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1200만 넘어 1300만 향해…갈수록 뜨거운 KBO리그 인기, 대체 왜일까 [ST스페셜]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한국 프로야구가 전무후무한 '1300만 관중 시대'를 향해 달려가며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KBO리그의 열기는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2024년 1088만 7705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1231만 2519명을 기록해 2년 연속 1000만 관중과 함께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를 넘어 올 시즌 KBO리그는 사상 첫 1300만 관중까지 바라보고 있다. 5일 기준 치러진 157경기에서 288만 8909명의 관중이 입장했으며 경기당 평균 관중은 1만 8401명에 달한다. NC 다이노스를 제외한 9개 구단이 이미 20만 관중을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8일 안에 역대 최소 경기 300만 관중을 돌파할 전망이다.
올해 KBO리그의 흥행은 시즌 전부터 점쳐졌다. 시범경기 60경기에 총 44만 247명이 몰리며 지난해 32만 1763명(42경기)을 넘어 역대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정규 시즌에 돌입하자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3월 28일 개막전 5경기가 모두 매진된 데 이어 개막 14일 만인 4월 10일 1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역대 최소 경기(55경기)이자 최단기간 기록을 동시에 경신했다.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불과 15일 만인 4월 25일에는 역대 최소 경기인 117경기 만에 200만 관중 고지를 밟았다. 이 역시 종전 기록(118경기)을 갈아치운 신기록이었다.
구단별 관중 증가세도 뚜렷하다. 지난 시즌 100만 관중에 미치지 못했던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가 나란히 약진하며 창단 첫 100만 관중 달성을 바라보고 있다. 특히 키움은 200만 관중 달성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39% 오른 14만 2981명의 관중을 불러모으며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KT 역시 36% 상승한 17만 7360명을 동원했다.
이처럼 KBO리그는 단순한 인기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KBO리그의 폭발적인 흥행을 이끄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 '야구' 자체의 매력, 빠르게 변화하는 시스템
야구 종목이 가진 특성과 경기 자체의 긴장감은 KBO리그 흥행을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약속의 8회',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처럼 경기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은 긴장감을 상승시키며 팬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여기에 서울, 인천, 대구, 부산 등 전국 각지에 구단이 분포해 있고, 주 6일 경기가 치러지는 점 역시 접근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스타 플레이어, 이른바 '이름값 있는 선수'의 효과도 빠질 수 없다. 최형우, 류현진, 최정 등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들의 꾸준한 활약 속에 김도영, 문현빈, 김택연 등 젊은 선수들이 새롭게 부상하며 세대 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들의 공존은 리그 전체의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시너지를 내고 있다.
리그 운영 시스템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KBO리그는 지난 2024년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해 판정 시비를 줄이고 리그의 신뢰도를 높였다. 또한 피치클락을 통해 경기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지루함을 싫어하는 젊은 세대 팬들의 이탈을 막고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지난 시즌 중반에는 체크 스윙 비디오 판독까지 도입해 판정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강화했다.
이러한 변화에 팬들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KBO가 올해 1월 발표한 '2025 팬 성향 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1.7%가 피치클락, 체크스윙 비디오판독 등 변경된 제도가 경기 관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 보고 먹고 즐기고…'가성비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진화한 야구장
야구 자체가 아닌 경험이 관람 동기로 작용한다는 점도 흥행의 주요 요인이다. 야구장은 가격 측면에서 매력적인 선택지다. 고물가 시대에 프로야구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가성비' 문화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영화 한 편 관람료가 2만 원, 공연 티켓이 20만 원 육박하는 상황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3시간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점은 가족 단위 관람객과 연인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올랐다.
야구장은 타 여가 활동에 비해 낮은 객단가를 형성하면서도 체류 시간이 길고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활발한 응원 문화와 식음 문화는 관람 빈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다. 관중이 응원가를 부르고 동작을 따라 하며 직접 참여하는 문화는 흥미를 유도하고 신규 팬 유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구장 내 자유로운 음식 섭취와 음주가 가능하고, 삼겹살석이나 뷔페석 등 이색 좌석까지 등장하면서 먹는 즐거움도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실제 관람객 조사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2025년 9월 KBO의 조사에 따르면 기존 관람객의 32.9%가 전 시즌보다 관람 빈도를 늘렸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 '응원 문화가 재미있어서'(47.7%)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는 '응원 팀 성적'(38.3%)을 앞선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유입된 신규 관람객 중 67.7%는 야구 경기와 무관하게 야구장을 방문했다고 답했으며, 이들 중 33.8%가 '응원 문화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19.9%가 '식음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야구장은 단순한 경기 관람 공간을 넘어 다양한 여가 콘텐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놀이 공간으로서 자리 잡았다. 각 구단 역시 불꽃놀이, 워터 페스티벌 등 차별화된 이벤트로 관객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 끊임없이 쏟아지는 야구 콘텐츠…사라진 제재, 숏폼의 활성화
최근 프로야구 시청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티빙(TVING)이 새로운 뉴미디어 중계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티빙은 지난 2024년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40초 미만의 경기 영상에 대한 2차 저작물을 자유롭게 허용했다. 기존에 중계권을 갖고 있던 네이버, 카카오 등 컨소시엄은 무료로 경기를 중계했으나 경기 영상의 활용은 제한한 바 있다.
