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어느 편의점에서 쓴다는 레이저포인터라는데. 응? 진열대에 비슷비슷한 담배 골라낼 때 쓰면 나름 괜찮을 거 같다.

편의점 하면 이것저것 살 거 많지만 흡연자들은 당장 계산대 뒤에 빼곡히 진열된 담배가 떠오를텐데 그런데 요즘 새로 생기는 편의점들 중 담배를 안 파는 곳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유튜브 댓글로 “요즘 담배를 안 파는 편의점들이 보이던데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담배를 안 파는 편의점들은 사실 안 파는 게 아니라 못 파는 거라고 한다. 바로 담배를 판매할 수 있는 권리인 ‘담배권’이 없기 때문.

담배는 중독성 물질이기 때문에 관리가 엄격하고 판매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장에게 허가를 받도록 담배사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판매할 수 있는 권한도 편의점 뿐 아니라 동네 마트 나들가게 같은 곳의 거리가 서로 50m 간격을 유지하도록 하고 여기에 적합하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한다. 게다가 편의점 간 거리는 지자체마다 다르게 정할 수도 있다.

실제로 서울 한 곳의 담배를 팔지 않는 편의점에 물어보니 바로 맞은편 마트에서 담배를 팔아 담배권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대신 편의점을 열 수 있었던 건 담배가 없어도 매출이 나올 수 있다고 본사에서 판단해서 점포를 여는 거라고 한다.

담배 파는 편의점 간의 거리제한은 금연 유도가 목적이 아니라 편의점 간 매출 잠식을 최소화하는 게 목적이다. 우리나라 편의점 점포 수는 5만6000개 이상으로 2024년엔 편의점 천국이라는 일본마저 추월했는데, 인구수 차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편의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어서 과포화된 편의점들 사이에 새 점포가 생기면 거리제한에 걸려 담배를 못파는 편의점들이 생기는 것.

[CU 본사 관계자]
“이제 좀 생겨나는 것 같아요. 기준이 50m에서 100m로 바뀌다 보니까 이제 50m일 때의 점주님이 그만두시게 되면 바뀐 규정에서 다시 (담배권을) 딸 수가 없는 상황이 발생을 하는 거죠. 그래서 담배 못 파는 편의점들이 조금 느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원래 기준은 50m 간격이었지만 서울, 경기도 일부와 제주 등은 50m에서 100m까지 거리제한을 연장했다. 서울의 경우엔 2019년에 이 거리제한을 100m로 연장하면서 기존 점주들을 고려해 5년간 유예기간을 줬고, 2024년 3월 이 유예기간이 끝나 100m의 거리제한을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담배를 팔지 못하는 상태로 편의점을 여는 것은 사실상 ‘속 빈 강정’에 가깝다 . 담배가 편의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

[CU 점장님]
“우리는 담배 매출이 굉장히 많아요. 한 매출의 5-60% 차지하지 싶어요.”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담배지만 사실 마진은 그리 좋지 않아서 ‘계륵’ 같은 존재라고도 한다.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은 7가지나 되는데 궐련형 담배를 기준으로 무려 73.8%.

거기에 담배 제조사의 몫에 카드 수수료까지 더해지면 결국 마진이 약 9%도 채 안된다고 한다. 계산대 근처 담배 홍보물을 걸어두면 제조사에서 광고비 형식으로 점주에게 일정 금액을 준다고 하는데, 그마저도 간판 불 켜는 전기 값이 더 나간다는 얘기도 있다. 그럼에도 담배는 편의점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데.

[CU 점장님]
“어차피 담배는 필수품으로 해야 돼요. 그래야 손님이 오니까 일단은. 담배를 파는 이유는 담배를 사가면서 다른 음료나 다른 상품을 끼워서 사 갖고 가니까 그래서 우리가 파는 거지 사실 담배 마진은 진짜 극히 미비하다고 봐야 돼요.”

결국 담배 자체가 일종의 ‘미끼 상품’이 된다는 것. 담배를 사러 온 수많은 사람들이 다른 상품도 사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편의점에게 담배권은 정말 중요한 필수 요소가 된 셈. 아예 편의점을 열 때 본사 측에서 대신 담배권을 점주에게 따주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중요한 담배권을 갖기 위한 편의점들의 쟁탈전은 정말 치열하다. 어쩌다 인근에 담배를 파는 곳이 없어 담배권을 가질 수 있는 장소가 생기면 편의점 업체들이나 부동산에서 득달같이 달려든다고.

그러다 보니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신축 건물에 물건 몇 개만 구색용으로 갖다 둔 ‘유령마트’를 여러 개 만들기도 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편의점을 매각할 때는 담배권도 몰래 넘기기 위해 조용히 담배 진열대를 가린 뒤 담배권 포기 사실을 숨기고 새 인수자가 당첨에 성공하면 그때 권리금 명목의 돈을 받는 식으로 암거래(?)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담배소매인 제한거리 기준이 도보 최단 거리라는 것을 이용해 횡단보도를 끼고 거리측정을 먼 길로 우회시켜 다른 편의점 바로 건너편에 점포를 세우기도 한다고.

이런 꼼수들 때문에 제한거리 기준을 강화하거나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담배권이 없는 편의점들은 PB상품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등, 나름대로 매출을 올릴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하지만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CU 본사 관계자]
“담배가 없을 시에는 상품들을 다양화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막 그렇게 특별한 그런 거는 없을 것 같아요. 다른 상품들도 잘 이제 진열해 놓고 발주하시면은 어느 정도 대비를 하는 거지만 그래도 담배라는 게 없다는 거는 (손님을) 유인할 수 있는 게 좀 적지 않나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