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 대신 GDDR로 엔비디아 뚫는다

백유진 2024. 10. 1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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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Gb GDDR7 D램 개발 완료…업계 최고 사양 존재감
연내 주요 GPU 고객사에 검증 시작… 내년 초 상용화
삼성전자 24Gb GDDR7 D램 제품 이미지./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GDDR(그래픽더블데이터레이트)'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며, 그래픽 D램 시장 장악에 나섰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뒤처진 만큼, 'HBM 대체제'로 꼽히는 GDDR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최고 용량·최대 속도 구현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12나노급 '24Gb(기가비트) GDDR7 D램' 개발을 완료했다고 17일 밝혔다. GDDR은 그래픽을 빠르게 처리하는 데 특화한 그래픽 D램의 표준 규격이다.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직렬 처리하는 CPU가 아닌, 병렬 처리하는 GPU를 보조하는 역할이다. 일반 DDR 대비 데이터 전송을 위한 채널이 많고 대역폭도 높다.

▷관련기사: [넥스트 HBM]③그래픽 넘어 AI로 나아가는 'GDDR'(8월8일)

이번에 삼성전자가 개발한 24Gb GDDR7 D램은 업계 최고 24Gb 용량과 40Gbps 이상의 업계 최고 속도를 구현한 제품이다. 12나노급 미세 공정을 적용해 동일한 패키지 크기에 셀 집적도를 높였고, 전작 16Gb GDDR7 D램 대비 50% 향상된 용량을 구현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전작 대비(16Gb GDDR7) 전력 효율도 향상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제품부터 저전력 특성이 중요한 모바일 제품에 적용되는 기술들을 도입해 전력 효율을 30% 이상 개선했다. 제품 내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이는 '클락(Clock) 컨트롤 제어'가 대표적이다. 클락 컨트롤 제어는 모든 회로에 대해 동작이 필요할 때만 동작하는 방식을 적용해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술이다. 이와 함께 저속 동작 시 외부 전압을 낮추거나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낮은 전압을 만드는 '전력 이원화 설계'도 적용했다.

또 이번 신제품은 사용 환경에 따라 최대 42.5Gbps까지 속도가 높아진다. 그래픽 카드에 탑재했을 때는 초당 1.8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이는 30GB 용량의 UHD 영화 60편을 1초 만에 처리하는 속도다. 이는 지난 7월 SK하이닉스가 공개한 GDDR7보다 빠른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GDDR7은 32Gbps의 동작 속도를 구현하고, 사용 환경에 따라 최대 40Gbps까지 속도가 높아진다. 

속도 향상을 위해 삼성전자는 'PAM3 신호 방식'을 적용했다. PAM3 신호 방식은 1주기마다 1.5비트 데이터를 전송해, 기존 NRZ(1주기마다 1비트 데이터를 전송) 방식보다 동일 신호 주기에 1.5배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큰 손' 엔비디아 노린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이 PC, 게임 콘솔 등 기존 그래픽 D램의 응용처를 넘어 AI 워크스테이션, 데이터센터 등 고성능 제품을 필요로 하는 분야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최근 GDDR은 공급이 부족한 HBM의 일부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고성능 메모리로 주목받고 있다. AI 시대에 접어들며 GPU가 병렬 컴퓨팅 연산 능력을 인정받아 사용처가 넓어진 것처럼, GDDR 역시 여러 영역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인텔로(Dataintelo)는 글로벌 GDDR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58억 달러에서 2032년 약 126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연평균 9.1%의 높은 성장률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도 새로운 GPU가 검증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GDDR7 생산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GDDR7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것이 엔비디아를 겨냥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가 내년 출시 예정인 AI 노트북용 GPU인 '지포스 RTX50'에는 GDDR7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고객 확보를 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각축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전까지 GDDR의 시장 대세는 마이크론이었다. AI 반도체 '큰 손'인 엔비디아에 GDDR을 주로 공급하는 곳도 마이크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이 기술력에서 앞서면서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24Gb GDDR7 D램을 연내 주요 GPU 고객사의 차세대 AI 컴퓨팅 시스템에서 검증을 시작해 내년 초 제품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고객사와 최신 GDDR7 제품에 대한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고객사와의 순조로운 협의 과정을 통해 빠른 시일 내 대량 공급한다는 목표다. 

배용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작년 7월 '16Gb GDDR7 D램'을 개발한 데 이어 이번 제품도 업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해 그래픽 D램 시장에서의 기술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며 "AI 시장의 빠른 성장에 발맞춰 고용량∙고성능 제품을 지속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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