을 맡고 있다. 재단이사장에서는 내려왔지만 실질적으로 운영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현문화재단은 한미사진미술관을 개관하며 서울 삼청·방이, 김포에서 뮤지엄한미를 운영하고 있다. 한 대표는 미술관 설립 과정에서 무리한 대출금 차입으로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봤다. 특히 대출이자를 줄이기 위해 기본재산 300억원 매각에 대한 승인을 받았으나 승인 1년을 넘겨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표는 고발장에서 "송 회장은 임 선대회장 별세 이후 회사 정관에 규정돼 있지도 않은 한미약품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며 "회장 취임 이후 박 대표를 한미약품 대표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또 "이사회를 따로 소집해 기부 승인 결의를 한 사실이 없다"며 "기부행위 승인에 관한 이사회 의사록이 작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회장과 박 대표의 상호 공모 및 지시에 따라 이사회 결의 없이 가현문화재단에 대한 기부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르면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와 관련된 회사의 업무 집행은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야 한다. 이사회 규정 등에 이사회 결의 사항으로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반드시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므로 대표이사 홀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한 대표는 "가현문화재단은 방만한 운영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한미약품으로부터 무리하게 기부금을 받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약품으로부터 수령한 기부금 119억원 외에도 정기적으로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현문화재단이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특정인의 사익 추구를 위해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현문화재단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5.02%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측은 "임시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행사 지위를 가진 재단을 고발부터 하는 행태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임 이사도 한미사이언스 대표로 재직하던 10여년 동안 이사회 의결 없이 100억원 이상을 가현문화재단에 기부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송 회장은 아들의 비정함을 이겨내고 임 선대회장이 일궈온 한미약품그룹을 지켜내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가현문화재단은 독립적 이사회를 통해 운영되는 공익재단으로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모든 중요한 업무 처리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진행된다"며 "독립성이 핵심인 공익재단을 위협하는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형제(임종윤·임종훈)는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유한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