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자동차의 전동화 바람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불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비중은 전체 자동차 시장의 10%를 넘어섰고, 올해는 그 비중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19세기 후반, 독일의 고틀리브 다임러와 칼 벤츠가 각각 개발해서 150년 가까이 자동차를 움직였던 ‘내연기관’의 시대는 점차 저물어가고, 이차전지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추세다.
내연기관 엔진은 연소 원리를 이용하여 열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바꾸어 주는 기계다. 수천개의 부품이 에너지를 만들어 내기에, 공학기술의 결정체로도 불린다. 연료로는 가솔린, 디젤, 알코올, 천연가스 등이 사용된다. 2차 산업시대의 주요 동력원으로 사용된 내연기관도 단점이 있다. 연료 연소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발생하고, 기계적인 부품의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전기차다.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가장 다른 점은 에너지원이다. 엔진 대신 이차전지를 사용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결국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배터리 시장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장조사 업체인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30년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2021년의 약 7배 이상인 약 5000억달러(약 65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니켈 기반 삼·사원계 배터리, 中의 LFP 배터리

특히 현재 전기차 배터리의 주류인 '삼원계 배터리' 시장은 급격한 성장이 기대된다. 삼원계 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화학 구성을 가지며, 용량이 크고 높은 충·방전 성능을 가지고 있다. 삼원계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수요 증가와 국가별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2030년까지 약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삼원계 배터리도 그 종류에 따라 장단점이 분명하다. 우선 국내 전기차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NCM 배터리는 안전성이 높다. 또 에너지 밀도가 높아 충전량이 큰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출력이 낮기 때문에, 충전 시간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최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코발트와 망간을 줄이고 니켈 비중을 극대화한 '하이니켈'(니켈비중이 높은) 배터리 기술력을 강화, 전세계 전기차에 공급하고 있다.
NCA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충전량이 큰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빠른 충전이 가능하며, 큰 출력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NCA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전기차는 바로 테슬라, 포르쉐다. 폭발적인 가속력을 발휘하기에 NCA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발트의 가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NCA 배터리의 가격도 비싸다. 또 안전성과 열관리가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사원계 배터리도 개발됐다. 사원계 배터리는 '리튬 코발트 산화물'(LCO)을 기본으로 한 삼원계 배터리에 원소 하나가 더 추가돼, 총 4개의 금속 원소가 양극재를 구성하는 배터리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사원계 배터리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가 있다. NCMA는 니켈과 망간의 함량을 극대화해서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동시에 잡았다. 또 알루미늄 원소가 출력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전기차의 가격경쟁력, 안정성 강화 측면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주로 양산하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가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LFP 양극재는 리튬과 인산철(FePO4)을 핵심 원료로 한다. 다른 원료 대비 가격이 높은 니켈·코발트는 함유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우수하다. 하지만 삼원계 배터리 대비 대비 용량·에너지밀도가 낮아 전기차 주행거리 증대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의 닝더스다이(CATL)는 LFP의 단점을 보완한 'M3P' 배터리를 개발, 삼원계 못지 않은 성능이 발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양산 기술 개발 경쟁 심화

최근에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연구개발(R&D)도 많이 진행됐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배터리다. 이를 통해 더 높은 에너지 밀도, 긴 수명, 안정성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한 기업으로는 삼성SDI와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삼성SDI는 2020년 7월, 자사에서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2021년 1월 CES에서 자사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소개했다. 이듬해에는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900Wh/L 이상으로 향상시킨 것을 공개했다.
올해 초 열린 배터리 관련 국내 최대 산업 박람회인 ‘인터배터리 2023'에서 삼성SDI는 은나노 입자와 탄소복합체를 음극제로 적용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선보였다. 이 음극제는 리튬이 음극 표면에 쌓여 배터리 분리막을 서서히 훼손시키는 '덴드라이트' 결정 생성을 억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삼성SDI는 상반기 중으로 수원 연구소 내 파일럿 라인 'S라인'을 완공하고, 하반기부터 시제품 양산에 돌입한다. 2025년까지 양산 기술 안정화, 2027년 본격 대량 양산을 목표로 한다.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도요타는 2021년 3월에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전고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550Wh/L 이상으로 높이고, 충방전 효율을 개선하는 등의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요타는 일본 배터리 전문 기업 '파나소닉' 등과 기술개발을 함께 진행 중이다.
다른 업체들도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R&D가 한창이다 SK온은 황화물계와 고분자 복합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전극활물질 경계면의 거부반응을 최소화함으로 초기 용량 발현율을 향상시켰다. 고분자 복합계 전고체 배터리는 유기물과 무기물을 혼합한 형태로, 온도 상승과 화재 예방 효과가 크다. SK온은 2028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LG엔솔은 리튬메탈, 실리콘 100% 음극재를 사용한 전고체 배터리와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 적용을 목표로, ESS, IT 기기 등에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배터리 폼팩터 경쟁, 앞서가는 각형·'다크호스' 원통형

