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상징적인 플래그십 SUV 모하비가 드디어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2008년 첫 출시 이후 15년 넘게 국내 대형 SUV 시장의 대표 모델로 자리해왔던 모하비는 프레임바디 SUV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불리며 확고한 팬덤을 구축했다. 하지만 최근 업계 흐름과 기아의 전략 변화가 맞물리며, 모하비는 자연스럽게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나는 과정에 들어섰다. 단종 자체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크지만, 그 뒤에는 새로운 전략 모델이 준비되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모하비 단종 결정의 가장 큰 이유는 시장 구도의 변화다. SUV 시장이 성장한 것은 맞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SUV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견고함과 오프로드 성능이 강조된 프레임바디 SUV가 인기를 끌었다면, 현재는 승차감과 연비, 정숙성을 갖춘 유니바디 기반의 크로스오버 SUV가 절대 우세다. 도심 친화적 SUV가 대세가 되면서 모하비는 자연스럽게 입지가 줄어들었다. 판매량 역시 200~300대 수준으로 감소하며 생산라인 유지 자체가 비효율적인 구조가 됐다.

출처 : Poloto
또한 강화되는 환경 규제는 모하비가 생존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요인이 됐다. 3.0리터 V6 디젤 엔진은 오랫동안 모하비의 상징이었지만,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유로6 기준뿐 아니라 국내 환경규제까지 겹치며, 디젤 대형 SUV를 유지하는 것은 제조사 입장에서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전동화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내연기관 중심의 대형 SUV에 투자하는 것은 더 이상 효율적인 전략이 아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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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의 브랜드 전략 변화도 모하비 단종설을 촉발한 배경이다. 최근 몇 년간 기아는 SUV 라인업을 재정비하며, 세그먼트별 역할을 명확히 했고 전동화 모델을 전면에 배치했다. 소형 셀토스, 중형 스포티지, 대형 쏘렌토, 전기차 EV9이 각각의 포지션을 구축하면서 모하비는 그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로 밀려났다. 크기만 보면 쏘렌토보다 크고 EV9보다 작지만, 기술 수준은 두 모델보다 뒤처진 상황이었다.

모하비가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점도 단종 흐름을 가속했다. 모하비는 한때 북미에서 ‘보레고’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지만, 2010년 이후 단종되고 오랜 기간 한국 내수 시장에서만 명맥을 유지해왔다. 글로벌 전략에서 제외된 모델을 유지하는 것은 더 이상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았고, 기아는 결국 라인업 효율화를 선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모하비의 후속 모델이 이미 개발 단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기아가 호주 시장을 중심으로 개발 중인 픽업트럭 ‘타스만’이다. 타스만은 프레임바디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어, SUV 버전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즉, 모하비의 강점이었던 견고한 차체 구조와 오프로드 감성을 현대적 기술로 재해석해 새로운 모델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일부 해외 매체는 타스만 기반의 프레임 SUV가 2026년 전후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단종되는 모하비의 공백을 자연스럽게 메우는 흐름으로, 기아가 이미 시장 외관과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장기적인 후속 전략을 구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아가 새로운 오프로드 브랜드 라인업을 구축할 가능성도 거론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동화 기반의 대형 SUV가 모하비의 정신적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기아는 EV 시리즈를 중심으로 전기 SUV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기존 EV9보다 실용적이면서 EV5보다 큰 중대형급 모델을 준비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 경우 모하비의 이름은 사라지더라도, 그 상징적 가치는 ‘전동화된 강인함’이라는 형태로 다시 이어질 수 있다.

출처 : KOLESA
프레임바디 감성과 전동화 기술의 융합은 새로운 SUV 세그먼트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 오프로드 성능과 견고한 내구성을 강조한 전기 SUV는 글로벌 시장에서 점점 수요가 커지고 있으며, 기아가 이 분야에 늦지 않게 진입하려 한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모하비가 보여주었던 정통 SUV의 매력을 현대적 기술로 재정비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들을 종합하면, 모하비 단종은 단순히 “끝났다”로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다. 오히려 기아가 새로운 SUV 전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존 플랫폼과 구조가 낡은 모하비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내어주는 구조다. 브랜드 전체의 방향성과 기술 전환 흐름에서 보면 모하비 단종은 필연이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출처 : KOLESA
결국 모하비의 단종은 한 시대의 마침표와 동시에 다음 시대의 출발점이다. 프레임바디 SUV라는 전통적 가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현대적이고 경쟁력 있는 형태로 부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연 기아가 어떤 방향으로 모하비의 후속을 완성할지, 그리고 그 모델이 다시 국산 SUV 시장의 기준점을 세울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