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독일의 자동차위기, 그리고 전환

김성환 2024. 9. 2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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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독일 IFO 경제연구소가 내놓은 독일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심각하다. 이 회사 자동차 부문 아니타 볼플 분석가는 자동차 업계의 기대심리가 급락하고 있으며, 향후 6개월이 매우 비관적이라고 전망했다. 신규 생산 물량이 줄고 해외 공장 또한 감산이 불가피한 만큼 잉여 인력에 따른 비용 부담이 독일 자동차산업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란 예측이다. 

 규모 면에서 독일을 대표하는 폭스바겐그룹은 이미 위기가 시작됐다. 폭스바겐그룹 내에서도 가장 몸집이 큰 폭스바겐 브랜드의 생존 수명이 1~2년에 불과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최근 폭스바겐 경영진은 볼프스부르크 본사에서 독일 공장 폐쇄를 포함한 비용 절감 계획에 관해 직원들과 논의를 시작했다. 2만명에 달하는 직원들과 경영진은 위기의 근본 이유를 시장에서 찾았다. 특히 아르노 안틀리츠 CFO는 EV 전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출 절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유럽 자동차 시장이 팬데믹 이후 늘기는커녕 오히려 축소돼 연간 두 곳의 공장이 생산 가능한 50만대를 잃었다고 밝혔다. 쉽게 보면 공장 두 곳이 멈춰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판매가 회복될 조짐도 없다. 그럼에도 근로자들은 공장 폐쇄는 파산 선고와 다를 바 없다고 맞선다. 오히려 7조원이 넘는 리비안 투자를 중단하고 공장을 유지하라고 압박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현재의 일자리 지키는 일에 돈을 쓰라는 뜻이다. 

 반면 경영진은 지금의 위기는 자동차를 만들어도 살 사람이 없어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현재를 지키기 위해 미래 자금을 사용하면 폭스바겐의 미래는 정말 사라진다는 위기감을 읍소한다. 게다가 이미 디젤게이트 손실 보상금으로 40조원을 지출해 가용 가능한 자금도 부족하다고 설명한다. 결국 현재의 비관적 상황 유지를 위해 미래 대비용 자금을 투입할 것이냐, 아니면 미래의 지속 가능성에 쏟아부을 것이냐의 갈림길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만약 폭스바겐이 6개의 독일 공장 가운데 한 곳을 폐쇄한다면 대상이 되는 공장도 관심이다. 독일 언론들은 6곳 가운데 가장 비효율적이고 생산 비용이 높은 곳을 본사가 위치한 볼프스부르크 공장으로 꼽는다. 폭스바겐의 상징과도 같은 공장이 가장 손실이 크다는 의미다. 1937년 국민차 비틀 생산을 위해 설립돼 1974년까지 무려 1,191만대의 비틀을 만들었던 곳이 이제는 폭스바겐의 위기를 상징하는 곳이 된 셈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가 휘청거리자 정부도 걱정이다. 일자리 축소는 경제 위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서다. 부랴부랴 전기차 보조금을 다시 꺼내든 것도 공장 가동을 유지하려는 안간힘에서 비롯됐다. 실제 지난 7월 독일 내 EV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6.8% 감소했다. 즉시 독일 경제부 로베르트 하벡 장관은 정부가 EV 전환 비용을 지원할 것이며, 당초 올해 말에 중단하려 했던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표방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의 배출가스 규제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르노의 루카 데 메오 CEO는 2025년까지 유럽연합이 설정한 배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때 내야 하는 자동차 기업의 벌금이 약 22조2,000억원에 달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평균 배출량을 ㎞당 93.6g 이하로 맞춰야 하는데 일부 제조사를 제외하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음을 토로한다.

 그는 기준을 맞추려면 유럽 내에서 250만대 가량의 내연기관 생산 감소를 각오해야 한다며 지금은 유연성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기준 충족에 자신감을 보이는 자동차기업은 배출 기준 목표가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배출 기준에 맞춰 이미 개발과 생산 계획을 수립했고 실행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유럽 내 자동차산업의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전환에 실패한 기업은 쇠퇴하고 성공한 곳은 시장을 선점하거나 성장의 계기가 될 것으로 여긴다. 폭스바겐이 위기를 맞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EV 전환을 통해 생존할 것이냐, 아니면 내연기관에 집착하다 존재감을 상실할 것이냐의 갈림길이다. 

 그런데 독일의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곳은 한국이다. 국내 자동차기업 또한 현재와 미래의 갈림길에 놓인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미래 대비를 위해선 상당한 전환 비용이 필요하지만 현재를 유지하는 비용 또한 계속 늘고 있어서다. 당연히 선택은 개별 기업의 몫이지만 한국이 독일과 닮아가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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