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 김칫국 마시는 엄마 ^^^^^^^
지난 주말에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다녀왔다.
양평으로 들어온 이후 서울 나들이는 결혼식 참여가 대부분이다.
요즘은 강남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강남에 위치한 결혼식장에서 많이 하는 것 같다.
호텔 결혼식이었는데 내부 인테리어도 괜찮았고 주차도 원할했고 코스 요리도 맛있었다.
대개는 강남에 위치한 예식장에 가는 편이지만 호텔 결혼식에도 가끔 가게 된다.
호텔 결혼식에 갈 경우 축의금 액수에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사모들끼리 한 테이블에 모였을 때 축의금 액수가 의제로 올라온 적이 있었다.
(1) 결혼식장을 호텔로 정한 건 혼주이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서 선택한 것이니
축의금은 통상의 금액으로 하던대로 하면 된다.
(2) 그래도 호텔 결혼식은 밥값만 해도 인당 15만원은 될 테니 적어도 밥값 정도는 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의견들이 있었다.
결론은,
"형편대로 하면 된다. 혼주 입장에서도 와서 축복해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할 것이다." 로 결론 났다.
과년한 딸이 있어서 요즘은 결혼식장에 가면 예전과 달리 이모 저모를 살펴 보게 된다.
버진로드와 내부 인테리어의 품격을 유심히 보긴 하지만
축하객 입장에서 음식은 먹을 만한지, 주차는 불편하지 않은지.. 이런 것들을 체크하게 된다.
우리 때 같으면 서른 넘은 처자는 완전 노처녀 취급에 무슨 하자 있는 물건 취급을 했었다.
요즘은 보통 서른 중반 쯤 결혼하는 커플이 많은 것 같다.
기대수명이 늘어났으니 결혼적령기도 늦춰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백세 시대인데 서둘러 결혼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솔로시대를 마음껏 누리다가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딸애가 서른을 넘기고도 저렇게 무사태평이니 엄마로서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든다.
인생을 결정하는 문제인데 부모라해도 결혼을 재촉하거나 뭐라할 수는 없다.
설혹 비혼주의라 해도 자신의 인생인데 부모가 된다 안된다를 재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늙어가는 삶이 더 좋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마음 편히 생각하기로 했다. '인연은 다 있는 법'이라고.
어떤 녀석을 데려와도 나는 기꺼이 축복하고 성원하고 지원해 줄 생각이다.
뭐.. 하기사.. 요즘 젊은 것들이 부모가 반대한다고 결혼을 안하겠다고 하지도 않을 거고.
괜히 서로가 불쾌해지고 의만 상할 뿐이라는 건 너무도 자명한 상황이 될 거니까 반대할 생각은 없다.
자식은 부모의 유전자를 칵테일해서 태어났고, 그런 선택을 하도록 부모인 우리가 양육하고 교육했다.
그러니 딸애의 어떤 선택도 우리 부부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고 잘못된 선택이라고해도 부모는 면책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딸애의 선택이고 딸애가 평생 함께 할 사람이고 딸애의 인생인 것이다.
재벌3세를 데려오면 대출을 얻어서라도 그 쪽 수준에 맞춰서 억대의 비용이 든다는 호텔 결혼식에 맞출 것이며
사돈이 섭섭해하지 않을 정도로 혼수를 할 것이다.
넉넉치 못한 가정을 가진 짝을 데려오면 상대 쪽이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예식장에서
수수한 혼수로 사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순리다.
상대가 넉넉치 못하다면 우리 쪽에서 조금 무리하면 윤택하게는 못해 줘도 어느 정도 가능한 일이다.
장인 장모 복은 있는 녀석이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양가 중 한 쪽이라도 새 가정을 경제적으로 도움 줄 수 있는 것만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사실 다른 거 다 필요없다.
인성과 품성이 바르고 서로 성격이 잘 맞고 딸아이를 평생 아껴줄 사람이면 충분하다.
부유한 집안에 학벌과 직업이 아무리 뜨르르해도
이상성격에 언어 폭력을 일삼고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넘 만나 사니 못사니 하는 것보다는 천만 배 낫다.
사실 결혼 생활의 80% 이상은 언어가 좌우한다.
하이데거의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라는 문장을 인용하지 않아도 언어는 그 사람의 정체성에 가깝다.
욕설과 막말을 대수롭지 않게 하는 사람이 화목한 가정을 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남편은 결혼해서 단 한 번도 욕설이나 막말을 한 적이 없다.
그런 점에서 나는 남편을 존경한다.
존경하는 남편을 둔 덕분에 부작용은 있다.
현실사회든 웹상이든 함량 미달의 인간류와 마주치면 그 저속함과 찌질함을 견디기가 힘들다.
우리 세대처럼 악착같이 안 쓰고 모아서 집 한 채 장만하자, 도 아니니
인생을 적당히 즐기며 살면 된다.
두 사람이 마음 맞춰서 딴짓 안하고 성실하게 살면 중간층 생활은 충분히 가능하고
나이 들어 사회에서 일을 정리하는 시점이 되면 양평으로 들어와 전원생활을 하면 된다.
딸애는 떡 찔 생각도 없는데 엄마가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