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케즘(수요 정체)이 길어지면서 어느새 하이브리드 차량이 대세가 됐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춘 회사와 부족한 회사의 실적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후자의 대표적 사례가 일본 닛산자동차다. 하이브리드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 닛산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KG모빌리티(KGM)가 브랜드 최초 하이브리드 모델인 '토레스 하이브리드'를 내놓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내연기관, 순수 전기차라는 파워트레인 라인업의 마지막 빈 곳을 하이브리드로 채운 것이다.
토레스는 중형 SUV다. 차체는 길이 4705/너비 1890/높이 1720/축간거리(휠베이스) 2680mm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모델이 동일하다. 테일게이트 하단의 'HYBRID' 표시가 없으면 내연기관 모델과 구분하기 힘들다.
외관은 KGM 디자인 핵심인 '강인함과 모던함'에 맞게 단단한 인상을 준다. 세로격자 모형의 버티컬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 좌우 양쪽 볼륨을 강조한 후드, 북두칠성을 모티브로한 LED 헤드램프 등이 어우러진 전면부와 직선 위주의 측면부는 역동적인 정통 SUV 모습이다.
내부도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거의 같다. 1열 앞쪽에는 운전석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중앙 12.3인치 KGM 링크 내비게이션(터치 스크린)을 하나의 화면으로 연결한 파노라마 와이드 스크린이 있다. 시인성도 좋았고 터치 반응도 빠른 편이었다.
2열 레그룸과 헤드룸은 넉넉했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 앞 공간에 충분히 여유가 있다. 뒷트렁크 용량은 687L(VDA 기준)이며 2열 시트를 접으면 1501L까지 늘어나 아웃도어 활동도 문제가 없을 듯하다.
다만 요즘 추세에 따라 물리버튼을 없애고 중앙 터치스크린으로 대부분 통합되면서 원하는 기능을 찾으려면 몇번 조작해야 한다. 드라이브 모드(에코, 노멀, 스포츠)의 경우, 별도 버튼이 없어 중앙 터치 스크린 상단에서 손가락으로 밀어 내려야 변경 화면이 보인다. 주행 중 하기에는 불편함이 따른다.
토레스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은 1.5L 터보 가솔린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과 직병렬 듀얼 모터로 이루어졌다. 엔진 최고출력은 150마력, 최대토크는 22.5kgf·m이며 구동모터 최고출력은 130kw(177마력), 최대토크는 300Nm(30.6kgf·m)다.
시동을 걸고 본격적인 시승을 시작하자 하이브리드의 장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KGM이 "도심에서 EV 모드로 94%까지 주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한 것이 떠올랐다.
실제로 저속에서 토레스 하이브리드는 거의 전기차에 가까웠다. 신호등이 연달아 나오는 도로를 저속 주행할 때는 대부분 전기모터의 힘으로 가는 'EV' 모드가 계기판에 표시됐다.
토레스 하이브리드의 공인 복합 연비는 경쟁차종들과 비슷하고 무난한 수준이다.
도심과 고속도로가 포함된 80여km의 시승 구간에서 '스포츠' 모드였음에도 연비는 16km/L 이상을 기록했다. 공인 복합연비 15.2~15.7km/L보다 높게 나왔다. 가솔린 엔진 모델의 공인 연비 11.12km/L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도로환경이나 운전 스타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에코'나 '노멀' 모드라면 더 좋게 나왔을 것이다.
토레스 하이브리드는 회생제동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가장 강한 3단계로 설정해도 시승 당시 실제 제동 강도는 적당했고 배터리 충전도 빠른 편이었다.
주행 성능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저속일 경우 사실상 전기차라 조용하면서 부드러웠고 고속주행에서도 힘이 충분했다. 정지상태에서 모터의 힘을 사용하는 출발가속과 고속도로 주행 중 추월가속 모두 잘 치고 나갔다.
하체는 단단한 편이다. 급한 코너를 돌 때 좌우 기울기도 적고 안정적이다. 과속방지턱이나 거친 노면을 지날 때 올라오는 진동을 잘 걸러줘 승차감도 좋다. KGM은 초기 내연기관 모델 출시 이후 전체적으로 토레스의 하체 세팅을 조금 단단하게 바꿨다고 한다.
긴급제동 보조 등 안전사양과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IACC) 등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도 제대로 갖췄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T5가 3140만원, 상위트림 T7이 3635만원이다. 경쟁모델보다 100만~300만원 낮아 가격 경쟁력이 있다.
KGM이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시장에 도전장을 낸 만큼 토레스 하이브리드는 분명한 차별점들을 만들어 냈다. 나무랄 데 없는 승차감, 전기차 같은 특성, 가성비 등이 큰 장점이다. 도심 주행 위주 운전자에게는 더욱 실용적인 중형 SUV일 듯하다.
/지피코리아 경창환 기자 kikizenith@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K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