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현의 풀스윙] 100억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한화의 새 심장이 된 강백호

- 잦은 부상과 애매한 포지션 우려 딛고 이적 첫해부터 타점 부문 단독 1위 질주
- 노시환·채은성 이탈 악재 속에서도 타선 중심 잡으며 5강 도약의 해결사로 맹활약
- 억지로 당겨치지 않는 정교함에 리더십까지 장착, 달라진 천재 타자의 진화

“결국은 강백호였다.”
요즘 한화 경기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말이다.
점수가 필요한 순간, 주자가 쌓인 상황, 흐름을 바꿔야 하는 타석. 결국 벤치와 팬들의 시선은 한 사람에게 향한다.
그리고 꽤 높은 확률로 결과가 나온다.

지난겨울 한화는 강백호에게 4년 최대 100억 원을 안겼다. 시장은 술렁였다.
“몸 상태는 괜찮나?”
“수비 포지션은 어떻게 하나?”
“예전 폭발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의심은 적지 않았다. 솔직히 이해도 갔다.
최근 몇 년의 강백호는 천재와 불안함이 공존하는 타자였기 때문이다.
좋은 날엔 리그 최고 타자 같다가도, 흐름이 끊기면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런데 올 시즌은 조금 다르다.
강백호는 5월 들어 완전히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12경기 연속 안타. 5월 타율 0.489. 무엇보다 중요한 건 득점권이다. 득점권 타율이 무려 0.478이다.
주자가 나가 있으면 더 집중하고, 더 단순하게 친다. 괜히 타점 1위가 아니다.
예전의 강백호는 힘으로 경기를 지배하려 했다. 큰 스윙으로 분위기를 뒤집으려는 욕심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억지로 잡아당기지 않는다. 좌중간으로 밀어치는 타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변화구 대처도 차분해졌고,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흥미로운 건 그렇게 욕심을 덜어내자 오히려 장타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점이다.
타격은 힘이 아니라 타이밍이라는 말을, 강백호가 몸으로 보여주는 느낌이다.
한화 입장에서는 더 반가운 대목이 있다.
올 시즌 한화는 결코 안정적인 팀이 아니다.
마운드는 들쭉날쭉했고, 노시환은 초반 극심한 부진 끝에 2군까지 내려갔다. 채은성도 부상 변수에 시달렸다. 자칫 타선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흐름이었다.
그런데 강백호는 버텼다.

문현빈, 페라자 같은 타자들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중심에서 강백호가 연결고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상대 투수 입장에선 주자가 쌓인 상황에서 강백호를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감 자체가 크다.
최근에는 경기장 밖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연패 분위기 속 선수단 미팅에서 먼저 목소리를 냈고, 더그아웃 분위기를 다잡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단순한 FA 거포가 아니라 팀 중심축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시즌은 길다.
강백호가 진짜 달라졌는지는 여름 이후 확인해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반복됐던 기복 문제도 아직 완전히 지워진 건 아니다.

다만 분명한 건 있다.
지금의 강백호는 예전보다 훨씬 영리하게 야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화가 바라던 ‘100억짜리 해결사’의 모습도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글/구성: 민상현 기자, 김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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