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누가 가족일까?"..'가족' 뜻 둘러싼 논란들

문별님 작가 2022. 10. 19. 19: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BS 뉴스]

이혜정 앵커

우리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요?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단위'로 규정한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하기로 했었죠. 


그런데, 올해 '현행법을 유지한다'라는 쪽으로 다시 입장을 바꿨습니다.  


사회적 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책 '가족을 구성할 권리' 저자이기도 하죠.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소장과 함께 이야기 나눠봅니다. 


소장님, 어서 오세요.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현재 우리나라 법에서 정의하는 '가족'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단위'입니다. 


이 '가족'의 법적 범위, 어떻게 보시나요? 


김순남 소장 / 가족구성권연구소

한국사회에서 가족과 관련된 법 제도는 여전히 전통적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언급하신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단위만을 가족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할 자유권, 인격발현 혹은 행복추구권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미 시민들은 결혼할 자유와 하지 않을 자유가 있고, 내가 누구랑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적인 관계를 만들고, 의지하고 살아갈 자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지원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인데요, 여전히 비혼동거관계나 다양한 생활공동체를 평등하게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법의 이름으로 시민들의 삶을 차별하고 않나 생각합니다.


이혜정 앵커  

네, 그런 게 시민의 삶을 차별하고 있다, 이런 말씀이세요.


요즘 우리 사회에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는 가족들이 참 많습니다. 


이제는 가족은 이런 것이다, 라고 하는 '가족'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김순남 소장 / 가족구성권연구소 

시민들의 삶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작년 2021년 조사를 보면 1인가구가 전체의 40%를 눈앞에 두고 있고, 4인 가구는 처음으로 20%대가 붕괴되었습니다. 


2021년 가족다양성에 대한 국민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거의 70% 가까이 혼인·혈연과 무관하게 생계와 주거를 공유할 경우에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비혼동거 또한 70%, 그리고 20-30대는 거의 85%이상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결과는 우리 사회가 가족을 결혼, 혈연으로만 생각했는데, 가족은 혈연, 결혼, 입양으로 만들어졌는가의 문제를 떠나서 서로의 삶을 돌보고 경제적으로 협조가 가능한 관계, 그리고 삶의 어려움을 나누는 관계망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이혜정 앵커  

생계와 주거를 공유할 경우에 가족으로 인정한다는 분들이 70% 가까이 된다, 이런 걸 보면 법에서 정한 가족의 개념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가구를 '비친족가구'라고 하는데요. 


지금 우리나라에 비친족가구가 얼마나 되나요? 


김순남 소장 / 가족구성권연구소 

최근에 화제가 됐었는데요, '가족의 재탄생', '비친족 가구 100만 명 돌파, 역대 최대'라는 기사가 올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비친족가구는 시설 등에 집단으로 거주하는 가구를 제외하고 혈연법적가족 외에 함께 사는 5인 이하 가구를 의미합니다. 


비친족가구의 약 50% 가까이가 서울·경기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작년보다 10%가 더 늘어났습니다.


2016년 이후 5년 만에 74%가 급증했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생활돌봄공동체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살기의 방식이 상당히 달라지는 사회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혜정 앵커 

비친족가구만 100만 명. 


이분들은 지금 삶을 공유하며 진짜 가족처럼 살고 있죠, 그런데도 법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가부에서는 "법적 가족 개념 정의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실질적 지원에 방점을 두겠다", 이렇게 입장을 밝혔거든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순남 소장 / 가족구성권연구소 

여성가족부가 다양한 가족에 대해서 실질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역할을 언급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실질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면 기존에 가족 규정을 폐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지원이라는 것은 시민들이 맺고 있는 관계를 평등하게 존중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동등하게 인정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차별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그냥 두고 실질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은 모순적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혜정 앵커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있어요, 법적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해서 겪는 어려움도 참 많을 것 같습니다.


몇 가지 말씀해주시면, 이해가 더 빠를 것 같아요.


김순남 소장 / 가족구성권연구소 

예를 들면,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양육하는 위탁 가족의 경우에도 가족정책을 통한 상담이나 부모교육 등 필요한 가족지원서비스를 제공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이혜정 앵커  

위탁 가족도 이런 데서 다 제외가 되는군요.


김순남 소장 / 가족구성권연구소

입양을 하지 않는 한 건강가정기본법상 "가족" 정의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건강가정기본법뿐만 아니라 상위법인 민법에서도 배우자 직계혈족중심으로 가족을 규정한 민법 779조가 존재합니다. 


이렇듯, 좁은 범위로 가족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같이 세대를 구성하고 살아도 주거정책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돌봄이 필요할 경우에도 돌봄휴가를 신청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동거가족이 PCR검사 무료 대상에 해당됐는데, 그것마저도 동거인으로 살고 있지만,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져가야 합니다. 


삶에서 서로의 보호자가 되고 싶고,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은 모든 순간에 병원에서부터, 재난의 상황, 장례까지 이미 법적으로 규정된 제도적 가족만이 공적인 자격과 지위를 갖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 외에 법적으로 관계를 인정하는 생활동반자관계는 시급히 인정되어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혜정 앵커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가족을 법적으로 정의한 '건강가정기본법', 이 법 이름 가운데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도 여성가족부가 '가족'이라는 말로 바꾸겠다고 했다가 그대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이 '건강가정'이라는 용어, 이 자체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 걸까요?


김순남 소장 / 가족구성권연구소 

건강가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까요? 


너무나 자연스럽게 건강한 가정과 건강하지 않은 가정이 있는 것처럼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고, 치료되거나 교정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사회적으로 줄 수 있습니다. 


국가의 역할은 어떤 가족형태가 건강하다는 것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족적인 관계들이 경험하는 경제적인 어려움, 돌봄의 공백, 폭력으로부터의 보호, 주거생활의 안정들을 만들어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즉,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가족을 인정한다는 말은 바로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커플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인정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했습니다. 


저는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가족이 경험하는 차별이 해소되고, 모든 사람이 원하는 가족·공동체를 구성하고, 차별 없는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인,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을 위해서 가족상황이나 가족형태로 인한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시민들이 어떠한 가족관계 안에서 살더라도 고립되지 않고, 시민들 간의 다양한 유대가 가능할 것이며, 상호의존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활돌봄단위들이 이웃에서, 지역에서, 사회적으로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혜정 앵커 

사실 부부로 살고 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별을 겪는 이들도 있고요.


혼자 사는 분도 많고, 요즘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함께 사는 분들도 많죠.


시대가 바뀌면서 우리가 다양하고 새로운 '가족'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