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푸라기]보험계약대출 금리 내려간다고?…누가 혜택볼까
보험사들 '금리확정형' 가산금리 인하
주요 보험사들이 이달 들어 금리확정형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에 적용하는 가산금리를 줄줄이 인하하고 있습니다. 보험계약대출은 계약자가 보험의 보장 기능은 유지한 채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70~80%까지 빌릴 수 있는 소액·생계형 상품입니다. 불합리하게 고금리를 챙기고 있다는 '이자 장사' 비판이 일자 상생 금융의 하나로 금리 인하 카드를 내놓은 것입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각 보험사별 인하일로부터 즉시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이런 혜택은 금리확정형 상품 고객만 받을 수 있습니다. 금리확정형 같은 경우 가산금리가 제각각이여서 논란이 됐지만 기존 금리연동형 상품의 경우 예정이율에 따라서 이미 가산금리가 1.5% 수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보험계약대출 금리 왜 높나 했더니…법인세비용도 가산(1월9일)
보험계약대출이 뭐야?
만일 급전 때문에 보험계약을 해지하게 된다면 가입자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일단 납입보험료보다 해지환급금이 적다 보니 금전적 손실이 크죠. 사고가 났을 때 당연히 보장받지 못하고요. 또 나중에 같은 조건의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쉽지 않기도 합니다.
보험계약은 해지하고 싶은데, 급전은 필요하다면? 이럴 때 받을 수 있는 대출이 보험계약대출입니다. 들고 있는 보험의 보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해지환급금의 70~80%를 빌려 쓰는 방식이죠. 이 대출은 신용도가 낮아 은행 같은 일반 금융회사 대출 이용에 제약이 있거나, 자금 흐름이 안정적이지 않은 금융 소비자에게 유용하다고 판단됩니다.
또 모바일 앱 같은 간편한 방식으로 언제든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용등급조회 같은 대출 심사 절차도 없습니다. 이자 납입이 연체되더라도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지 않고요. 대출 만기도 보험계약 만기(종신형연금은 연금 개시 전)까지인데요. 아무 때나 갚아도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죠. 특히 요새 대출받기 어렵게 만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같은 정부 규제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생명보험협회에 공시된 지난 1월 기준 생명보험사의 보험계약 대출금리를 보면 금리확정형은 연 4.23%~연 8.51% 금리연동형은 연 3.87%~연 4.79%입니다. 은행권의 신용대출 금리가 연 5~7%, 주택담보대 금리가 연 3~6%대인 것을 감안하면 비슷한 수준인 셈이죠.
다만 단점도 있습니다. 우선 본인에게 적용되는 보험계약대출을 다른 금융기관의 대출과 금리 등의 조건을 꼼꼼히 비교해야 하죠. 이자도 복리식으로 원금에 더해지거든요.
또 보험계약대출 원리금이 해지환급금을 초과하면 보험계약을 해지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대부분 보험상품 해지시 원금손실이 있기 때문에 보험사만 배를 불려 주게 됩니다.
보험계약대출의 대출 금리는 보험계약의 예정이율(또는 공시이율)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인데 예정이율은 결국 소비자에게 귀속됩니다. 즉 삼성생명의 금리확장형 보험계약대출을 예시로 들면 과거 본인이 가입한 금리확정형 보험계약의 예정이율이 7%인 경우, 보험계약대출의 금리는 '6.73%(기준금리)+1.78%(가산금리)=8.51%'가 되는 것이죠.
고금리라고요? 사실은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대출을 받더라도 대출기간 동안에 보험회사는 계약자에게 미래에 돌려줄 보험상품의 적립금을 6.73%의 예정이율로 부리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보험계약자는 8.51%의 보험계약대출 금리 중에서 가산금리에 해당하는 1.78%의 이자만 부담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가산금리 인하 혜택 다 볼까?
막상 가산금리만 부담해야 한다 해도 매달 나가는 금리는 예정이율이 더해진 고금리이다 보니 소비자들의 매달 이자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자금줄이 막혀 어쩔 수 없이 대출받는 불황형 대출로 금액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생명보험·손해보험업계를 합한 보험계약대출은 69조9600억원으로 70조원에 육박합니다. 사상 최대 규모로 1년 전보다 5.9% 증가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자 금융당국이 지난해 12월 서민경제 지원을 위한 상생 방안 중 하나로 보험계약대출 이자부담 완화를 지시했고요.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매겼던 사례도 점검 결과 밝혀졌습니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가 이달부터 가산금리 조정에 들어갔습니다.
지난주 '보푸라기'를 통해서 그동안 부당하게 냈던 이자를 돌려받기 어렵다는 점은 다들 알고 계실텐데요. 이제라도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에 위안을 삼아야겠죠.
교보생명은 이달 안으로 금리확정형 보험계약대출에 적용하는 가산금리를 연 1.99%에서 연 1.50%로 0.49%포인트 하향 조정할 예정입니다. 삼성생명은 지난 1일부터 보험계약대출의 가산금리를 연 1.8%에서 연 1.5%로 0.30%포인트 인하했습니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17일부터 가산금리를 0.49%포인트 인하해 연 1.5%로 조정했습니다.
생보사들뿐만 아니라 손보사들도 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모두 이미 보험계약대출의 가산금리를 0.5%포인트 내렸죠.
다만 이런 보험계약대출 금리 인하는 보험업계 내 가계빚이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기존 금리에도 약관대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금리를 내리면 대출금액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당국의 지침에 따라 금리를 인하했지만 이로 인해 대출 잔액이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이 줄이려던 가계빚이 더 늘어나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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