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면서 IPTV 등 유료방송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 IPTV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으로 여전히 굳건하지만 IPTV 사업자가 콘텐츠 소비형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K브로드밴드(SKB), KT,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의 주된 고민은 패스트(FAST·광고 기반 무료 콘텐츠), 모바일,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과 콘텐츠 형식을 활용해 이용자의 마음을 잡는 것이다.
김혁 SKB 미디어사업본부 부사장은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열린 '2025 IPTV의 날'에 참석해 콘텐츠 소비행태 변화에 맞춘 IPTV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IPTV 시장이 성장하려면 OTT, 패스트 등 다른 플랫폼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플러스 등 OTT가 통신사를 레버리지로 삼아 성장한 것처럼 IPTV도 다른 경쟁 플랫폼을 이용해 이용자를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OTT와 통신사의 통신비+구독료 제휴 상품은 OTT 이용자 확산에 기여했다.
패스트는 주로 북미 시장에서 확산된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콘텐츠로 이용요금을 받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료방송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 때문에 패스트가 확산되면서 IPTV,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위협한다는 시선도 있다. 김 부사장은 "물론 두려움도 있다"면서 "사실 패스트는 PP가 잘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면 유료방송이 패스트 시장에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부사장은 IPTV 통합 시청률 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스트를 활용할 경우 제대로 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패스트의 수익 기반인 광고는 채널주목도가 높을수록 단가가 비싸진다. SKB, KT,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는 통합 시청률을 조사해 IPTV에서 시청률이 높은 채널, 많이 소비된 콘텐츠 등 이용행태를 명확히 나타내는 데이터를 도출한다. 이는 패스트를 이용한 IPTV 서비스를 만들 때 합리적인 수익을 산정할 수 있는 요소다.
김 대표는 미국의 코드커팅(유료방송이용자 이탈)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IPTV 시장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OTT와 패스트 콘텐츠가 부상한 뒤 코드커팅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에 IPTV 사업자는 채널 수 중심 요금제에서 콘텐츠 소비 경험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편했다. 예전에는 TV에서 많은 채널을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에 IPTV 사업자들은 스마트폰, 스마트TV, 태블릿PC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실시간 채널과 주문형비디오(VOD)를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김 부사장은 "IPTV에 AI는 중요한 경쟁력 개선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제 이용자의 연령, 성별, 직업, 성향 등에 맞춰 콘텐츠를 제공해야 IPTV 플랫폼이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는 "TV도 개인화했다"며 "시청 데이터를 잘 살핀 콘텐츠 편성, 프로모션, 커머스, 마케팅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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