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저는 섬유업계 해외 영업 파트에서 약 10년 넘게 근무해오다가, COVID-19 초창기에 그동안 관심이 많았던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전직하여, 매일을 저렇게 예쁜 것만 보고 예쁜 사진만 올리는ㅋㅋㅋ 여자 사람입니다😙
좋은 시기에 좋은 기업을 만나, 새 직업과 새 인생을 갖게 되고, 꿈꿔왔던 연봉도 이루고, 이렇게 내 집 장만도 하게 되었죠. 비록 아파트도 새집도 아니지만, 대신 회사에서 가깝고, 재개발 기대감을 품고 있는 지역에 '16년 된 똥색 빌라'를 매입하게 되었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아마 작년 9월쯤이었던 것 같아요. 문득 내 집을 사야겠다 결심했죠(아마 코로나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어요). 청약통장도, 무주택순위도, 높은 집값도 정말 아무것도 제 귀엔 들리지 않았어요. 그냥 지금 사야겠다고 생각했죠. 예산과 지역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집을 찾는 것을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5개 정도의 집을 보았고, 그중에서 제일 쌌고, 제일 구렸고, 제일 오래된 빌라를 매매하였습니다^^ ( 괜찮아요. 고치면 되니까요? 그동안 오늘의집에서 스크랩만 1000장 넘게 했으니까요? ㅎ )
도면

인테리어 계획

이렇게 1월 한 달 동안 스케줄을 짜서 인테리어 계획을 세웠어요.

이전 전셋집에서 나오면서 대부분의 가전/가구를 새로운 세입자에게 처분하고 나왔어요. 엘리베이터 없는 4층 빌라에서 가전/가구를 이동하여, 다시 엘리베이터 없는 4층으로 이사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게다가 인테리어 공사로 한 달가량을 보관이사까지 해야 하는데, 그 많은 짐들이 정말 '짐'이 되더라고요 이사 가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 최소한으로만 살아보자 다짐도 해보고요 한 50장이 넘는 계획과 레퍼런스가 있지만,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일정표, 전기배선 일부의 계획만 첨부하여 봅니다.
네, 저는 '엄격한 관리자' ESTJ로 엄청난 계획형+ 약간 결벽증이 있는 사람ㅋㅋㅋ 제 머릿속에 이미 가전/가구들이 다 배치되었고, 그 자리에 콘센트가 절대적으로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게 전셋집 살면서 제일 스트레스 받았던 부분입니다. ㅠㅠ 늘어진 멀티탭이 절 너무 힘들게 했어요
현관 Before

2006년도에 지어진 16년 된 일명 체리 색, '똥색 빌라' 입니다. 등박스/코너기둥/아트월/등박스 장식에다가 방마다 다른 벽지, 매난국죽의 유리 창호까지, 아주 총체적 난국인 이 집도 너무 소중하게 매매하게 되었습니다❣ 자 그럼 이 똥색을 모두 걷어내고, 무채색으로 변한 우리 집 집들이를 소개해요🌿

이 집에 발코니가 없었어요. 분리수거를 모을 공간이 없었죠. ( 약간 결벽증의 사람이라ㅋㅋ 분리수거 + 쓰레기통 위치 또한 굉장히 중요했어요. ㅠㅠ )
이전 집에서 잘 쓰고 있던, 분리수거함을 가져와서 현관에 배치하기로 계획했어요. 원래는 이케아 트로네스 신발장인데, 깊이가 슬림해서 좁은 공간의 분리수거함으로 잘 썼었거든요. 위에... 계획서 보이시죠?ㅋㅋㅋ 타일 + 졸리컷마감해서... 트로네스를 기가 막히게 집어넣었습니다...ㅎ
( 타일 시공 반장님께는 감히 분리수거 자리라고 말할 수가 없었어요. 명품 도자기 넣을 거라고 말함. 크크크 )
현관

짜잔~ 고급스럽게 변신한 현관이에요. ㅎㅎ 아까 말한 비밀의 분리수거함도 오른쪽에 보이죠? ㅎㅎ

이렇게 ㅋㅋㅋ 쏘옥 분리수거할 수 있어서 간편하고 예뻐요 ( + 깔끔 추가 )

중문은 아치형 + 모루유리로 제작했어요!

