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없는 10만원대 이하 올리브영 향수 5
안녕하세요. 향수 책 <아이 러브 퍼퓸>를 쓴 향수 읽어주는 여자, 조향사 오하니입니다. 내가 ‘나’인 것은 내가 가진 나의 ‘기억’과 ‘감정’ 때문입니다. 저는 기억과 감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향수를 창작하고, 글로써 이야기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새해, 새 기분, 새 마음으로 인생 향수를 찾고자 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러나 안타까운 이야기를 해야겠어요. 아르마니, 톰 포드, 샤넬, 구찌 같은 글로벌 디자인 하우스의 향수는 물론 딥티크, 아쿠아 디 파르마, 르 라보와 같은 니치 향수도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이에요. 톰 포드 뷰티의 대표적인 향수 로즈 프릭 100ml은 이제 80만 원에 육박하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백화점 향수 매장에서 만나는 20만 원대 향수가 반갑고 고마울 지경입니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요즘, 올리브영에서 10만 원 이하로 만날 수 있는 ‘올영 향수 5종’을 추천합니다. 가격대는 할인 전 소매 가격 기준으로 작성했어요. 그러나 우리는 현명하게 각종 할인을 활용할 수 있는 호모 사피엔스죠.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은혜로운 향수들 지금 만나보세요.
3만 원대
엘리자베스 아덴 그린티(EDT, 100ml)
- #생기발랄긍정그린티
- 시트러스, 티(tea) 향수, 남녀공용향수
- 연상되는 컬러: 투명한 그린
너무 흔한 향수를 추천한다고요?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1999년 출시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이 향수가 천재 조향사로 일컬어지는 프란시스 커정이 조향한 향수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처럼 명작 같은 향수랍니다. 시원 상큼하게 등장하는 레몬, 그린티가 활기찬 기분을 만들어줍니다. 샤워를 마치고 시원하게 레몬과 그린티가 들어간 디톡스 드링크를 마시는 듯이 온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죠. 워낙 유명하고 익숙한 향이다 보니 다양한 바디 제품들, 5성급 호텔 로비에서도 만났던 기억이 있을 거예요. 그래서 엘리자베스 아덴 그린티 향수를 만나면 깨끗한 기분, 호텔의 여유로운 기분을 자연스럽게 만난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향수는 친근한 스타일, 편안한 인상, 깨끗한 느낌을 완성시켜 줘요. 이 향수를 입으면 찡그린 미간이, 구겨진 흰색 셔츠가 시원하게 펴지는 느낌이랄까요. 구김살 없는 밝은 깨끗함. 흰색 폴로 티셔츠에 청바지만으로도 찬란하게 빛나는 스무 살 청춘 같은 향수. 새벽 6시,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기에, 그렇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기대하게 한다는 빨간머리 앤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함께 하루를 상큼하게 시작하는, 시작이 주는 기쁜 설렘을 주는 향수랍니다.
- 톱 노트: 레몬
- 하트 노트: 그린 티
- 베이스 노트: 오크모스
7만 원대
썽봉 베르가모트 & 로즈 소바주 (오드코롱, 50ml)
- 플로럴 향수, 로즈 향수, 여성 향수, 장미꽃을 든 남자가 되고 싶은 남성이라면
- 연상되는 컬러: 마젠타 핑크
- #인간장미디저트가되고싶다면
썽봉은 2017년 론칭한 프랑스 비건 향수 브랜드예요. 시트러스한 베르가못, 레몬, 버베나로 시작하는 톱노트의 상큼함과 함께 바닐라의 달달함에 둘러쌓인 장미가 화사하고 달콤하게 피어납니다. 기존의 장미 향수를 느끼한 음식을 잔뜩 먹어 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하게 느끼던 분이라면, 썽봉 베르가모트 & 로즈 소바주는 정갈한 한상차림 먹고 달콤한 디저트 사탕 먹는 산뜻함을 선사해요. 점심 먹고 장미꽃 바라보며 디저트는 먹고 싶지만 다이어트 때문에 참아야 할 때 분사해 주면 먹지 않았는데도 먹은 듯한 느낌적 느낌을 준답니다. 옛날 엄마 화장품에서 나던 장미 향 말고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광대 승천 미소 짓게 만들어주는 귀여운 장미를 원하시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밤의 장미보다는 따스한 봄날 오후 2시의 햇살을 맞으며 아무 근심없이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하며,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장미 맛 막대사탕을 먹게 해주는 향수랍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속상한 날, 내 기분을 달콤뽀짝하게 바꿔줄 거라 믿어요. 아침에 출근할 때도 좋고 잠들기 전 기분 좋은 꿈을 꾸게 만들어주는 ‘잠뿌’ 향수로도 좋아요.
