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서점도 한강 서적 품귀 … 이베이엔 초판 경매
영문판 사인본 100만원 경매
국내선 한강책 독서모임 늘고
헌책방까지 재고 문의 급증
부친 한승원 책도 베스트셀러
◆ 한강 신드롬 ◆
한강 작가의 책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온라인 중고시장이 한 작가 책 구매 열기로 들끓고 있다. 초판이란 책의 1쇄, 즉 첫 번째 판본을 의미하는데 재고가 소진돼 한 작가 책을 오프라인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없자 고가에 책을 팔고 이를 사려는 독자 분위기가 형성돼서다. 심지어 온라인 중고서점 알라딘에는 "한 작가 대표작 '채식주의자' 초판 저자 사인본을 500만원에 팔겠다"는 내용의 북셀러 글까지 등장했다. 매매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비현실적 호가지만 한 작가 책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3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현재 알라딘 오프라인 중고서점에선 한 작가의 책이 거의 소진됐다. 알라딘에 등록한 개인 판매자가 한 작가의 중고서적을 판매 중이긴 하지만 책 가격에 3000원 남짓 하는 배송료를 추가하면 정가 이상의 책만 남았고, 그조차도 재고가 적다.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인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작가 사인이 담긴 책은 이미 고가에 매매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년이 온다'는 20만원에 거래가 완료됐다는 글이 검색되고 있으며, 같은 책의 초판 1쇄를 '20만원, 40만원에 구매하고 싶다'는 글도 올라온 상태다. 한 작가 '채식주의자'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단편집 '내 여자의 열매'는 판매가가 10만원이다. 심지어 같은 카페에선 노벨문학상 수상 다음 날 한 작가 수상 기사가 1면 톱으로 담긴 11일자 조간신문 세트까지 판매 중이다.
영국에선 이미 '채식주의자' 영문판의 초판 사인본 경매가 시작됐다. 미국에서 2015년 출간된 초판 에디션으로 낙서 하나 없이 깨끗한 데다 책을 펼치면 첫 장에 한 작가의 한글, 영문 친필 사인이 있는 이 서적의 입찰가는 520파운드(약 92만원)로, 입찰자가 13일 오후(한국시간) 47명까지 늘어났다. 일주일 뒤 낙찰자가 선정되는데 낙찰가는 100만원을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 이베이에선 토니 모리슨(1993년 노벨문학상)의 대표작 '빌러비드' 사인본이 700달러, 오르한 파무크(2006년 수상)의 '이스탄불' 사인본은 300달러, 아니 에르노(2022년 수상)의 '단순한 열정'은 400달러에 거래 중이다.
한 작가 책 구매 행렬은 주말 사이 헌책방에서도 이어졌다. 경기 고양시 유명 헌책방인 '이상한나라의헌책방'의 윤성근 대표는 "방문한 손님들에게 한 작가의 책이 남았는지에 대한 문의를 받았고, 이미 판매됐다"고 말했다.
한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유명 북클럽들은 일제히 '한강 소설 읽기' 모임 개설을 준비 중이다. 한 작가의 책을 다수 펴낸 문학동네의 독서 모임 '독파'는 그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흰' '희랍어 시간' '검은 사슴' '디에센셜 한강' 등 5권의 독서 모임을 만든다. 독파를 담당하는 박민재 문학동네 팀장은 "노벨문학상 수상 다음날인 11일부터 독파 홈페이지를 점검 중이며, 오는 16일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한 작가의 책 5권 전권의 독서 모임을 개시한다"고 말했다.
'한강 특수'는 그의 부친 한승원 작가의 책 판매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지난 주말 한 작가의 노벨상 특별 매대에 '한승원 작가 도서 모음전: 소설가 한강 그의 아버지, 세대를 이어가는 감성의 힘' 자리를 마련했다. 한승원 작가의 2023년 소설 '초의'는 이날 교보문고 온라인 베스트셀러 소설 분야에서 전날보다 205계단 상승한 250위로 껑충 뛰었다.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산문집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강 책 특수는 뉴욕 최고 서점에서도 매진으로 이어졌다. 반스앤드노블 뉴욕 맨해튼점과 록펠러센터점에는 한 작가 저서가 단 한 권도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런던의 대형서점 워터스톤스의 트래펄가 광장점, 포일스의 채링크로스점에서도 한 작가의 책이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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