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정(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대한민국의 가수이자 발라드의 여제, 숨소리도 노래로 소화하는 가수 장혜진의 전시《소요인상(逍遙印象)》(11.9-12.3)이 갤러리치로(www.gallerychiro.net)에서 열린다.
대표곡은 ‘꿈의 대화’, ‘완전한 사랑’, ‘키 작은 하늘’, ‘내게로’, ‘그 남자 그 여자’을 감성어린 목소리로 들려준 장혜진은 버클리 음악대학에서 프로페셔널음악학과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에서 퍼포밍아트학 석사, 상명대학교에서 공연예술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양여자대학 실용음악과 교수로 활동중이다.
하지만 그가 그려낸 유려한 자연은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이의 솜씨라고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자연 속에서 겪은 경험의 순간을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방식으로 포치(布置)하는 방식, 스냅 사진과 같은 정경(情景; 감흥어린 경치)을 평판화 느낌의 오리지널 페인팅으로 전환하는 작업들이 그것이다. 먼발치에서 보면 아카데믹한 중견 화가의 그림 같지만 알고 보면 도전하지 않은 장르가 없는 ‘종합예술가’로서의 면모가 반영된 것이다.
장혜진이 그림에 입문한 것은 산행과 여행을 즐기는 습관 때문이다. 내편 네편을 가르지 않고 산하에서 삶과 철학을 체득하며 관조해서인지 그림에서도 노래처럼 삶의 메시지가 읽힌다. 한나절은 거친 산에 매달려 동양화 속 작은 인물이 되었다가, 한나절은 싸리 눈을 맞고도 살아난 꽃의 내면을 그린 미시적 관찰자가 된다. 노래하는 음유시인 마냥 탈속(脫俗)을 꿈꾸는가 싶더니, 낙엽 소리, 산짐승들과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화를 나눈다.
형형색색의 모래 바위, 작열하는 태양 아래 드리워진 거대한 사막의 모뉴먼트가 붉은 암반과 수풀 고원으로 둘러싸인 자이언 캐니언을 장혜진은 손의 에너지 속에서 소환된다. 벗겨낸 자연인 듯 보이지만 그 안에도 동물들이 살고 삶의 에너지가 자리한다.
직선보다는 곡선을 추구하고 파도를 타는 듯한 리드미컬한 선율도 느껴진다. 그리면서 완성되는 무계획의 계획이 그림 안에 담긴다. 장혜진의 자연을 보는 순간, 우리는 그의 음색이 그림 안에 녹아있음을 쉬이 이해할 수 있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자유로울 수 있는 작품 세계, 꽃이었나 하면 산이 되고 그리는 자체가 자신이 되는 풍경들 속에서 비우고 채우는 삶의 의미를 배우게 된다. 우리는 스스로 고독에 빠지고 고독에 절망한다. 삶은 소멸하면서 생성을 꿈꾼다. 그렇게 삶의 순환을 노래한 장혜진의 작품 세계는 자연에서 삶의 절망과 번뇌를 문지르며 희망을 캐는 순응하는 예술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작품(음악/그림)을 보는 객관화된 모습들 속에서 내가 좋으면 타인도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것이 직관을 믿고 붓 가는 대로 그리는 이유다. 그림 속 동물은 나 자신의 모습이다.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는 인연들, 색과 색 사이에 뜨거움과 차가움이 넘나드는 까닭은 인생의 희로애락이 찰나 속에서 각기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암벽등반을 통해 거시적 안목을, 트래킹을 통해 관찰하는 자세를 익힌다. 노을을 즐기는 일상에서 ‘소요인상’에 대한 서사가 시작된 것이다.”(작가 인터뷰 중에서)












Ω 전시명 : '소요인상(消遙印象)-FLOW' 전 / 장혜진 작가
Ω 전시기간 : 2022년 11월 9일 ~ 12월 3일(일, 월 휴무)
Ω 관람시간 : 11:00 ~ 18:30
Ω 장소 : 갤러리 치로(강남구 강남대로 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