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를 잡지 않은 것은 LG의 실수였다

[민상현의 라인드라이브] LG를 떠나도 김현수는 김현수였다... kt 선두 질주의 중심에 선 베테랑


사진 출처: KT 위즈(이하 동일)

- 개인 기록은 과정일 뿐... 네 번째 우승 반지를 향한 '리빙 레전드'의 질주

- 화려함 대신 꾸준함으로 쌓은 야구 인생... KBO 역사를 다시 쓰는 안타 제조기

- 나이는 숫자일 뿐... 해결사 본능으로 kt 우승 경쟁 이끄는 김현수


김현수는 왜 늙지 않을까... 기록보다 무서운 '우승 본능'

"나이는 속일 수 없다."

프로야구 판에서 가장 흔하게 들리는 말이다. 베테랑이 조금만 주춤해도 어김없이 따라붙는 평가다. 하지만 김현수(38·kt 위즈) 앞에서는 이 공식이 번번이 빗나간다.

지난겨울 LG를 떠나 kt 유니폼을 입었을 때도 비슷했다. 3년 총액 50억 원 계약을 두고 적지 않은 시선이 고개를 갸웃했다. '과연 아직도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질문은 하나였다.

김현수는 말보다 방망이로 답했다.

8월 2일 현재 9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1, 109안타, 8홈런, 65타점, OPS 0.748. 숫자만 보면 전성기와 비교해 화려하진 않다. 타격왕을 다투거나 최다안타 경쟁을 벌이던 시절은 아니다.

하지만 야구는 기록지 한 줄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득점권 타율은 0.321이다. 승부처에서 필요한 안타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

볼카운트에 따라 스윙을 줄일 줄 알고, 실투 하나는 놓치지 않는다. 경험이 기술을 이긴다는 말을 가장 잘 보여주는 타자다.

2일 한화전이 그랬다.
3-0으로 앞선 6회 2사 1, 2루. 조동욱의 슬라이더가 한가운데로 몰리자 김현수의 배트가 돌아갔다. 타구는 중앙 담장을 넘어갔고 승부는 사실상 끝났다. kt는 12-1 대승으로 6연승을 이어갔고, 단독 선두 자리도 굳게 지켰다.
그 홈런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
개인 통산 4000루타.
이승엽, 최형우, 최정에 이어 KBO리그 역대 네 번째다.

흥미로운 점은 방법이다.

앞선 세 선수는 홈런으로 루타를 쌓아 올린 대표적인 거포들이다. 반면 김현수는 달랐다. 매년 빠짐없이 안타를 치고, 2루타를 만들고, 출루를 반복했다. 통산 494개의 2루타와 2600개가 넘는 안타가 만든 4000루타다.

김현수다운 기록이다.

지난달에는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
KBO리그 최초의 17시즌 연속 100안타.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2016~2017년을 제외하면 2008년부터 올해까지 단 한 번도 세 자릿수 안타를 놓치지 않았다.

한 시즌 폭발하는 선수는 많다.

하지만 17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는 선수는 없다. 그래서 이 기록은 재능보다 성실함이 만든 결과에 가깝다.

이제 시선은 더 먼 곳을 향한다.

현재 통산 안타는 2641개. 지금의 페이스라면 KBO 최초의 3000안타도 결코 꿈이 아니다.

물론 kt가 김현수를 영입한 이유는 기록이 아니었다.

우승이었다.

김현수는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두산에서 한 번, LG에서 두 번 정상에 섰고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

이런 선수는 숫자로 평가하기 어렵다.
후배들에게는 경기 막판 집중력을 잃지 말라고 말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습관을 강조한다. 긴 시즌을 치르는 법, 큰 경기에서 버티는 법을 몸으로 보여준다.

그 경험은 지금 kt에 꼭 필요한 자산이다.

최원준이 출루하고 안현민이 찬스를 만들면 김현수가 연결한다. 뒤에는 29홈런의 힐리어드가 기다린다.

화려한 개인 성적보다 타선 전체의 흐름을 살리는 역할이 김현수에게 더 중요해졌다.

kt는 최근 10경기에서 8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선두로 올라섰다.

물론 남은 일정은 쉽지 않다. 9월 아시안게임 기간에는 소형준과 오원석, 박영현 등 핵심 투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된다. 그전까지 최대한 승차를 벌려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지금 김현수의 방망이가 더욱 중요하다.

그는 이미 보여줄 것을 모두 보여준 선수다. 타격왕도, 골든글러브도, 우승도, 한국시리즈 MVP도 경험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누구보다 먼저 그라운드에 나오고, 누구보다 꾸준히 안타를 생산한다.

김현수의 야구는 더 이상 '얼마나 잘 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오래 팀을 이기게 만드느냐'의 야구다.

17년 연속 100안타도, 4000루타도 결국 지나가는 이정표일 뿐이다.

김현수가 진짜 원하는 숫자는 하나다.
우승 횟수.

kt가 정상에 오른다면 그는 이적 첫 시즌, 개인 통산 네 번째 우승 반지를 손에 넣는다.

그리고 그 순간 사람들은 또 한 번 깨닫게 될 것이다.

김현수는 기록을 쫓는 선수가 아니라, 우승을 데려오는 선수라는 사실을.

글/구성: 민상현 기자, 김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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