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맞서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21일 두 그룹은 서울 강남구 현대차 강남대로 사옥에서 '철강·이차전지 소재 분야 등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 트럼프 관세가 만든 '오월동주' 협력
국내 철강 1·2위 기업으로 시장 주도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해온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손을 맞잡았다. 글로벌 공급 과잉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자동차 관세 부과가 더해지며 경영 환경이 급변하자 '오월동주(적대적인 세력이 서로 협력함)'식 대응에 나선 것이다.
특히 포스코그룹은 현대제철이 추진 중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 지분을 투자하고, 일부 생산 물량을 직접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수입 철강재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에 대응해 국내 1, 2위 철강업체가 해외 공동 투자·생산을 검토하는 첫 사례다.
▶▶ 8조원 규모 초대형 프로젝트
총 58억 달러(약 8조3300억원)가 투자되는 현대차그룹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원료부터 제품까지 일관 공정을 갖춘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 고로(高爐) 대비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완공 후에는 연간 270만톤 규모의 열연 및 냉연 강판 등을 생산한다.
현대차그룹이 창사 이후 최초로 미국에 짓는 이 제철소에는 58억달러(약 8조3300억원)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투자금 부담을 줄이면서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 주 등에 있는 공장 3곳에 자동차 강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된다.
▶▶ 양사 모두 윈-윈 효과 기대
이번 협력은 양사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전략적 선택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주요 자동차 생산 거점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및 기아 조지아 공장을 비롯해 미국 등의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에 고품질 자동차 강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된다.
포스코는 현대차그룹과의 이번 협업을 통해 숙원이었던 미국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얻었다. 포스코그룹은 북미 철강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10여년간 보호무역장벽으로 제한됐던 북미 철강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셈이다.
▶▶ 이차전지 소재 분야 협력도 강화
두 그룹은 철강 분야 외에도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도 손을 맞잡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연간 전기차 326만 대 판매를 목표로 이차전지 핵심 소재 확보를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을 추진 중이며, 포스코그룹은 해외 투자를 통한 리튬 원재료의 안정적 확보와 전기차 배터리용 수산화리튬, 양·음극재 생산에 강점을 갖고 있다.
▶▶ 위기가 만든 새로운 산업 구조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두 그룹은 지난해 5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해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완성차와 배터리 등의 소재를 두고 고민해 왔던 정의선 회장은 1등 철강 기업인 포스코와 손잡고 싶어했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지 못해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던 장인화 회장이 이에 화답하면서 두 그룹은 1년 가까이 협업을 준비해 왔다.
이번 협업은 공생 관계로의 전환을 알리는 분명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업계 전통의 라이벌이 전략과 리스크를 함께 나누는 수평적 공생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 구조 변화로도 해석되고 있다.
Copyright © 저작권 보호를 받는 본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