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 다자보험그룹 내년 해체수순…'동양·ABL생명' 연말까지 매각해야 [넘버스]

서울 종로구 동양생명 본사 전경 /사진 제공=동양생명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연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매각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안에 해외자산을 팔아야 내년에 다자보험그룹이 정리 수순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투자은행(IB) 및 금융권에 따르면 다자보험그룹의 최대주주인 중국보험보장기금(CISF)은 올해 말까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매각한 뒤 내년에 다자보험그룹을 정리할 계획이다.

다자보험그룹은 부실 문제가 불거진 안방보험을 정상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설립한 신설 회사이기 때문에 정리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예금보험공사가 부실 금융기관 정리를 위해 매각하는 것과 유사한 사례다.

중국 재정부 산하 CISF는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이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받자 다자보험그룹을 만들어 안방보험의 위탁경영을 맡겼다.

CISF는 다자보험그룹 지분 98.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사실상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지배구조 꼭대기에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지배구조는 CISF→다자보험그룹→안방그룹홀딩스→동양생명·ABL생명 순이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쉽게 말해 중국 예금보험공사가 들고 있는 격”이라며 “현재 예보가 MG손해보험 같은 부실 금융기관의 매각을 추진하듯이 다자보험그룹 역시 당국의 방침에 따라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자보험그룹 정리의 1단계가 해외자산인 동양생명·ABL생명 매각”이라며 ”올해 말까지 동양생명·ABL생명 모두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또 “당초 다자보험그룹은 ABL생명을 지난해 10월 처분한 뒤 올해 초 동양생명 매각에 착수하려고 했다”며 “다만 저우궈단 전 대표이사의 배임 혐의 등으로 6개월간 절차를 밟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내로 동양생명·ABL생명을 매각해야 내년에 다자보험그룹을 정리할 수 있다”며 “기존 계획이 틀어지면서 사실상 시간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다자보험그룹과 우리금융지주 간 인수합병(M&A)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현재 다자보험그룹은 동양생명(42.01%), ABL생명(100%) 지분 전량을 우리금융지주에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황이다. 양측은 조만간 실사를 거쳐 매각가 등 계약조건을 논의할 방침이다.

매도 측에서 동양생명·ABL생명을 조속히 처분해야 한다는 것이 가격협상 과정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매각가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2조~3조원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양측의 수요가 맞아 MOU 단계까지 진행됐다”며 “우선협상자 선정보다 구속력이 크게 떨어지는 만큼 딜클로징(거래종결)까지 지켜봐야 한다. 다자보험그룹이 매각가에 예민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 거래는 우리금융지주와 다자보험그룹 간의 일로 우리는 공시한 사항 외에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며 “다자보험그룹과 대주주의 이야기과 관련해서도 들은 게 없다”고 밝혔다.

ABL생명 측에도 대주주 관련 사안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남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