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보다 분노가 앞섰다…김세의 구속에서 드러난 김수현 악마화의 민낯

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 2026. 6. 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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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는 이어졌지만, 증거는 없었다…여론만 휩쓸려
너무 빨랐던 대중의 유죄 판결…마녀사냥 돌아봐야

(시사저널=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

김수현에 대한 폭로를 이어갔던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가 구속됐다. 지난 5월말 구속된 김 대표는 "구속영장 청구서가 명백한 허위 사실로 범벅이 돼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며 구속적부심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심사 끝에 재차 구속 결정을 내렸다.

법원이 김 대표의 반발에도 연이어 구속 결정을 내린 것은 혐의가 가볍지 않고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속적부심 전에 김 대표는 "구속됨으로써 저와 (김새론) 유가족들의 주장이 모두 거짓말이 돼버릴 수 있어서 재판 결과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김 대표 스스로 자신의 폭로 내용 자체가 법적 판단의 대상임을 인정한 셈이 됐다.

김 대표는 김수현이 미성년자 시절의 고(故) 김새론과 교제했고, 김수현 측의 빚 독촉 때문에 김새론이 사망했다는 등의 주장을 해왔다. 김수현이 미성년자인 김새론과 성관계를 했다는 주장도 했다. 하지만 1년여간 사건을 수사한 강남경찰서는 김 대표가 인공지능 등을 이용해 녹취록과 메시지 등을 조작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과 명예훼손·협박·강요미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물론 사건이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다. 진실은 최종적으로 재판을 통해 가려질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드러난 경과만 놓고 보더라도 김수현을 향한 비난이 지나치게 앞서갔다는 판단은 가능하다. 충분한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수현을 일방적으로 악마화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김수현과 김새론을 둘러싼 논란이 시작되고 가세연의 폭로가 이어지는 동안 많은 언론과 누리꾼들은 김수현을 강하게 질타했다. 당시에도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론이 과열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김 대표 측은 증거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와 법원의 구속 결정까지 나온 상황을 보면,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런 증거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언론과 대중이 보여준 일방적 비난 역시 충분한 근거 위에 서있지 않았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배우 김수현이 2025년 3월31일 배우 고 김새론과 교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증거보다 먼저 쏟아진 유죄 여론

앞으로 김 대표 측이 새로운 증거를 제시해 상황을 뒤집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가능성과 별개로 지금까지의 여론 형성 과정이 성급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미래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지금까지는 내막도 알지 못한 채 한쪽 주장만 듣고 김수현을 단죄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상한 점이 적지 않았다. 김수현이 김새론과의 교제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맹공격을 받은 것부터 그랬다. 연예인의 열애설 부인은 연예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김새론이 김수현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열애설이 불거졌는데, 당시 시점은 이미 두 사람이 헤어진 지 3~4년이 지난 후였다. 과거 연인 관계를 부인한 것이 과연 그렇게까지 비난받을 일이었는지 의문이다.

이 사안에서는 김새론의 책임도 존재했다. 과거 교제했던 전 남자친구의 사진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그런 개인사 공개가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를 리 없었을 텐데, 이에 대한 지적은 거의 없었다. 반면 김수현만 비난의 대상이 됐다. 당시 김수현이 김새론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도 질타를 받았는데, 갑작스럽게 사생활 사진을 공개한 수년 전 연인과 접촉을 피하는 것이 특별히 이상한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맹비난이 이어지자, 김수현은 결국 교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런데 그 사과는 두고두고 족쇄가 됐다. 김수현이 일부 사실을 인정한 것이 마치 가세연 측이 제기한 각종 의혹 전반을 인정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김수현이 빚 독촉으로 김새론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주장에도 의아한 부분이 많았다. 헤어진 지 4년 된 전 여자친구의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소속사를 통해 7억원을 빌려줬고, 2년여 동안 두 차례 독촉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김수현은 돈 때문에 사람을 죽게 만든 냉혹한 인물처럼 묘사됐다.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가 5월2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가세연 의혹 폭로에 열광한 대중

하지만 다른 접근도 가능하다. 4년 전에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7억원을 빌려준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고, 2년 동안 두 차례의 연락이라면 강도 높은 독촉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더욱이 그 독촉은 소속사가 김새론에게 내용증명을 2회 보낸 것이었는데, 김수현 측은 이에 대해 빚을 탕감해 주기 위한 절차였다고 설명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채권을 아무 근거 없이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내용증명을 보내 '빚을 받아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는 근거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 김새론 측에도 이런 배경을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이 설명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선의의 지원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사실관계가 드러날 때까지는 판단을 유보해야 했다. 하지만 대중은 내용증명이라는 단어만으로 김수현을 천하의 냉혈한이라고 질타했다.

김새론 사망 이후 사람들이 그 원인을 곧바로 김수현과의 관계에서 찾으려 한 것 자체도 의아한 일이었다. 김새론이 세상을 떠났을 당시 김수현은 이미 5년 전의 연인이었다. 누군가가 사망했을 때 경찰이 가장 먼저 5년 전 교제 상대부터 조사하는 경우는 없다. 당연히 최근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부터 살펴볼 것이다. 하지만 여론은 별다른 근거 없이 김수현을 향해 몰려들었다.

이런 대중의 마녀사냥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가세연 측 폭로였다. 가세연이 새로운 주장을 내놓을 때마다 대중은 뜨겁게 반응했고 상당수 언론도 이를 적극적으로 다뤘다. 폭로 초기에 공개된 사진과 자료의 진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가세연 역시 관련 의혹을 충분히 해명하기보다 새로운 폭로를 이어갔다. 대중의 열렬한 반응이 이런 폭로 행진을 더 부추겼을 가능성도 있다.

가장 의아한 점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왜 그것을 즉시 수사기관에 제출해 법적 판단을 구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조금씩 폭로를 이어가며 여론전을 펼치는 듯한 모습이 반복됐다. 김새론의 명예를 위한다고 했지만, 생전의 사적인 내용을 계속 공개하는 것이 과연 고인의 명예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이었다. 이런 의문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공론장에서는 이미 김수현이 악마로 규정되고 단죄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졌다.

김수현이 당한 피해는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눈물의 여왕》을 통해 국제적 스타로 도약한 직후 사실상 활동이 중단됐다. 당시 일부 매체는 김수현이 천문학적인 위약금을 물게 될 것이라고 연이어 보도하며 그를 더욱 궁지로 몰았다. 그러나 이 역시 근거가 명확하게 확인된 내용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김수현의 이미지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누구도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한쪽 주장만 듣고 이뤄진 지금까지의 마녀사냥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 역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세의 대표 측은 여전히 증거가 있고 자신들은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재판 과정에서 그 증거를 명확히 제시해 진실을 가리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동시에 이번 사태는 사실보다 분노가 앞설 때 여론이 얼마나 위험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도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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