- 톱 노트: 베르가못, 버베나, 레몬
- 하트 노트: 로즈, 제라늄, 체리 블러썸
- 베이스 노트: 바닐라
8만 원대
버버리 브릿쉬어(EDT, 50ml)
- #살랑쉬폰핑크작약
- 플로럴 계열, 여성 향수로 여겨지지만 꽃을 즐겨 입는 남성도 입기 좋아요
- 연상되는 컬러: 피오니(작약) 핑크
1856년에 시작되어 17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버버리. 1981년에 향수를 처음 출시했고 많은 사람들의 생애 첫 향수, 첫사랑 향수로 기억하는 향수가 많은 브랜드죠. 버버리 브릿쉬어는 무겁지 않고 산뜻하면서도 발랄하게 등장하는 시트러스 톱노트, 피오니의 부드럽고 달달한 꽃향이 잔잔한 화이트 머스크로 마무리됩니다. 평소 회사 출근할 때 경직되고 딱딱한 블랙, 그레이, 베이지 정장을 입더라도 이 향수와 함께라면 마음만은 샤랄라 실크 연핑크 드레스, 발레리나 쉬폰 롱스커트 입고 사뿐사뿐한 발걸음으로 꽃이 가득 핀 보태니컬 가든을 걷게 만들어준답니다. 조말론 피오니 앤 스웨이드가 초코파이만큼 크고 두껍게 내려앉는다면, 버버리 브릿쉬어는 죠리퐁처럼 작고 가볍게 날아오릅니다. 피오니 솜사탕이 있다면 이런 향일 듯해요. 파우더리하기보다는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햇살 조각처럼 즐기기 좋은 피오니 향을 만날 수 있어요. 봄에 어울리는 플로럴 향수를 찾는 분들에게, 따스한 봄날 살랑살랑 편안하고 잔잔하게 즐기기 좋은 피오니 향수, 버버리 브릿쉬어 추천드려요.
- 톱 노트: 만다린, 유자
- 하트 노트: 피오니(작약), 피치 블라썸, 페어(배)
- 베이스 노트: 화이트 머스크
랄프 로렌 폴로 어스(EDT, 40ml)
- #꽃집들어갈때그린향
- 그린 계열, 남녀공용
- 연상되는 컬러: 라이트 그린
올드머니룩, 프레피룩으로 피케 셔츠가 다시 부흥할 거라는 전망 때문인지 다시 보이는 랄프 로렌. 패션 디자이너 랄프 로렌이 1967년 론칭한 이 패션 하우스는 1978년 향수를 시작했던 만큼 오랜 시간 동안 패션과 향수 모두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는 브랜드죠. 이른 아침, 출근하려고 문을 열었을 때, 회색의 시멘트 건물로 가득 찬 도시가 촉촉한 이슬 머금은 푸른 풀과 나뭇잎 가득한 숲으로 바꾸어주는 그린 향수. 나무들의 키가 너무 커서 햇살이 잘 들어오지 않는 깊고 짙은 고동색 숲속보다는 꽃집에 들어갔을 때의 그 밝고 화사한 꽃에 달린 잎사귀 풀잎 향, 정원사의 손길로 잘 관리된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정원에 들어선 듯한 그린 향수예요. 베르가못, 만다린, 페티 그레인의 시트러스한 톱노트와 함께 부드럽고 은은하게 등장하는 플로럴한 노트들은 산들바람을 타고 보드랍게 나의 뺨을 만져주는 듯 해요. 다양한 향의 노트들이 있지만 어느 하나가 톡 쏘거나 튀어 오르지 않아요. 보슬비 내리는 날에는 한층 더 싱그러운 정원, 수풀의 느낌을 만나게 해줄 거랍니다. 매일 입어도 좋은 폴로 피케셔츠처럼 매일 입기 좋은, 성별 상관없이 무난하게 입기 좋은 출근 향수로도 좋아요. 향수 처음 써보는 사람에게 선물하기도 좋아요.
