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군 배리 본즈', '퓨처스 애런 저지'. 한동희(27·롯데)가 상무 시절 달았던 별명들이다. 2025년 퓨처스리그에서 100경기 타율 0.400에 27홈런 115타점 OPS 1.155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찍으며 '제2의 이대호'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런데 1군에 올라오니 왜 이러는 걸까. 18일 한화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시즌 성적은 13경기 타율 0.264에 홈런 0개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대호가 아니라 유로결이네"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2군에서는 역대급, 1군만 오면 '실종'

한동희의 커리어는 2군과 1군의 극명한 온도 차로 점철돼 있다. 2018년 롯데 1차 지명으로 입단했을 때부터 '이대호의 후계자'로 불렸지만, 8년 차가 된 지금까지 1군에서 톱클래스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가장 좋았던 시즌이 2022년이다. 129경기에서 타율 0.307, 14홈런, 65타점, OPS 0.817을 기록했다. 4월에는 월간 MVP(타율 0.427, 7홈런, 22타점)를 수상하며 각성을 예고했으나, 이후 기세가 꺾였다. 2023년에는 타율이 0.223까지 추락하며 5홈런에 그쳤고, 2024년에는 시범경기 부상으로 1군 14경기 0홈런만 기록한 채 상무에 입대했다.
문제는 2군에만 내려가면 '여포'가 된다는 점이다. 상무 시절 기록한 타율 0.400, 27홈런은 퓨처스리그 역사에 남을 수치였다. 안타(154개), 홈런, 타점, 장타율(0.675), 득점(107개) 모두 1위. 그런데 1군에 올라오면 다시 평범해진다.
올 시즌 성적표: 홈런 0개, OPS 0.625

2025년 12월 전역 후 롯데에 복귀한 한동희는 올 시즌 3루수에서 1루수로 포지션을 옮겨 주전으로 뛰고 있다. 그러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친다.
13경기 53타수 14안타, 타율 0.264에 홈런은 아직 0개다. 2루타도 3개에 그치며 장타율이 0.321, OPS는 0.625에 머물러 있다. 2군에서 장타율 0.675, OPS 1.155를 찍던 선수의 성적이라고 믿기 어렵다.

18일 한화전에서는 4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롯데 타선 전체가 31타수 5안타에 그치며 0-5로 완패했는데, 한동희 역시 팀의 침묵에 동참했다.
유로결과 뭐가 다르냐

유로결은 2군에서는 올려보지 않을 수 없는 호성적을 기록하지만, 1군에만 오면 새가슴 기질이 발동해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팬들 사이에서는 한동희가 유로결과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한동희는 유로결보다 1군 경력이 훨씬 많다. 통산 674경기에서 59홈런, 타율 0.262를 기록했고, 2020~2022년에는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17-17-14개)을 쳤다. 그러나 2군에서의 폭발적인 성적이 1군에서 재현되지 않는 패턴은 분명 유사하다.
진짜 각성인가, 2군 한정 여포인가

한동희 본인은 상무 시절 "전력 분석 없이 스스로 할 것을 찾으며 타격을 고민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배트스피드가 좋아졌고, 임팩트 순간 힘을 싣는 방법을 느꼈다는 평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2할 중후반대 타율에 시즌 초반 5~6개 홈런을 빠르게 기록한다면 다른 시즌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현재 성적은 그 기대에 못 미친다. 시즌 13경기가 지났는데 아직 홈런이 0개라는 건 2군에서 27홈런을 친 타자의 행보로 보기 어렵다. 물론 시즌이 길고, 지금 단정 짓기엔 이르다. 하지만 팬들 입장에서 "제2의 이대호"를 기다린 지 벌써 8년째라는 것도 사실이다.
롯데는 올 시즌 팀 홈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한동희가 진짜 각성했다면 지금이 증명할 때다. 2군 여포로 남을 건지, 1군에서도 통하는 거포로 거듭날 건지. 답은 한동희의 방망이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