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옥포서 첫 승리 후 합포로 도주한 왜선 쫓아가 총통·불화살로 5척 전멸 조선 수군 기개 각인시켜
달리기 좋은 해안길
합포수변공원 따라 걸으면 마산항·마창대교 한눈에 김주열 인양지 ‘핵심 구간’ 3·15해양공원 등 야경 볼 만
이순신 없는 승전길
방통대 학습관 등 2㎞ 구간 차로 옆 인도로 이어진 데다 해전지·방향 표시 없어 혼돈 유적·안내판 등 조성 필요
이순신 장군은 왜군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옥포해전에 이어 같은 날 오후 합포에서 또다시 왜선들을 마주해 승전보를 올린다. 불리한 전쟁 판세에도 되레 왜선을 뒤쫓아가 섬멸한 이순신 장군의 힘찬 기개를 느끼며, 마산합포구 앞바다 일대 9.9㎞가량 이어지는 합포해전 승전길을 걸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 해양누리공원 산책로에는 해양신도시를 잇는 서항보도교가 설치되어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 해양누리공원 산책로에는 해양신도시를 잇는 서항보도교가 설치되어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 3·15 해양누리공원의 시작 구간에는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과 해양신도시가 위치해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 3·15 해양누리공원의 시작 구간에는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과 해양신도시가 위치해 있다./김승권 기자/
◇하루 만에 전쟁의 판세를 흔들다= 1592년 5월 7일 오전 옥포에서 첫 승전을 거둔 이순신과 원균의 연합 함대는 거제도 북단의 영등포(永登浦)로 이동해 정박한다. 전열을 가다듬던 중, 인근에서 왜선 5척이 지나가고 있다는 척후장의 급보를 받는다. 함대는 곧바로 이들을 향해 키를 돌려 추격을 시작했다. 이순신이 해역 내에서 방어를 우선시하는 농성(籠城)이 아닌, 적극적인 공격으로 왜군의 세력을 격파(擊破)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북방 경계에서 여진족을 상대하던 녹둔도사 시절에도 반격을 통한 토벌을 추구한 바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 해양누리공원 산책로는 해양신도시를 잇는 서항보도교와 마창대교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 해양누리공원 산책로는 해양신도시를 잇는 서항보도교와 마창대교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김승권 기자/
조선 수군 함대의 추격에 와키자카 야스하루(脇坂安治)가 이끌던 왜선들은 황급히 합포(지금의 창원시 마산합포구 앞바다, 또는 창원시 진해구 원포동 합계(학개) 일대)로 도주했다. 배를 버린 채 황급히 육지로 올라간 왜군들은 조총으로 함대에 대응했다. 이에 이순신은 즉각 포격 명령을 내렸다. 명령에 따라 우척후장 김완(金浣), 중위장 이순신(李純信. 충무공 이순신(李舜臣)과 동명이인), 중부장 어영담(魚泳譚) 휘하 수군은 총통과 불화살을 일제히 쏟아부어 5척의 왜선을 순식간에 불태웠다. 육지로 도주한 왜적들을 섬멸하진 못했으나 수십~수백 명의 사상자를 냈으며, 조선 수군 사상자는 부상자 2명에 그쳤다. 첫 출전에서 옥포해전에 이어 합포에서도 압도적인 전력 차를 보이며, 왜군에게 하루 만에 이순신의 압도적인 전력과 기개를 각인시킨 것이다. 이날 도주한 와키자카는 훗날 한산해전과 명량해전 등에서 이순신과 재회하며 악연을 이어간다. 합포에서 승전을 올린 후 함대는 밤중에 남포(藍浦. 현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난포)로 이동해 밤을 지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 해양누리공원 산책로에는 해양신도시를 잇는 서항보도교가 설치되어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 해양누리공원 산책로에는 해양신도시를 잇는 서항보도교가 설치되어 있다./김승권 기자/
◇평탄한 10㎞ 해안 길… 야경 즐기기도 안성맞춤= 이순신 장군의 두 번째 승전이자 왜군들에게 조선 수군의 기세를 알린 합포해전. 경남도는 합포해전지로 추정되는 진해 앞바다와 더불어 마산에도 승전길을 조성하고 있다. 합포해전 승전길 마산구간은 합포수변공원에서 시작해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3·15해양누리공원, 가포해안변공원 등을 따라 마산 앞바다가 들여다보이는 해안 길로 이어진다.
