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약사회가 2025년 10월 20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위장약 과다 처방 문제를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소염제나 항생제를 처방받을 때 ‘위 보호’ 목적으로 함께 나오는 위산억제제가 장기 복용 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약사회는 위산억제제(PPI, H₂수용체길항제)와 제산제가 단기간 또는 명확한 적응증 하에 사용될 때만 효과가 있으며, 불필요한 병용이나 장기 복용은 위·장 기능 저하, 골다공증, 장내세균 불균형, 약물 상호작용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위산억제제 장기 복용, 골다공증 위험 2배 증가
프로톤펌프억제제(PPI)는 역류성식도염과 위궤양 치료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강력한 위산분비 억제제다. 그러나 2025년 2월 헬스경향 보도에 따르면, PPI를 장기 복용한 환자들은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골다공증과 골절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산분비가 과도하게 억제되면 칼슘 흡수가 저하되고, 이는 직접적으로 뼈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고용량으로 1년 이상 복용하는 경우 고관절, 손목, 척추 골절의 위험성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위장관암 발병 위험도 최대 5배 증가
2025년 2월 4일 발표된 연구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PPI를 장기 복용하면 위암, 식도암, 간암, 췌장암 등 위장관암의 발생 위험이 약 2배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복용 기간이 1년 이하일 때 위장관암 위험성이 약 5배나 높았으며, 3년 복용 시에도 약 1.7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위산은 단순히 소화를 돕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균과 병원체를 죽이는 중요한 방어 기전이다. 위산분비가 지속적으로 억제되면 이러한 생리학적 방어 시스템이 약화되어 위축성 위염이나 위내 세균 증식이 발생하고, 결국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소염제 복용 시 ‘위 보호’ 처방, 과학적 근거 부족
약사회가 특히 문제 삼은 것은 소염제나 항생제를 처방할 때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위산억제제 병용 처방이다. 많은 환자들이 “위를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오히려 위산분비를 억제하면 약물의 흡수와 대사에 영향을 미쳐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위산이 줄어들면서 위와 장을 통한 영양소 흡수가 저하되고, 특히 비타민 B12와 마그네슘 같은 필수 영양소의 결핍이 나타날 수 있다.
장내세균 불균형과 감염 위험 증가
위산은 장내 환경의 산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PPI 장기 복용으로 위산분비가 억제되면 소장 내 산도가 저하되어 장내세균 불균형이 발생한다. 이는 소화불량, 설사, 변비 등의 증상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리균 감염 같은 심각한 장 감염의 위험도 높아진다.
2025년 1월 발표된 대한소화기학회지 연구에서도 PPI 장기 복용자에서 각종 감염성 질환의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적정 복용 기간은 4~8주, 증상 개선되면 중단해야
전문가들은 역류성식도염이나 위궤양 치료를 위해 PPI를 복용할 경우 일반적으로 4~8주간 사용하고 증상이 개선되면 중단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한다. 장기 복용이 필요한 경우라도 최소 유효 용량을 사용하고, 정기적으로 복용 필요성을 재평가해야 한다.
특히 고령 환자, 골다공증 위험군,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위산억제제 사용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들은 이미 골절 위험이 높은 상태이므로 PPI 장기 복용으로 인한 추가적인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약사회 “성분명처방 도입과 관리체계 강화 필요”
대한약사회는 위장약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분명처방 제도 도입과 처방 관리체계 강화를 촉구했다. 현재의 관행적 처방 관행을 개선하고, 환자에게 약물의 적정 사용 기간과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도 “위 보호”라는 명목으로 습관적으로 위산억제제를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속 쓰림이나 소화불량 증상이 있을 때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산제도 장기 복용 시 동일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위산억제제는 분명 효과적인 치료제지만, 무분별한 장기 복용은 골다공증과 위장관암, 감염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의사나 약사와 상담하여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약인지, 얼마나 오래 복용해야 하는지 정확히 확인하고, 증상이 개선되면 즉시 중단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