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30일 점령지 병합 선포".. '영토 보호' 핵공격 현실화 우려
러 탈출하는 차량 행렬… 16km 줄서 미국 민간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25일 공개한 러시아와 조지아 접경 지역 위성사진에서 예비군 동원령이 발표된 뒤 러시아를 빠져나가려는 자동차들이 조지아 방향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CNN은 국경에서 약 16㎞ 떨어진 곳까지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고 보도했다. AP 뉴시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 병합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영국 국방부는 예상했다. 특히 ‘러시아 영토 보호’를 명분으로 한 핵무기 사용을 시사한 푸틴 대통령이 병합한 점령지가 공격받았다는 이유로 핵무기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45년 이후 77년 만에 핵 공격이 현실화될 위기에 처한 것. CNN은 “전쟁이 위험한 티핑포인트(급변점)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점령지 병합 속도전… “우크라전쟁, 위험한 급변점 도달”
러, 30일 점령지 병합 선언
도네츠크 투표소 벌써 러 국가 연주
푸틴, 병합지역 계엄령 선포 할 수도… 최측근은 핵사용 가능성 또 언급
러 징집센터-정부 건물 54곳 불길… 반대시위 확산속 26만명 러 탈출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점령지 4곳에 대한 병합 절차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 때처럼 순식간에 완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27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살도 헤르손 지역 군민행정 책임자가 “(러시아) 권력 제도가 빨리 작동할수록 사람들이 살기가 더 쉬워진다”며 “헤르손 지역이 러시아연방에 편입되는 과도기는 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국제법을 무시한 채 다른 나라 영토를 집어삼키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속도전에 우크라이나가 동서 분단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 푸틴, 30일 합병·계엄령 선포 가능성
타스통신은 27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주, 남부 자포리자와 헤르손주 등 4곳에서 병합을 위한 투표가 이날 오후 4시 종료됐다고 보도했다. 26일 밤 기준 투표율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86.98%,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83.61%, 헤르손주 63.58%, 자포리자주 66.43%로 집계됐다. 타스통신은 “‘투표율 50%’ 기준을 넘어서 투표가 유효하다고 발표됐다”고 전했다.
병합 투표가 진행된 4곳은 총 면적이 9만 km² 이상으로, 60만3550km² 정도인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5%에 달한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맞은 러시아는 개전 직후 장악했던 하르키우주에서 철수했고 나머지 점령지를 시급히 사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11월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 병합을 위한 주민투표가 2개월가량 앞당겨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투표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이 지역의 영토 귀속을 위한 입법 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30일 의회 연설에서 이 점령지들을 러시아연방에 편입하겠다고 발표할 수 있다고 영국 국방부가 27일 밝혔다. 이미 소셜미디어에서는 도네츠크주의 한 투표소에서 러시아 국가가 연주되는 영상이 돌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러시아가 합병 뒤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란 현지 보도가 나왔지만 러시아 정부는 계엄령이나 국경 폐쇄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며 부인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 ‘핵전쟁’ 공포 현실화 가능성 높아져
푸틴 대통령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르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7일 다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위협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가장 무서운 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상상해 보라. 그래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직접 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5일 미 CBS방송에서 “러시아 측과 고위급에서 소통해 핵무기를 사용하면 러시아는 치명적인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투입을 위한 예비군 30만 명 동원을 선포한 데 대한 항의 시위는 징집 센터에 대한 공격으로 격화되고 있다. 26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동원령 공포 이후 현재까지 러시아 내 군 징집센터를 비롯한 정부 건물 54채가 불에 탔다”고 현지 매체 메디아조나를 인용해 보도했다. 시위대가 징집센터를 겨냥해 공격한 것만 17건으로 집계됐다. 또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는 연방보안국(FSB) 관계자를 인용해 “당국이 국경을 봉쇄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이달 21∼24일 26만1000명이 러시아에서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27일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의 발트해 해저관 3개에서 하루 새 연이어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노르트스트림-1은 이달 초부터 가스 공급이 중단됐으나 내부에는 여전히 많은 양의 가스가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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