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 위기가구서 또 비극…모녀 숨진 채 발견

이도윤 2022. 11. 2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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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활고를 겪다 고독하게 숨져갔던 석달 전 '수원 세모녀' 사건 기억하실텐데요, 이런 안타까운 죽음이 서울에서 또 일어났습니다.

정부가 위기 가구 대상에도 올리고 지자체 공무원이 방문에도 나섰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도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신촌동의 한 빌라입니다.

그제(23일) 오전, 4층 원룸의 현관문을 경찰과 소방이 강제 개방했습니다.

안에선 60대 어머니와 3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추정 사망 시점은 지난 8월쯤.

현장에선 고립의 흔적들이 다수 확인됐습니다.

건강보험료를 내라는 독촉장 등 밀린 고지서가 수북하고, 전기밥솥 안엔 음식물이 없었습니다.

바로 앞집의 주민은 이들을 잘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앞집 주민/음성변조 : "마지막으로 본 게... 꽤 지난 것 같은데. 별로 본 적이 없어요."]

수원 세모녀와 닮은 건 현장 상황 만이 아니었습니다.

정부가 '위기가구'로 분류해놓고도 방치한 점도 똑같았습니다.

건강보험료 14개월 체납, 통신비 6개월 체납 등 전형적 위기 신호가 포착되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위기가구 대상에 올렸습니다.

매뉴얼에 따라 지자체 담당 공무원이 가구 방문에 나섰지만, 엉뚱한 집만 두드리고 돌아갔습니다.

모녀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서울 화양동, 실제 살았던 신촌동과는 15km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광진구청 복지 담당 공무원/음성변조 : "저희가 (주민등록주소지로) 가정방문을 갔는데, 거기에 (다른) 세입자가 살고 있었어요."]

모녀의 연락처도 복지 시스템엔 없었습니다.

결국, '정보 불일치'를 이유로 이들 모녀는 위기가구 비대상으로 분류됐습니다.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달랐고, 연락처 정보도 없었고, 그러다 결국 죽음에 이른 점.

수원 세 모녀 사건과 판박이처럼 같습니다.

어제 정부는 이런 경우에 긴급하게 통신사에서 연락처를 제공받는 대책을 동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법이 개정된 이후에 실행할 수 있는 대책이어서, 이미 고립된 모녀의 죽음을 막기엔 때늦은 조치였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김경민/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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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기자 (dob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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