경기 영상의 재가공이 가능해지자 콘텐츠 생산이 급격히 늘어났다. 팬들은 경기 장면을 숏폼 영상과 움짤로 만들어 공유했고, SNS를 중심으로 각종 야구 밈이 빠르게 확산됐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짧은 영상만으로도 경기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24시간 내내 야구 콘텐츠가 소비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숏폼 영상의 활성화는 신규 팬 유입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야구는 경기 시간이 길고 어렵다"고 느꼈던 이들도 1분 내외의 짧은 콘텐츠를 통해 부담 없이 야구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됐다. 3시간이 넘는 전체 경기를 시청하지 않더라도 팬으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최근에는 콘텐츠의 범위도 확장되고 있다. 경기 장면을 넘어 응원 문화나 유니폼 스타일링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이른바 '삐끼삐끼' 춤과 같은 각종 야구 챌린지도 SNS를 통해 확산되며 2030 팬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KBO 조사에 따르면 2025년 KBO리그 첫 관람자의 과반 이상이 유튜브를 통해 야구 관련 콘텐츠를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 흥행의 새 얼굴, 2030 여성 중심으로 변화하는 문화
프로야구 흥행의 중심에는 '2030 여성' 팬덤이 자리 잡고 있다. 1200만 관중 시대를 이끈 주역으로 꼽히는 이들은 야구 산업 전반의 트렌드를 바꾸며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발표한 '2025 프로야구 관람객 성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관람객 중 여성 비율은 56.7%로 남성(43.3%)을 크게 앞섰다. 2024년(여성 55.5%·남성 44.5%)과 비교해도 상승한 수치로, 한화 이글스를 제외한 9개 구단에서 여성 관람객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 이용에서도 여성 팬 증가세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지난달 22일 티빙에 따르면 KBO리그 중계 서비스 이용자 수는 전년 대비 약 30% 늘었고, 이 가운데 여성 시청자 비중은 43%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5% 상승했으며 특히 20대에서는 여성 이용자 비중이 남성을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젊은 여성 팬들은 높은 구매력을 바탕으로 프로야구의 핵심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올해 1월 KBO 조사에 따르면 팬의 84.3%가 모바일을 이용해 관련 정보를 탐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남성 팬은 선수 개인 순위와 기록 관련 정보에, 여성 팬은 구단 소식과 굿즈, 이벤트 정보에 상대적으로 더 높은 관심을 보였다. 첫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2024년 조사에서는 2030 여성의 소비력이 두드러졌다. 20대 여성의 연평균 응원팀 용품 구매 금액은 약 23만 7000 원, 30대 여성은 약 27만 3000 원으로 전체 평균(약 23만 5000 원)을 웃돌았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구단들의 마케팅 전략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KBO리그 10개 구단은 캐릭터 협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굿즈를 선보이며 팬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망그러진 곰', LG 트윈스의 '먼작귀', SSG 랜더스의 '가나디' 등 컬래버 상품은 출시 때마다 품절 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큰손 팬층의 유입으로 유통업계도 움직이고 있다. 패션, 뷰티, 제약, 식음료 등 다양한 업계가 야구 산업에 뛰어들었다. 이제는 편의점에서도 구단 로고와 마스코트가 담긴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주요 편의점들은 야구 특화 매장을 선보이고 한정판 상품을 출시하는 등 야구팬을 공략에 나서고 있다.
콘텐츠 제작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구단들은 선수들을 더욱 친근하게 보여주는 숏폼 영상과 각종 밈, 챌린지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며 젊은 팬층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선수 포토카드'는 이미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고,구장 내 가챠샵과 포토 부스 등 체험형 소비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이처럼 젊은 여성 팬덤의 유입은 단순한 관중 증가를 넘어 리그의 소비 구조와 산업 전반 흐름을 변화시키고 있다. 구단의 다채로운 마케팅 방식은 증가한 여성 팬의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다른 팬을 끌어들이며 관중 유입의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이른바 '아이돌 팬덤 문화'가 결합된 프로야구는 흥행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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