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오는 6월 6일 필리핀 캔돈에서 개막하는 2026 AVC컵을 통해 차상현 감독 체제의 첫 공식 실전에 나선다. 지난 시즌 VNL에서 1승 11패를 기록하며 하위권에 처졌고, 그 결과 세계랭킹은 40위까지 미끄러진 상태다. 일본·중국·태국 같은 아시아 최상위권 팀이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은 자연스럽게 우승 경쟁권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조별리그에서만 다섯 팀을 상대해야 하고, 대만(37위)은 한국보다 랭킹이 높다. 최종 엔트리 14명의 구성도 차상현 감독 스스로 냉정하게 평가했을 만큼 전력 공백이 존재한다. 이번 AVC컵은 단순한 국제대회 참가가 아니라 2028 LA 올림픽으로 이어지는 긴 레이스의 출발선이다.

한국 여자배구는 2024~25시즌을 기점으로 뚜렷한 전력 하락을 확인했다. VNL 무대에서 11패를 당하며 조기에 승점 경쟁에서 이탈했고, 대회 결과로 세계랭킹이 40위까지 내려앉았다. 이는 곧 VNL 잔류 실패로 이어졌다. 예전의 한국 여자배구가 올림픽 은메달(2012), 4강(2020 도쿄)을 거둔 팀이었음을 감안하면 현재의 위치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수치가 말해준다.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차상현 감독은 초기 소집 18명을 4주간 훈련·평가한 뒤 최종 14명으로 압축했다. 확정된 명단은 세터 김다인·이수연, 리베로 이영주·한다혜, 아웃사이드 히터 강소휘·김효임·박여름·이예림·정윤주, 아포짓 나현수, 미들블로커 김세빈·박은진·이다현·이주아다. 주장은 강소휘가 맡는다.
차 감독은 엔트리 발표 과정에서 "14명 중 소속팀에서 확실히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3분의 1에서 절반 수준"이라고 직접 밝혔다.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 비중이 늘면서 국내 공격수들의 실전 기회가 줄어든 구조적 문제를 감독 본인이 공개적으로 짚은 것이다. 이 발언은 현 대표팀의 전력 수준과 과제를 동시에 압축한다.

대회는 12개국이 A·B 두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고, 각 조 상위 2팀이 준결승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경기장은 필리핀 캔돈시티아레나(Candon City Arena, 수용 인원 약 8,000명)이며, 전 경기는 Volleyball World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한국이 편성된 A조의 구성은 대만(37위), 한국(40위), 필리핀(46위), 키르기스스탄(62위), 호주(73위), 우즈베키스탄(87위)이다. 랭킹 기준으로만 보면 한국은 조 2위권이지만, 대만에는 밀린다.
한국의 조별리그 일정(한국 시간 기준)은 다음과 같다.
6월 6일(토) 22:00 vs 키르기스스탄
6월 7일(일) 22:00 vs 우즈베키스탄
6월 9일(화) 16:00 vs 필리핀
6월 11일(목) 19:00 vs 호주
6월 12일(금) 22:00 vs 대만
키르기스스탄(62위)과 우즈베키스탄(87위)은 이번 대회 최하위권 상대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은 A조 6팀 중 랭킹이 가장 낮고, 키르기스스탄은 이번 대회가 AVC컵 데뷔 무대다. 이 두 경기는 3-0 풀세트 승리가 목표다. 조별리그는 승수와 세트득실이 함께 적용되기 때문에, 약팀전에서 세트를 잃으면 이후 순위 계산에서 불리해진다.

첫 번째 고비는 6월 9일 필리핀전이다. 필리핀은 랭킹 46위로 한국보다 낮지만 개최국으로서 홈 관중을 등에 업는다. 2025년 AVC컵 준우승, 2025 AVC 네이션스컵에서 대만을 풀세트 끝에 꺾는 등 최근 상승세가 뚜렷한 팀이다. 한국이 초반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홈 분위기에 눌릴 가능성이 있다.
호주(73위)는 체격 조건과 블로킹 높이가 변수다. 2026 OZVA 예선 우승으로 참가 자격을 얻었고, 과거 AVC 무대에서 4위권 성적을 낸 팀이다. 한국이 리시브 연결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면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방심하면 높이에서 고전한다. 호주전(11일)과 대만전(12일)이 이틀 연속으로 이어지는 일정도 체력 변수다.
대만(37위)은 조별리그 최대 고비다. AVC컵 2023년·2025년 연속 3위를 기록한 팀이고, 현재 랭킹도 한국보다 3계단 위다. 수비 집중력과 낮고 빠른 공격 템포가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이 조 1위로 준결승에 오르려면 대만전 승리가 사실상 필수 조건이다.
B조에는 베트남(28위), 카자흐스탄(35위), 이란(47위), 인도네시아(70위), 홍콩(81위), 레바논이 편성됐다. 한국이 A조 2위로 올라가면 준결승 상대가 B조 1위, 즉 베트남이나 카자흐스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두 팀 모두 한국보다 랭킹이 위다. 조 1위로 올라가야 준결승 상대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이번 AVC컵에서 한국의 전력 구조를 보면 세터와 미들블로커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김다인은 국제대회 경험과 경기 운영 면에서 현재 국내 세터 중 가장 신뢰도가 높고, 김세빈·박은진·이다현·이주아로 구성된 미들블로커 조합은 아시아 중위권 상대를 상대로 높이 싸움에서 우위를 만들 수 있다. 강소휘는 리시브와 공격을 동시에 책임지는 팀의 중심축이다.
문제는 공격 결정력의 분산이다. 전문 아포짓은 나현수 단 1명이고, 나머지 득점 부담은 강소휘·정윤주·박여름·이예림에게 분산된다. 특정 선수 한 명에게 공격이 쏠리는 순간, 대만이나 필리핀 수준의 블로킹은 이를 읽고 집중 수비를 펼칠 수 있다. 차 감독이 '주전 확실한 선수가 절반'이라고 언급한 맥락도 여기에 닿아 있다. 실전 경험이 줄어든 공격수들이 국제 무대 강도에서 어떤 결정력을 보여주느냐가 이번 대회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AVC 대회 성적은 세계랭킹 포인트와 직결된다. VNL 강등 이후 랭킹 회복은 2028 LA 올림픽 본선 티켓과 연결된 장기 과제다. 오는 8월 아시아선수권대회, 9월 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올림픽 출전권을 향한 주요 분기점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AVC컵은 차상현호가 실전 조합을 점검하고 선수들의 국제 무대 적응력을 가늠하는 첫 번째 기회다. 결과만큼이나 과정에서 어떤 선수가 책임감 있는 장면을 만들어내느냐가, 앞으로의 스쿼드 구성을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6월 6일 키르기스스탄전을 시작으로 한국의 AVC컵 일정이 본격 가동된다. 최소 목표는 A조 2위 이내 4강 진출, 현실적 목표는 결승 진출, 이상적 목표는 우승이다. 그 과정에서 공격 다변화가 실현되느냐, 차상현 감독이 어떤 조합을 실전에서 검증하느냐가 이번 대회의 진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과연 차상현호는 첫 실전에서 어떤 답을 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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