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파크가 돌아왔지만…이건 우리가 알던 그 차가 아니다

한때 국내 도로를 주름잡던 국민 경차 ‘마티즈’의 후속, 쉐보레 스파크가 전기차로 돌아왔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결코 단순한 귀환이라 보기 어렵다. GM이 브라질 시장 진출 100주년을 기념해 공개한 ‘스파크 EUV’는 전장 3996mm, 휠베이스 2560mm의 소형 전기 SUV다. 이름만 보면 스파크의 연장선 같지만, 실제로는 중국차에 미국 브랜드를 얹은 ‘이중국적’ 모델이다.

스파크 EUV는 중국 바오준의 ‘옙 플러스(Yep Plus)’를 기반으로 한다. GM이 현지 합작사인 SAIC-GM-우링을 통해 제작한 이 차량은, 사실상 중국산 전기차에 쉐보레 엠블럼만 붙인 형태다. 내외관 디자인은 세련되고 실내 역시 8.8인치 디지털 계기판, 12.8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등 모던한 구성이 돋보인다. DJI가 개발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까지 탑재되며 기술적으로도 부족함은 없다.

파워트레인은 101마력(75kW) 후륜 모터와 42kWh 배터리 조합으로, 중국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 401km를 기록한다. 수치상으로는 합격점이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을 멀어지게 한 건 바로 ‘가격’이다. 브라질에서 책정된 가격은 15만9990헤알, 한화 약 3900만 원에 달한다. 동일한 모델이 중국에서는 약 1800만 원에 판매되고 있어, 단순 브랜드 변경만으로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이 가격은 부담스럽다. 같은 중국산 전기차인 BYD ‘돌핀 미니’는 브라질에서 약 2800만 원에 판매되며, 스파크 EUV보다 무려 800만 원 저렴하다. 쉐보레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나 품질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가격 격차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브랜드값만 너무 얹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결국 쉐보레 스파크의 전기차 버전은 돌아오긴 했지만, 우리가 알던 ‘스파크’는 아니다. 중국에서 만든 차를 그대로 들여와 브랜드만 바꾼 현실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복잡한 구조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기술력과 생산력 면에서 중국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지금, ‘스파크’는 그 상징성과는 달리 이제는 중국산 플랫폼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반가움과 씁쓸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컴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