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입주권 올해 6억 '뚝'..분담금 폭탄 분양가 조정 '이중고'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전용면적 84㎡의 입주권이 17억39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말(23억7000만원) 대비 6억원 넘게 하락했다. 지난 2020년 10월(17억5000만원)과 비슷해졌다.
둔촌주공은 건물이 멸실된 상태라 기존 주택의 토지지분 평가금액으로 거래가 이뤄지는데 이처럼 전용면적 84㎡를 받을 수 있는 입주권의 시세가 17억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아직 동·호수는 추첨 전이다.
복수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불안함을 느낀 조합원 매물이 증가한 상황에서 분담금 폭탄까지 맞자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아예 17억원도 비싸니 16억원짜리 매물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는 수요자들도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시공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지난 8일 조합에 공사중단으로 인한 손실보상금액 1조1400억원을 통보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최초 공사비는 2조6000억원이었다. 그러다 지난 2020년 6월 설계 변경 등으로 공사비가 3조2000억원으로 증액됐다. 여기에 손실보상금액을 더하면 도급금액은 4조34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조합원 1인당 추가 분담금이 1억8000만원에 달하게 된다.
조합은 한국부동산원에 시공단 증액안 검증을 요청했다. 검증 결과가 나오기까지 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공사 기간도 늘어난다. 시공단은 준공 예정일을 오는 2025년 1월로 제시했다. 기존 준공 예정일(2023년 8월)보다 1년 6개월가량 더 늦어진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공사 현장이 다시 한번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되면 입주권 가격이 급락할 일은 없겠지만, 추가 분담금과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쉽게 반등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사업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조합원들의 우려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일반 분양가를 높여 손실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둔촌주공의 분양가를 3.3㎡당 3200만~3400만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국토부가 지난 15일 기본형 건축비를 2.5% 상향 조정했기 때문에 이보다는 소폭 상승할 수 있다.
조합 역시 조합원들에게 실제로 지출하게 될 분담금은 분양가를 높이는 방법으로 일정 수준 상쇄될 것이라고 안내한 바 있다. 1인당 분담금을 1억원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라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이 돼야 한다는 정비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사중단 기간 발생한 금융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증액된 사업비만큼 분양가가 상승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설령 분양가가 오르더라도 문제가 생긴다. 분양가가 3.3㎡당 3500만원을 넘게 되면 20평대인 전용 59㎡ 분양가도 9억원을 초과하게 돼 중도금 대출이 막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둔촌주공은 일반분양 물량이 4800가구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데 청약시장이 얼어붙은 상태라 미분양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정확한 분담금 규모, 분양 시기 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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