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가 올해 매출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뒀다. 패션 업계가 불황인 가운데 뉴발란스가 이랜드월드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내년 라이선스 계약 만료가 다가오고 있어 마냥 웃지만은 못하는 상황이다. 뉴발란스 미국 본사와의 재계약이 불발될 경우 실적 타격이 불가피한 이랜드월드는 내년의 라이선스 계약 연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10일 이랜드월드에 따르면 지난해 9000억원을 기록한 뉴발란스 매출이 올해도 상승세를 거듭해 1조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단일 브랜드가 매출 1조원을 낸 것은 나이키, 노스페이스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 2008년 뉴발란스의 국내 독점사업권을 처음 확보한 이랜드월드는 첫해 25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010년 1620억원, 2020년 5000억원을 돌파하며 뉴발란스를 '메가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뉴발란스는 이랜드월드의 실적을 견인하는 효자 브랜드로 지난해 기준 패션 부문 매출(3조2450억원)의 28%를 차지했다. 앞서 이랜드월드는 2020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1051억원으로 적자전환했지만 이듬해 뉴발란스를 포함한 패션사업부의 활약으로 전년 대비 7.74% 증가한 매출 2조9276원을 달성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뉴발란스의 약진으로 이랜드월드의 영업이익은 △2021년 1119억원 △2022년 1256억원 △2023년 2884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잘나가는 뉴발란스지만 이랜드월드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뉴발란스 본사와의 라이선스 계약이 내년에 종료되기 때문이다. 처음에 뉴발란스와 12년 독점계약에 성공한 이랜드월드는 첫 계약이 만료된 2020년 뉴발란스 본사가 돌연 한국 직진출을 선언하자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계약을 5년 연장하며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다. 뉴발란스 본사로서는 글로벌 최대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 시장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랜드월드가 다가오는 두 번째 라이선스 계약 연장에 대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이랜드는 앞서 푸마와의 라이선스 문제로 실적에 큰 타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랜드는 1994년부터 약 13년간 푸마 라이선스를 확보해 2007년 매출을 1800억원까지 끌어올리며 한국 시장에 안착시켰지만, 2008년 푸마 본사가 재계약을 거부하고 직진출하면서 큰 손실을 봤다. 2007년 이랜드월드 캐주얼웨어 부문의 매출은 1110억원이었지만 푸마가 빠져나간 2008년 34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뉴발란스도 직진출할 경우 전체 매출의 약 30%가 사라지게 된다.

뉴발란스 본사가 최근 한국 시장에 직진출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도 이랜드월드에 위기감을 더한다. 뉴발란스 본사는 최근 물류입찰제안서에 '자회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문구를 넣어 이랜드월드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사업 스타일도 직진출 전환이 대세다. 나이키를 비롯해 아디다스, 아식스, 스케처스, 언더아머, 푸마, 컨버스 등 주요 스포츠 브랜드 모두 라이선스 사업 이후 직진출로 전환해 국내 사업을 벌여왔으며 최근에는 톰브라운, 셀린느, 바이레도 등 해외 럭셔리 브랜드도 사업 방식을 직진출로 변경하고 있다.

간절한 이랜드는 뉴발란스 라이선스 재계약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재계약 때도 이랜드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뉴발란스를 사수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올 9월 정기인사에서 한국패션부문 대표에 뉴발란스 성공의 주역인 조동주 상무를 선임한 것도 재계약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대표는 2017년 뉴발란스브랜드장을 시작으로 이랜드월드 내 패션 브랜드 관련 주요 보직을 두루 맡으며 뉴발란스를 키워낸 주인공이다. 뉴발란스 전문가인 신임 대표 체제에서 1조원 브랜드를 달성해 '이랜드월드의 뉴발란스'가 가진 경쟁력을 본사에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랜드 관계자는 "라이선스 재계약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올해 뉴발란스 매출 1조원을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막판 스퍼트를 올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