- 톱 노트: 베르가못, 그린 만다린, 네롤리 에센스, 페티 그레인 에센스, 민트 피페리타 에센스, 시트론 에센스
- 하트 노트: 오렌지 플라워 앱솔루트, 디바 라벤더, 터키쉬 로즈 앱솔루트, 세이지, 일랑 엑스트라 에센스, 제라늄 버번
- 베이스 노트: 머스크, 시더우드, 하이티 베티버
9만 원대
겐조 옴므 드 마린 (EDT, 60ml)
- #가슴풀어헤친구리빛피부를가진해변의근육남
- 마린 계열이라 말하지만 전통적인 마린 계열은 아니랍니다. 남성 향수, 새롭고 독특한 향수를 원하는 남녀 누구나.
- 연상되는 컬러: 코발트 블루
LVMH가 소유하고 있는 겐조는 1988년에 처음 향수를 선보일 정도로 오래 전부터 향수에 진심이었답니다. 풍성한, 파우더리한 장미 향수로 유명한 겐조 플라워 바이 겐조는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죠. 2023년 출시된 겐조 옴므 드 마린은 아마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대나무 형태의 향수 보틀만큼이나 향도 독특하고 인상적이예요. 이름에 ‘마린’이 붙었지만 전형적인,그 특유의 쾌남, 남자 마린 향수가 아니라 꼭 시향해보시길 권해드려요. 저희 북클럽 회원분들에게 블라인드 시향했을 때 열렬한 찬사를 받았는 향수예요. 한 여름 뜨거운 햇살 아래 해변가, 매끄러운 구릿빛 피부의 근육 몸매의 남성, 그 남성이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나올 때 피부에 남아있는 소금기가 햇빛에 반짝거리며 등장하는 향기. 가슴을 세련되고 시원하게 활짝 풀어헤쳐 보여주는 매혹적인 남성을 떠올리게 되는 향수예요. 바닷물이 코코넛처럼 느껴지기도 하면서 일랑일랑의 노트를 만나게 되는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인 향수예요.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출근하더라도 이 향수 하나면 앞의 그 남성으로 변신시켜줍니다. 너무 추운 날, 강렬한 태양 아래의 해변가를 걷고 싶을 때, 연차 쓰기 눈치보일 때 휴가지를 상상하면서 분사하면 그 순간 바로 뜨거운 여름 휴가지로 순간이동하게 해준답니다.
- 톱 노트: 마린
- 하트 노트: 일랑일랑
- 베이스 노트: 머스크, 샌달우드
향수 활용 꿀팁
TIP 01. 오 드 투왈렛이라 약한 지속력 길게 하고 싶다면, 무향의 디오디너리 내추럴 모이스처라이징 팩터스 + 베타 글루칸(100ml, 1만 원대)이나 뉴트로지나 인텐스 리페어 시카 에멀전 무향(310ml, 2만 원대)과 같은 로션, 크림을 바른 후 향수를 분사해 준다면 향수를 조금 더 오래 만나실 수 있어요.
TIP 02. 향수 레이어링. 다른 사람들과 향수가 겹치고 싶지 않다면 아로마티카의 에센셜오일 (10ml, 1만 원대)에서 그 날 그 날 기분에 따라 그레이프프루트, 라벤더, 유칼립투스 등을 향수 레이어링하듯이 함께 입어도 좋답니다. 향수 레이어링에 대해서도 다음에 풀어나가도록 할게요.
10만 원대 미만에서도 다채로운 향수를 만나실 수 있으니 많이 시향해보세요. 그렇게 삶과 일상에 향기를 채우길 바랍니다. 오늘도 향기로운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