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평균자책점 1.60, 30세이브, WHIP 0.89. 2025시즌 조병현의 성적표는 스스로 95점을 줄 만했다. 올 시즌 목표는 그 95점을 100점으로 채우는 것이었고, 3월 WBC에서도 4경기 5이닝 평균자책점 1.80으로 제 몫을 해내며 순항하는 듯했다.
그런데 19일 고척 키움전에서 또 패전이다. 동점 상황 9회말에 올라와 김웅빈에게 130m 굿바이 홈런을 맞고 내려왔고, 이로써 2경기 연속 패전에 시즌 세이브는 5개에 그치고 있다.
문제의 시작은 WBC 후유증?

시즌 초반부터 불안한 신호가 있었다. 올 시즌 조병현의 패스트볼 커맨드가 지난해보다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작년에는 스트라이크 존 안에서 공을 지배하는 능력 하나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던 선수인데 올해는 이닝당 투구 수가 확연히 늘었고,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던지지 못하는 경향도 보였다.

WBC에서 대표팀 마운드를 책임지며 과부하가 걸렸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풀타임 두 시즌 동안 145경기 140⅓이닝을 소화했고, 거기에 WBC까지 더해진 축적된 피로가 올 시즌 초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4월 28일 한화전에서도 그 불안함이 드러났다. 8회 2사 후 등판한 조병현은 9회 상대 타자와 승부에서 어려움을 겪다 결국 폭투로 동점을 허용하며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이후 3주가 지난 지금도 흐름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두 번의 패전이 남긴 장면들

5월 15일 인천 LG전에서 7-7 동점 9회에 등판한 조병현은 1사 후 만루 위기에서 홍창기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고, 그 점수가 결승점이 돼 패전 투수가 됐다.

사흘 뒤인 19일 고척전에서는 또 동점 상황에서 올라와 첫 타자 이형종은 잡았지만 두 번째 타자 김웅빈에게 146km 직구가 정확히 걸리며 130m짜리 끝내기 홈런을 허용했다. 두 경기 모두 동점 상황에서 올라와 결승점을 내준 패턴이 반복됐다.

이숭용 감독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며칠 쉬고 나오면 구위나 힘은 되게 좋은데 제구가 조금 왔다갔다 한다"고 직접 언급했다. 구위 자체는 살아있는데 커맨드가 문제라는 진단이다. 세이브율 0.833, 블론세이브 1개로 결정적인 실수가 많은 건 아니지만, 16번 등판에 세이브 5개라는 숫자는 세이브 기회 자체가 조병현에게 오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KBO 역대 최연소 30세이브를 달성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로 성장한 선수가 2경기 연속 패전을 기록했다는 게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건 그만큼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WBC 후유증인지, 일시적인 부침인지는 앞으로의 등판이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