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영화의 역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이름, 박찬욱 감독. 그리고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 이영애.
두 사람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와 〈친절한 금자씨〉(2005) 두 편의 영화로 만났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지금까지도 박찬욱은 “나는 이영애와 두 번 함께한 유일한 감독”이라고 스스로 자랑해왔다는 사실이다.

2000년 개봉한 〈공동경비구역 JSA〉는 한국 영화의 흐름을 바꾼 작품 중 하나다.
남북한 병사들의 우정을 그린 이 영화에서 이영애는 사건을 조사하는 소피 소령을 맡았다.
하지만 작품 구조상 초점은 송강호, 이병헌, 신하균, 김태우가 연기한 병사들의 관계에 맞춰져 있었다.

박찬욱은 훗날 “이영애의 캐릭터를 기능적으로만 쓴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영애의 잘못이 아니라, 영화가 가진 구조 때문이었다. 배우가 가진 힘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늘 미안했다”고 고백했다.

그로부터 1년 뒤,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는 라디오 PD 은수 역을 맡아 섬세하면서도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그 작품을 본 박찬욱은 스스로 “반성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렇게 훌륭한 배우인데, 내가 충분히 빛나게 해주지 못했구나’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는 것.

결국 그는 이영애와 대화를 나눈 끝에 다시 한 번 함께하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2005년의 〈친절한 금자씨〉였다.

〈친절한 금자씨〉는 박찬욱의 ‘복수 3부작’을 마무리한 작품이자, 이영애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낸 영화다.
13년간 억울하게 복역한 뒤 자신을 죄인으로 만든 남자에게 복수를 실행하는 금자.
선한 얼굴 뒤에 감춰진 차가운 분노와 광기를 이영애는 완벽하게 소화했다.

박찬욱은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는 이영애를 위해 쓰인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가 가진 복잡한 내면을 끝까지 파고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감독이 조심스레 “이런 연기 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하면, 이영애는 오히려 “재밌겠는데요?”라며 한 발 더 나아갔다고 한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의 아쉬움은 〈친절한 금자씨〉에서의 완벽한 변신으로 보상받았다.
“너나 잘 하세요”라는 짧은 대사는 지금도 회자되는 유행어로 남았고, 금자의 눈빛은 한국 영화사에서 가장 강렬한 여성 캐릭터 중 하나로 기록됐다.

시간이 흘러 박찬욱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거장이 되었고, 이영애는 여전히 독보적인 배우로 사랑받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단 두 번의 작품으로도 충분히 전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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