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성 인정 안 돼’ 곽상도 무죄 판단에... 檢 향후 수사 영향
’김만배 발언 신빙성 없다’는 法, 녹취록 깐깐히 따질 듯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50억원을 받기로 약정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이 받은 퇴직금과 성과급에 ‘대가성’이 없었다며 곽 의원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50억 클럽 나머지 멤버들에 대한 수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8일 대장동 사업에 도움을 주고 아들 퇴직금·성과급 명목으로 50억원(세금 제외 25억여원)을 받았다는 곽 전 의원의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공여자로 기소된 김만배씨 또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다만 곽 전 의원이 2016년 총선 전후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는 유죄로 인정됐으며, 벌금 800만원이 선고됐다.
◇ ”50억원, 과한 돈 맞지만 대가성 뇌물로 인정 어려워”
검찰은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가 6년차 대리급 직원이었음에도 50억원을 받은 것이 대가성 뇌물이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곽 전 의원이 지난 2015년 호반건설의 대장동 사업 ‘그랜드 컨소시엄’ 참여 제안을 받은 하나은행을 설득해 화천대유가 속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잔류시켰는데, 아들의 퇴직금과 성과급이 그 대가였다는 취지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국민의힘 부동산 투기조사특별위원회 소속으로 대장동 사업을 감시했으므로 직무관련성도 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병채씨가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에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병채씨가 수행한 업무 등에 비춰볼 때, 50억원은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면서도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곽 전 의원이 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성남의뜰 컨소시엄 유지를 위해 김씨가 도움을 요청했다거나 곽 전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외에도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50억원을 줘야 한다”고 말한 시점이 이른바 ‘대장동 일당’ 내에서 분쟁이 생긴 이후라는 점, 김씨가 이 돈을 성남의뜰 컨소시엄 와해 위기 문제 해결과 연관 지어 말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곽 전 의원의 ‘직무 관련성’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했던 국민의힘 부동산 조사특위 활동은 국회의원의 직무권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병채씨의 수령 계좌에 입금된 성과급 중 일부라도 곽 전 의원에게 지급됐거나 곽 전 의원을 위해 사용됐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대장동 사업과 당시 조사특위였던 곽 전 의원의 직무 관련성은 인정되지만, 50억원을 곽 전 의원이 받은 돈으로 볼 수는 없어 무죄라는 취지다.
◇ ‘정영학 녹취록’ 깐깐하게 따진 재판부... 檢 50억 수사 난항 예정
곽 전 의원의 이번 뇌물 혐의 사건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처음 나온 법원의 판단인 만큼,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돼왔다.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사건의 발단이 됐던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 대한 법원 판단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곽 전 의원의 사건도 녹취록에서 시작됐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는 김씨가 “병채 아버지(곽 전 의원)는 돈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며 곽 전 의원을 언급하는 내용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검찰은 녹취록과 함께 다른 증거를 토대로 유죄를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김씨는 해당 발언이 ‘동업자들을 속이기 위한 허언’이라고 맞섰고, 곽 전 의원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녹취록 내용이 김씨가 직접 한 발언은 맞지만, 그 발언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녹취록 내용의 신빙성을 까다롭게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의 재판부가 대장동과 관련된 다른 사건도 심리하는 만큼, 이날 판결이 다른 사건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50억 클럽’ 수사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권 전 대법관이나 박 전 특검에게 곽 전 의원의 판결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이 관련 수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곽 전 의원을 기소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뚜렷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아 수사가 흐지부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50억원에 대해 ‘의심스러운 돈’이라고 판단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며 “검찰 입장에서는 증거를 탄탄히 하는 데 더 힘을 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은 이날 판결이 나온 후 “객관적인 증거 등으로 확인된 사실 관계에 비춰, 재판부의 무죄 판단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판결문을 상세히 분석한 후 적극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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