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풍이 창사 이후 첫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했다. 은행 등을 통한 단기차입금에 의존해온 영풍에 ABS는 일종의 '조달 우회로'다. 기존 차입금보다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덜하고 대출 기간도 길어 은행 차입 대신 활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풍은 특수목적회사(SPC) 롱리치하나제일차를 통해 500억원을 확보했다. 롱리치하나제일차는 영풍에 500억원을 대출하기 위해 3개월마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하고 있다. 이달 21일 2회차 발행도 잘 마무리됐다.
영풍은 500억원을 만기일인 2027년 1월21일에 돌려주면 된다. 롱리치하나제일차는 영풍이 대출채권을 갚기까지 3개월마다 ABCP를 투자자에 판매하게 되며, 시장에서 ABCP를 인수하겠다는 투자자가 없으면 하나은행이 이를 매입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이 증권의 주관회사다.
ABS는 자산유동화로 빠르게 필요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방법이다. SPC 설립 등 조달 구조가 매우 복잡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신용도 하향 압박을 받지 않고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점 때문에 영풍이 ABS를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3년 사이 영풍은 단기차입금을 늘렸다. 현금흐름상 단기차입 규모는 2021년 1351억원에서 지난해 2643억원으로 증가했다. 석포제련소가 간헐적으로 가동을 멈추면서 제련업 현금흐름에 제동이 걸리자 외부 차입에 의존한 것이다. 또 지난해 최윤범 회장 일가와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다투면서 이에 따른 비용도 유출됐다. 이에 영풍은 은행 차입 외에 다른 조달 옵션을 고민하다 유동화증권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영풍이 대출한 500억원의 금리는 롱리치하나제일차가 발행한 ABCP 금리와 동일한 2% 후반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단기차입금의 평균 이자율은 5%로 ABS의 조달 조건이 더 유리하다.
영풍 관계자는 "자금운용의 효율성 강화 및 재무유연성 확보를 위해 ABS를 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수정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