배터리 폼팩터(형태)에 대한 주도권 경쟁도 치열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배터리 폼팩터별 점유율은 각형이 전체의 69%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파우치형의 경우 전체의 19%, 원통형은 12%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각형 배터리의 우월적 지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점유율은 전년 대비 2% 포인트(p) 증가한 71%까지 커지고, 2025년까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파우치형의 시장 점유율은 다소 감소한 17%를 기록고, 2025년 18%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원통형은 올해 12%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지만, 2025년까지 10%로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각형 배터리가 이처럼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중국 전기차 업체의 선전 덕분이다. 중국은 CATL, 비야디(BYD), 중촹신항(CALB), 궈시안 등 모든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각형 배터리를 생산한다. 특히 CATL은 세계 1위 배터리 셀 업체로, 자국 브랜드 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 BMW, 볼보, 테슬라 등 글로벌 주요 전기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테슬라와 전기차 세계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BYD는 전기차 판매량이 느는 만큼 자사 배터리 이용량도 증가세다. 국내 기업인 삼성SDI도 각형 배터리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파우치형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주도한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가 길다는 장점이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젤리롤을 사용하지 않는다. 양극, 음극,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를 층층이 쌓아 내부를 채운다. 이후 양·음극 전극을 파우치에 얹어 접착시키고 파우치 안에 전해액을 주입하는 식으로 만든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소재를 쌓아 올리는 형태로 공간을 빈틈없이 꽉 채울 수 있다. 배터리 모양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각형 배터리와 달리 외관이 단단하지 않다. 쌓아 올린 소재를 필름 소재의 주머니(파우치)가 감싼 형태여서 겉면이 단단하지 않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다양한 크기로 만들 수 있고, 접기도 쉬워 L형 등으로도 만들 수 있다. 전 세계 완성차 업체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배터리를 만들기에 용이하다. 대체로 얇고 넓어 상대적으로 무게도 가볍다.
다만 단점도 있다. 외부 포장이 약하고, 내부 구조 특성상 대량 생산 때 각형 배터리에 비해 불리하다. 또 소재를 쌓아 올리는 공정이 둘둘 마는 것에 비해 돈이 많이 든다. 전해액을 주입한 뒤 마감하는 과정에서 소량의 가스가 나와 가스 제거 공정이 추가로 필요하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화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파우치형이다. 이 역시 배터리 폼팩터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들어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원인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2020년 9월 '배터리 데이'에서 4680(지름 46㎜·높이 80㎜) 원통형 배터리를 선보였다. 기존의 2170(지름 21㎜·높이 70㎜) 원통형 배터리보다 크기가 5배나 큰 4680 원통형 배터리는 테슬라 차량의 주행 거리를 늘리고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양극과 음극을 쌓은 구조에서 전극을 플레이트 형태로 배치하는 구조로, 배터리의 충·방전 속도를 높이고,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기에 적합하다.
국내 기업들도 4680 원통형 배터리 생산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1위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에 '2170'(지름 21㎜·높이 70㎜)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이는 중국 상하이와 독일 베를린에서 만드는 '모델3', '모델Y'에 들어간다. 최근 충북 오창2공장에 5,800억 원을 들여 '4680'(지름 46㎜·높이 80㎜) 원통형 배터리 생산 라인을 새로 깔았다. 4680은 테슬라의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규격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원통형 배터리 기술력이 높은 삼성SDI도 희망을 품게 됐다. 삼성SDI는 충남 천안 공장에 '46XX'(지름 46㎜·높이 미정) 원통형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다. 2025년 양산이 예상돼, 배터리 수급이 부족한 테슬라의 주요 공급 후보로 꼽히고 있다. 다만 4680 원통형 배터리의 대중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 대량생산 과정에서 수율을 맞추지 못해 제대로 된 양산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