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줄기는 약재로 달여 썼던 '으름'

산과 들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과일 중에는 '으름'이 있다. 그러나 도심에 사는 사람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머루와 다래처럼 우리 땅에서 오래 자라온 토종 과일이지만, 시장에서 보기 힘들어 잊혀진 과일이다.
예전에는 산길을 걷던 이들이 길가에서 쉽게 따먹던 간식거리였지만, 오늘날에는 일부 지역 고령층이나 산행을 즐기는 이들만이 직접 접하고 있다.
으름은 덩굴식물에서 열리는 열매다. 나무를 타고 오르며 번식하는 특성이 있어 산야 곳곳에서 자생했으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접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중부 이남 지역에서 자생하며, 안면도와 속리산, 장산곶 등지에서 관찰된다. 봄철에는 보랏빛 꽃을 피우고, 가을 무렵이 되면 두툼한 껍질을 갈라 은빛 과육을 드러낸다.
조선 바나나라 불린 달콤한 과육 '으름'

으름은 익으면 저절로 껍질이 벌어진다. 바나나와 비슷한 긴 형태와 걸쭉한 과육 덕분에 ‘조선 바나나’라는 별칭도 붙었다. 향은 감과 흡사해 친근하지만, 막상 한입 물면 씨앗이 지나치게 많아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으름의 흰 과육 안은 검은 씨앗으로 가득하다. 씨앗을 깨물면 강한 쓴맛이 퍼지기에 통째로 삼키거나 뱉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씨앗을 삼켜도 해롭지 않으며, 크기가 작아 소화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다만, 한꺼번에 다량 섭취할 경우 배변 시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으름은 먹거리로만 쓰이지 않았다. 잎과 열매의 독특한 모양은 조경용으로도 활용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관상 목적의 식재가 이뤄졌다.
어린 순은 나물로 무쳐 먹고, 줄기는 바구니를 엮는 원료로 사용됐다. 뿌리와 줄기는 약재로 쓰였다. 오래전부터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이나 부종, 관절통, 신경통을 완화하는 용도로 달여 마셨다.
오늘날에는 으름차로도 즐겨 마신다. 은은한 향과 함께 입안을 씻어내리는 듯한 청량감이 있다. 그러나 시중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다.
으름, 일본에서도 재배된다

으름은 일본에서도 재배된다. 일본어로 ‘아케비’라 불리며, 로마자 표기로 ‘Akebia’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본 농가에서는 재배과정을 체계화해 과피 손상이 없도록 관리한다.
특히 짙은 보라빛을 띠도록 개량된 품종이 많다. 반면 한국에서 산야에 자생하는 으름은 껍질에 상처가 많아 회갈색으로 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차이 때문에 일본에서 판매되는 으름은 더욱 선명한 색감을 띤다.
외관이 낯설어 호불호가 갈리는 점도 있다. 같은 으름덩굴과에 속한 식물 가운데 ‘블루 소시지’라는 과일이 있는데, 푸른빛의 길쭉한 모양에 울퉁불퉁한 껍질이 붙어 있어 ‘죽은 자의 손가락’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식용은 가능하지만, 생김새로 인해 거부감을 주는 경우가 많다. 으름 역시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으름은 우리 땅에서 오래 자라온 과일이다. 하지만 쌀과 다른 과실이 흔해지면서 점차 잊혀져 갔다. 지금은 시장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재배하는 농가도 많지 않아 젊은 세대는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으름은 여전히 살펴볼 만한 과일이다. 무엇보다 산야에 자생하는 식물이 사라지지 않으려면, 재배와 소비가 함께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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