합포수변공원에서 코스를 바라보면 좌측으로 마산항과 마산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창대교도 눈에 띈다. 이곳에서 수협 옆길을 따라 500m가량 차도 옆 인도로 쭉 가다가 다시 바닷가 쪽으로 난 길로 들어서면 또다시 수변공원으로 들어선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 해양누리공원 산책로에는 해양신도시를 잇는 서항보도교가 설치되어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 해양누리공원 산책로에는 해양신도시를 잇는 서항보도교가 설치되어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수변공원 해양전망대에서 시민들이 마산만을 바라보고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수변공원 해양전망대에서 시민들이 마산만을 바라보고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 3·15 해양누리공원의 시작 구간인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에는 김주열 열사 동상이 세워져 있다./ 김승권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 3·15 해양누리공원의 시작 구간인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에는 김주열 열사 동상이 세워져 있다./ 김승권 기자 /
바다 냄새를 즐기며 수변공원을 걷다 보면 마산소방서 앞에서 끊기는데, 소방서와 창원해양경찰서 마산파출소를 따라가면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가 나온다. 이곳에서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뒤편, 3·15해양누리공원으로 넓게 펼쳐진 길엔 자전거 길도 따로 조성돼 있어 도보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타며 즐기기도 좋다. 이곳은 합포해전길 마산구간의 핵심 구간이기도 하다. 2.2㎞가량의 산책로엔 바닷바람과 도시의 경관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밤낮을 가리지 않고 러닝이나 산책을 즐기는 이들이 즐비하다. 다만 이곳에선 바다 쪽으로 마산해양신도시가 가로막고 있어 해전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코스는 3·15해양누리공원을 지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창원학습관 쪽에서 대로변 쪽으로 이어진다. 이곳부터 가포해안변공원에 다다를 때까지 구간은 도로 옆 인도로 이어진다.
인도로 가포신항터널을 지나면 좌측으로 가포신항이 보인다. 가포신항 앞 가포사거리에서 가포해안변공원을 따라 가면 차도가 끊긴다. 여기서 2분 정도 흙길을 지나면 가포해안산책로 데크길이 나온다. 데크길 옆으로 난 방파제에 퍼지는 파도 소리를 듣다 보면 또다시 나무들이 수려하게 펼쳐진 흙길이 이어진다. 도심 외곽에 있어 소음으로부터 벗어난 길엔 파도소리와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가 어우러져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길을 따라 작은 다리가 나오는 곳에 다다르면 가포분동친수문화공원이 나온다. 이곳에서 합포해전 마산구간은 끝난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 장어거리 인근의 합포수변공원에서는 마산만의 등대를 조망하며 산책할 수 있다. / 김승권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 장어거리 인근의 합포수변공원에서는 마산만의 등대를 조망하며 산책할 수 있다. / 김승권 기자 /
경남도는 합포해전길 마산구간을 ‘달 그림자(月影)를 즐기며 밤에 더 걷기 좋은 도심 승전길’로 소개한다. 합포수변공원 인근에서부터 보이는 마산항과 마창대교의 야경은 물론 3·15해양누리공원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불빛이 승전길을 한층 더 빛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또 흙길이나 해안 데크길 등이 거의 없어 밤에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특히 러너들이 이 구간을 달려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코스가 대부분 완전한 평지로 이뤄져 있고, 총길이가 9.9㎞로 10㎞ 기준을 거의 충족하기 때문이다. 또 코스 전반에 바닷바람이 불어와 상쾌하게 운동을 즐기기에도 좋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 장어거리 인근의 합포수변공원에서는 마산만의 등대와 마창대교를 조망하며 산책할 수 있다. / 김승권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 장어거리 인근의 합포수변공원에서는 마산만의 등대와 마창대교를 조망하며 산책할 수 있다. / 김승권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 장어거리 인근의 합포수변공원에서는 마산만의 등대를 조망하며 산책할 수 있다. / 김승권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 장어거리 인근의 합포수변공원에서는 마산만의 등대를 조망하며 산책할 수 있다. / 김승권 기자 /
◇이순신 없는 이순신 승전길= 합포해전 마산구간은 이순신과 관련된 유적이나 전시관, 안내판이 없다. 이곳이 승전길이라는 정보를 사전에 알지 못하면 합포해전과의 관련성을 짐작할 만한 요소는 전혀 없는 셈이다. 이순신 승전길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선 최소한 해변로에 ‘합포해전지’라고 적힌 안내판 등의 조성이 필수적이다. 또 지도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하지 않으면 구간을 찾기가 어렵기에 승전길 코스를 안내하는 이정표가 필요하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신항에서 가포해안변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을 만날 수 있다./ 김승권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신항에서 가포해안변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위령탑을 만날 수 있다./ 김승권 기자 /
또 한국방통대 창원학습관부터 가포신항터널, 마산가포신항으로 이어지는 2㎞가량 구간이 차로 옆 인도로 이어지기에 승전길의 의미를 떠올리기 어렵다. 이곳에선 합포해전이 벌어진 해전지마저 보이지 않는다. 또 마산소방서와 한국방통대 앞, 가포신항터널 출구 쪽 등 코스를 걸으며 건널목을 수차례 건너야 함에도 방향이 명확히 표시돼 있지 않아 혼돈을 줄 우려가 크다.
합포해전 마산구간은 합포해전의 기개와 마산 시민들의 온기, 마산 앞바다의 청량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코스가 대부분 해안 길로 이어지고 공원들을 지나기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목련이 만개하고 벚꽃을 기다리는 시기, 따스한 봄바람을 느끼며 합포해전 마산구간을 뛰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