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마다 한숨만 나와요” 이동약자 문턱 높은 투표소 [현장, 그곳&]
총선 1년 앞으로 이동약자 ‘막막’... 도선관위 “편의성 개선 위해 노력”
“선거철마다 투표 장소를 확인하면 한숨만 나옵니다.”
14일 선거 때마다 투표소로 쓰였던 용인특례시 기흥구의 한 대학교. 정문에서 가파른 언덕을 200여m 올라가니 투표소로 쓰였던 건물이 있었다. 건물 입구에서 계단 수십 개를 올라 2층에 도착하고 나서야 투표소로 쓰였던 장소가 보였다. 20년 전 척추 장애 판정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임지숙씨(가명·84·용인시)는 “승강기도 없는 건물인데 1층이 아닌 다른 층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은 이동약자들을 배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토로했다.
투표소가 지하 1층에 설치돼 있었던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정문 입구에 있는 경사로는 휠체어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고 건물 내부에는 승강기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고령자·장애인 등 이동약자의 접근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은 투표소가 도내에 50곳 가까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구나 평등하게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하는 투표에서 이동약자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투표소 접근 편의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2022년 3월9일)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22년 6월1일) 당시 도내 ‘지하 또는 2층 이상 승강기 미설치된 곳’의 투표소는 각각 42곳과 47곳에 달했다.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라 투표소는 이동약자의 접근 편의성이 확보된 곳에 설치돼야 하나 ‘원활한 투표관리를 위해 적절한 장소가 없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투표소의 접근성 개선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더욱이 한번 설치된 투표소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설치 장소가 변경되지 않기 때문에 이동약자들은 매번 선거때마다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경기도 선관위 관계자는 “이동약자의 편의성 개선을 위해 대형기표대 설치나 높이조절 기표판 부착 등을 하고 있다”며 “답사 등을 통해 장소를 추가로 확보하고, 더 많은 곳에서 이동약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투표 참정권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투표소 장소 확정 공고는 통상 각 지역의 선관위를 통해 투표 10일 전 공고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소는 내년 3월 말께 확정돼 공고될 예정이다.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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