거실에서 본 중문이에요! 적당히 실루엣만 보이는 정도라 딱 좋은 것 같아요.
거실 Before

3베이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현관 들어오자마자 경계 없는 거실구조였어요.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기존신발장은 정말 너무 협소해서 바로 철거해버렸어요 ( 잡지꽂이처럼? 신발을 세워야 하는 그런 이상한 신발장요 )

거실 After

짠! 소파 사이즈를 제외한 자리에 가벽을 세워 신발장 위치를 반대로 옮기고 중문을 설치했습니다. 소파는 이사 오기 전부터 사고 싶었던 '무니토 타임리스 모듈 소파'에요. 3가지 모듈 구성으로, 이렇게 저렇게 구조 바꿔가며 배치할 수 있는 게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우리집에서 특히 이 소파가 적당했던 게, 중문을 만드니까 티비랑 마주 보게 소파를 배치하기가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소파를 7자로 배치하고 맞은편에 티비를 두었죠.

세로로 길게 누워서 티비를 보기에 딱 좋아요. 모듈 소파라 배치가 간편해서 지금도 붙였다 때었다 밀었다 뺐다 하면서 재밌게 사용하고 있고 너무나도 만족해요. 그리고 한국인은 소파보다 바닥에 앉아있는 게 국룰이죠. 바닥에 러그를 깔아 나름의 공간 분리했답니다.

집의 모든조명은 메인등 없이 간접으로만 설계했고, 거실과 안방에만 시스템에어컨을 넣었습니다 ( 삶의 질 수직상승, 너무나 추천해요 )

이사 이후 마샬스피커를 당근으로 내보내고, 새로들인 제네바사운드 라지사이즈 스피커에요. 지금은 티비에 연결해서도 쓰고있어요. 음향이 정말 값어치를 합니다. 너무 소중한 아이템이 되어버렸어요.
주방 Before

주방 After

마찬가지로 체리색 천지였던 주방도 이렇게 화사하고 깔끔하게 변신했습니다. 저희 집 주방은 ㅡ자 형태이지만, 거실 옆에 다이닝룸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분리해서 쓰고 있어요.

주방 벽은 600*600 포세린타일로 진행했고, 가구는 한샘으로 넣었어요. 집에서 실제로 요리를 많이 하지 않아서 깔끔한 빌트인후드에 상부장 길이도 후드 높이에 맞춰서 짧게 일자로 맞추었습니다. 요즘 스타일로 상부장 써라운딩 없이해서 안 그래도 낮은 천고를 조금이라도 확보했어요!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비스포크 키친핏은 ( 냉장고 깊이 700 ) 주방의 역사를 한번 뒤집은 것 같아요. 재질과 컬러가 신선하다기보다는 700 깊이라는 가구 안에 들어가는 점이 굉장히 매리트 있다고 생각해요.
이전 집에서는 굉장히 주방이 협소해서 2도어 자리 소형냉장고를 썼었고, 이번에 비스포크를 들였는데 사이즈 맞춤이 너무나도 제 스타일입니다.

냉장고 위에는 엽서를 붙여서 나름대로 감성샷도 연출해보고요 ㅎㅎㅎ

냉장고 옆 빈자리에는 와인을 보관하고, 허전한 것 같아서 액자도 하나 두었어요 ( 매난국죽 창문도 가리고요ㅋ )

거실과 연결되는 다이닝룸 공간입니다. 가구는 화이트톤으로 맞추고 조명으로 분위기를 더해 주었어요.

집을 매매하고 인테리어 계획 다음으로 했던 게... 인기 있는 가구/조명등 구매였어요. 전 처음엔 몰랐어요. 지금 주문하면 내년 이맘때 도착한다는 것을요...


USM 모듈 가구, 프리츠한센 식탁, 세븐체어, 베르판 조명, 엔트레디션 조명등 순으로 미리미리 구입했던 것 같아요. ( 남편은 뭘 벌써 사냐며 이해 못했지만, 그렇게 빨리 구매했음에도 며칠을 바닥 생활하며 힘들어했던 날들이여 ㅎ )
침실 Before

침실 After

다음으로 소개할 곳은 침실입니다.

