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2023년 6월14일 열린 비바텍 쇼에서 메타 로고가 보이고 있다./제공=뉴시스
해외에서 대형 플랫폼의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를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국내 망 사용료 법제화 논의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독일 항소심 법원은 메타가 도이치텔레콤에 미지급 데이터 전송요금 약 3000만 유로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메타의 망 이용이 대가를 전제로 한 유료 서비스에 해당한다고 보고, 통신사의 시장지배력 남용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빅테크의 망 비용 분담을 법원이 명확히 인정한 사례다.
유럽에서는 '공정 분담(Fair Share'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대형 콘텐츠사업자(CP)가 유발하는 막대한 트래픽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번 판결은 해당 논쟁에 법적 근거를 보탰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소송을 계기로 망 사용료 문제가 공론화됐다. 당시 1심에서 협상 의무가 인정됐지만, 항소심 중 양측이 합의하면서 대법원 판단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는 두 기업 간의 합의일 뿐 여전히 막강한 힘을 가진 해외 빅테크로부터 정당한 망 사용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후 국회에는 일정 규모 이상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망 이용대가 협상 의무를 부과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다만 법제화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망 중립성 침해 우려와 이중과금 논란에 더해, 미국 정부와 업계가 한국의 망 사용료 입법 움직임에 대해 통상 압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디지털 이슈 전반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서한에는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망 사용료 부과 논의에 대한 문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무역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해외에서 망 이용대가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축적되고 있는 만큼, 국내도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망 투자 재원 확보와 산업 생태계의 형평성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입법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네트워크상에서 망 이용계약 관계를 명확히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빅테크 역시 망 비용을 합리적으로 분담해야 한다는 공정 분담 논의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