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수요 충분…해운집적 동남권에 설립, 생태계 강화를
- 해상 사건·사고 적다고 하지만
- 특허법원보다 사건 수 더 많아
- 전문법원 못지않은 수요 파악
- 선박관리회사 80%가 부산소재
- 재판 땐 선주 아닌 실무자 출석
- 사건 때마다 타지 이동 큰 불편
- 하이테크 선박 출현 등 환경변화
- 전문적 관리 회사에 위탁 추세
- 세계 4위 해운강국 위상 걸맞게
- 법률 등 서비스 산업도 육성해야
이처럼 선박 충돌을 비롯해 해양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 법적 다툼 등 전통적 관점에서의 해사사건만 하더라도 부산에서는 비일비재하다. 부산 울산 경남(PK) 등 해운 항만 산업이 발달한 동남권으로 반경을 넓혀서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에도 해양에 인접한 부산에 해사법원이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른다.
▮해사법원 사건 수 전문법원 못잖아
부산에서 출발한 해사법원 설립 논의가 13년째 결실을 보지 못한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사건 수가 적다’는 인식 문제가 꼽힌다. 지난 2020년 7월과 2021년 6월 법사위 입법조사관 보고서는 “현재 전문법원이 설치된 가사·행정·특허·파산·회생법원에 상응할 만큼 해사 분야에 재판 수요가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전문법원 못지 않은 수요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곽규택(부산 서동) 의원은 법원행정처장에게 해사전문법원이 부산에 설립돼야 한다고 역설하며 “10년 넘게 (부산)시민이 바라고 있는 숙원 사업이다. 사건 수가 적다고 부정적으로 보지 마라. 특허법원만큼 사건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전문법원 사건 수는 가정법원 4만8800건, 행정법원 3만3129건, 특허법원 595건, 회생법원 1239건으로 조사됐는데, 국내 5곳에 나눠진 해사전담 재판부가 처리한 사건 수는 784건이었다.
▮법정에는 선주 아닌 ‘실무자’ 출석
해사법원 유치를 두고 부산과 경쟁했던 도시 가운데 인천은 “선주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논리를 그간 펴왔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창민 한국선박산업관리협회 회장은 28일 국제신문에 “해상에서 분쟁이나 사고가 나면 사실상 선주보다는 선박관리회사의 감독, 안전 책임자 등이 소송, 분쟁 등에 관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박관리협회에는 160여 개 회원사가 있는데, 그중 80%가 부산에 있다”며 “서울이나 수도권에 해사법원이 설립되면 부산에 있는 감독이나 담당자들이 타지로 이동해야 한다. 사고 관련한 조사가 한번으로 그치지 않는데 매번 부산에 있는 담당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불편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해사법원이 부산에 설립돼야 하는 핵심적인 이유다.
▮‘글로벌 톱4 해운강국’에 걸맞은 법률 서비스 산업 육성 절실
하이테크 선박의 출현 등 해운 산업의 변화도 해사법원 설립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선주가 직접 하이테크 선박을 관리하는 것보다 전문성을 지닌 선박관리 회사에 위탁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김종태 한국해기사협회 회장은 “우리나라 해운이 지금 세계 4위까지 성장을 했는데 관련 서비스 산업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선박관리업도 세계에서 명함을 내밀 수준이 못되고, 해사법원이 없어서 사고나 분쟁이 발생하면 다 해외로 나가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관련 서비스 산업도 발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민 선박관리산업협회 회장도 “앵글로 이스턴 쉽매니지먼트(세계 1위), 플리트 쉽매니지먼트(세계 5위),시너지 마린그룹(세계 4위) 등 글로벌 톱 5에 드는 선박관리회사들이 있는 홍콩 싱가포르에는 금융, 세제 지원, 법률 서비스 등이 갖춰져 있다”며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해사법원을 갖추고 법률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인프라가 구성돼있으면 해운서비스 산업 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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