원래는 이 안방을 드레스룸으로 쓰고 싶었어요. ( 붙박이장을 많이 짜서, 옷도 넣고 이불도 넣고 계절가전도 넣고 화장대도 넣고 그렇게 여유롭게 수납하고 싶었거든요 ) 그런데 안방에 시스템에어컨을 해야 했고, 작은방 두 개에 침대가 들어가면 너무나도 꽉 차는 사이즈라, 어쩔 수 없이 이 큰방이 침실이 되었네요.
남편과 출근 시간이 달라, 침실과 드레스룸을 완전하게 분리하여 살고 있어요. 한 명이 자고 있을 때 한 명이 출근 준비하면서 깨는 게 너무 싫거든요.
침실에는 침대만 딱 넣었고, 작은(낮은) 붙박이 수납장 하나를 짜서 넣기로 했어요. 이미 무엇이 들어갈지도 다 정했어요 ( 네, 파워 'J' 크크크 ) 게스트 이불, 결혼앨범, 서류? 같은 것들을 계획하고 3단 서랍/여닫이문 3개로 계획하고 딱 맞게 짜서 넣었죠.

침대 옆 협탁은 조명 때문이 아니라면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펜던트 조명 스위치를 머리맡 위치에 설치했어요. 저 트롤리는 이전 집에서 당근으로 팔리지 않아 굳이 가져와서 저기 있는데... 지금은 처분했고, 마샬 스피커도 처분했어요. 이제는 정말로 침대만 있는 온전한 침실이 되었답니다🌷
욕실 Before

욕실 After

욕실이 좁고 길다랬어요. 반신욕, 조적 욕조 등을 꿈꾸었지만, 현실적으로 공간이 안되어서 바로 포기했어요.

대신 조적 벽체를 세우면서 선반도 만들었고, 작은 조적 의자도 만들었어요.


샤워 공간만 단차를 주어, 입구부터 세면대까지는 슬리퍼 없이 건식으로(맨발로) 사용하고 있는데 너무 만족해요! 다음 집에서도 이렇게 사용하고 싶어요~

저는 [홈 카페 & 와인]을 좋아해요.




예쁜 집에서 맛있는 음식과 와인 한잔하면 그곳이 바로 천국이 아닌가 싶습니다 : )
마치며
엊그제 가볍게 이사 왔던 것 같은데, 또 엊그제 6월 달력 넘기며 사진 찍어둔 거 같은데, 벌써 7월의 마지막 주에요. 처음의 집은 무채색이었으나, 지금의 집은 조금 알록달록해졌고요. 귀여운 것도 많이 생겨났고요. 전직하고 2년 가까이 주말도 없이 하루도 못 쉬고 바쁘게 일만 하며 달려왔지만, 이 집에서 정말 많이 위로받은 것 같아요🌴
하루종일 일에 치이고 자동차도 사고 나고 스케줄도 꼬여버리고 막 그런 날 엉엉 울며 들어왔는데, 깨끗하게 정돈된 이 집에서 씻고 노래 틀고 와인 마시며 마음을 꽉꽉 조여 맸던 날이 있었어요.
요즘은 티비보다 음악만 듣는 게 더 좋고, 여러 사람과 북적북적한 것보다 혼술이 더 좋고, 소주보다 와인이 더 좋고, 밖보다 집이 더 좋습니다. 원래도 그랬지만 이 집이 더욱 저를 그렇게 만든 것 같아요. 일상이 곧 삶이 된다는 말이 진짜였어요🍷
어느 날 어디선가 '매일매일 예쁜 집에 살고 싶어'라는 문구를 봤어요. 그 뒤로 비우고 들이고를 수십번, 아니 수백 번은 한 것 같아요. 정말 많이 가벼워졌고, 지금도 최대한 가볍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하지만 귀여운 건 못 참아 ㅠㅠ )
코로나가 세상을 많이 바꾼 것 같기도 하고요? 최근 몇 년 사이에 너무 많은 세상이 바뀐 것 같아요.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이, 매일매일 예쁜 집에서 위로받으시고 행복하시면 좋겠어요! :-) 우리 모두 매일매일 예쁜 집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