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C가 반도체 글라스기판 등 신사업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기에 확보하게 됐다. SKC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가 당초 분할납입하기로 했던 투자금을 이달 말 일괄납부하는 방식으로 조건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C는 계획보다 앞서 신사업 자금을 손에 쥐게 됐다.
한투PE 이달 말 일괄 자금 집행…'신뢰 끈끈'
SKC에 따르면 지난달 경영진이 승인한 '영구 교환사채 발행건'의 일부 조건이 달라져 최근 다시 이사회를 열었다.
당초 계약은 SKC가 총 310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하고 한투PE와 헬리오스PE가 각각 3000억원, 1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이었다. 이 중 한투PE는 투자금을 6, 7월 두 달에 걸쳐 분납하기로 했으나 첫 납입일을 앞두고 이달 말 일괄집행하는 쪽으로 조건이 변경됐다.
납입조건 변경은 SKC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새로 작성한 EB 인수계약서를 보면 한투PE의 투자금이 기존 30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줄고 SK넥실리스, 앱솔릭스 등이 3년 이내에 상장할 경우 사전동의권을 한투PE에만 부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는 한투PE가 투자금 조기납입에 합의한 데 따른 일종의 인센티브로 보인다. 만약 한투PE가 조기 지분확보를 원해 조건 변경을 제안했다면 SKC는 이런 보상안을 제시하지 않아도 됐다.
한투PE는 과거 SK그룹이 추진한 딜에 참여한 적이 있다. 2022년 SK온이 상장 전 자금을 유치할 당시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SKC EB 인수 역시 SK그룹과의 신뢰가 바탕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EB의 주식교환 청구 시기도 앞당겨졌다. 원래는 8월25일부터 가능했지만, 조건이 변경되며 이르면 7월 말부터 교환할 수 있게 됐다. 보통주 교환 시 한투PE는 SKC 지분 약 6%를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SK(40.6%)에 이어 2대주주에 오를 수 있는 규모다.
EB 교환가액은 10만3842원으로 발행 당시 주가 대비 12%의 프리미엄이 적용됐으나 현 주가 기준으로는 약 10% 높은 수준이다.

상반기 마감 직전 2600억 현금 확보
SKC로서도 조기 자금유입은 반가운 일이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EB 발행으로 조달한 투자금을 대부분 미국 반도체 글라스기판 회사인 앱솔릭스에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리기판은 기존 기판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40% 높이면서도 전력소비와 패키지 두께는 절반 이상으로 줄여 '꿈의 기판'으로 불린다. AI 데이터센터에 글라스기판을 적용하면 센터의 면적과 전력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기존 유리기판 시장은 일본, 대만, 한국 등 아시아에 집중된 반면 SKC는 미국 조지아주를 생산 거점으로 택했다. 앱솔릭스 조지아 공장은 현재 시운전 중이며 연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르면 하반기 중 증설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신규 투자와 맞물린 한투PE와의 '협업'으로 기업가치 재평가 등 비재무적 실익도 기대된다. 한투PE의 일괄납입 결정은 SKC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강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SKC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반기 마감 직전 자금이 유입되면서 재무제표상 현금성자산이 늘어나고 재무안정성 지표에도 낙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유망한 가운데 SK그룹에 대한 신뢰가 투자 결정을 이끌었다"며 "EB 교환가도 과도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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