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Report] 전주고등학교 정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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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펼쳐질 전국대회의 문을 여는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SSG 랜더스필드 마운드 위 다다른 우승의 문턱에서 한 에이스는 좌절을 맛봐야 했다. 3월에 열린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에 이은 또 한 번의 좌절이었지만, 두 번의 넘어짐은 세 번째 도전을 위한 원동력이 됐다. 그렇게 정우주는 비가 내리는 마운드 위에서 마침내 청룡기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고교 올스타, 전국대회 우승, 청소년 국가대표팀 발탁까지 수많은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그리고 이제 남은 목표는 단 하나, 한 해 동안 갈고닦아 보여준 본인의 기량을 순번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2024년 고등학생 중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 언터처블 KBO 미래 에이스 정우주의 이야기는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기 위해 서론의 마지막 줄을 쓰고 있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Hahyun Son Location SSTC Baseball Academy
정우주
출생 2006년 11월 7일
신체조건 185cm 88kg
출신교 백봉초-서울 건대부중-신일고-전주고 포지션 투수
투타 우투우타
2024년 성적 16경기 45.2이닝 평균자책점 1.57 4승 1패 80탈삼진 27사사구 25피안타
#전체 1번 후보
대통령배를 마친 지 일주일밖에 안 됐어요. 이제 고등학생으로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실감이 나요? (8월 7일 인터뷰)
아무래도 시즌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보니까 고교야구가 마무리되고 있는 게 느껴져요. 아직 체감이 잘 되진 않는데, 지명받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나야 어느 정도 실감이 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고교야구는 숫자로 보이는 기록 외의 다른 부분을 알기가 힘들잖아요. 기록 외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본인의 장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에요?
일단 또래보다 구속에 장점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또, 마운드에서 조금 여유 있는 편이고, 마음가짐이나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식 등이 기록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제 장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올해 목표는 ‘전체 1번’이라고 인터뷰를 여러 번 했는데, 이 목표는 언제 정한 거예요?
작년 시즌 중에 신일고등학교에서 전주고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됐어요. 그때 ‘이왕 전학을 가는 거, 정말 제대로 해보자’라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전체 1번이라는 목표를 정하게 됐어요.
친구들과도 그 목표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에요?
네, 친구들끼리 그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종종 나누는 편이에요. 단순히 ‘전체 1번이 목표다’라고 말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1번으로 지명을 받으려면 어느 부분을 더 해야 할지, 어느 부분을 고쳐야 할지 고민하면서 얘기를 나누곤 해요.
언론에 노출도 잦고, 팬들의 관심도 남다를 텐데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이런 관심을 받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아요?
올해 초부터 조금씩 관심도가 늘어나고 있는 걸 느끼고 있어요. 오히려 부담스럽기보다는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관심을 받다 보니 야구를 할 때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거든요. 최대한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제가 해야 할 일에 전념하려고 하고 있어요.
최근에 MLB에 진출하는 대신 KBO리그에 잔류하겠다고 결정했잖아요.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어떤 고민이 있었나요?
미국에 진출하고 싶다는 마음이 100%가 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미국에 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렇게 확신을 갖지 못한 마음가짐으로 간다면 헤맬 것 같았어요. 어정쩡하게 해외에서 방황하는 것보다는, 한국에서 먼저 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평소 훈련이나 관리는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훈련은 학교에서 주는 일정에 맞춰서 하고 있어요. 야간에 섀도 피칭이나 스트레칭은 꼭 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개별적으로 하는 운동도 있어요?) 가동성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상당히 꼼꼼히 하는 스타일이에요. 보강 운동도 빼놓지 않고 있고요.
멘탈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편인가요?
멘탈 관리에 딱히 시간을 쓰는 편은 아니에요, 별다른 훈련을 하지도 않고요. 다만 시합 전에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가짐을 정리하고, 차분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시간을 가지긴 해요.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했을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극복했는지 듣고 싶어요.
4월에 있었던 신세계 이마트배 결승전 이후로 약간의 슬럼프가 왔어요. 조금 헤매긴 했지만, 안 좋았던 부분은 덜 생각하려고 하고 좋았을 때의 경기 영상을 돌려보면서 그 당시의 감각을 복기하려 했습니다. 그땐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어떤 목표를 갖고 있었는지 떠올려보면서요.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후나 평소에 신경 쓰는 루틴이 있어요?
경기 당일 아침에는 무조건 샤워를 해요. 경기가 시작한 후에는 이닝이 시작할 때마다 마운드에서 심호흡하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먹으려고 하고요.
마운드에서 가장 집중하는 부분이 뭔지 알고 싶어요.
상대한테 지고 들어가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언제, 어디서든 자신 있게 내 공을 던지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상대하기에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누구였어요?
덕수고 박준순 선수요. 맞대결을 했을 때가 마침 준순이의 컨디션이 절정일 때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디에 공을 던져도 안타를 맞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위협적이었어요. 그래서 상대할 때 고민도 많이 됐고, 너무 까다로웠어요. (그날 승부가 어땠는지 기억하나요?) 땅볼을 하나 잡긴 했는데, 저도 안타를 하나 허용한 거로 기억합니다.
#명불허전 에이스
명문고 야구열전 결승에서 만났던 덕수고등학교와 이마트배에서도 다시 만났어요. 경기에 임하면서 승부욕이 상당했겠어요.
명문고 야구열전에서는 덕수고에 졌던 만큼 이마트배에서는 무조건 이기고 싶다는 마음가짐이 정말 컸어요. 이번에는 꼭 이기자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는데, 그게 너무 과한 욕심이 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 아쉬웠어요.
이마트배 결승 이후로 한 달 동안 정식 경기 등판이 없었어요. 황금사자기 2차전이었던 선린인터넷고전에서 1이닝 2탈삼진으로 경기를 완벽하게 마무리했는데, 이 공백기 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나요?
어깨 염증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그래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천천히 다시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렇게 쉬고 나니까 상태가 훨씬 나아진 느낌이었어요. 공백기가 제겐 조금 힘들었는데,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제2회 고교‧대학 올스타전에도 참여했어요. 올스타 기념구에 선수마다 각자 다른 문구가 적혀 있다고 들었는데, 본인의 공엔 뭐라고 적혀 있었나요?
‘언터처블 KBO 미래의 에이스’라고 적혀 있었어요.
프로 구장에서 고교 올스타로 참여한 경기는 소감이 색달랐을 것 같아요. 긴장되지는 않았어요?
그동안 공을 던진 다른 야구장들에 비해서 마운드가 되게 좋았어요. 그 덕에 평소보다 더 편하게 투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확실히 그 경기에 팬분이 많이 찾아주셔서 그런지, 그것 때문에 조금 긴장된 것도 없지 않아 있긴 했습니다.
청룡기 우승으로 목표 중 하나였던 우승을 달성했어요. 결승전에 위기마다 여러 번 등판했는데, 끊어서 던져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
그만큼 감독님이 저를 필요로 하신 거로 생각해요. 팀에 필요한 상황인 만큼 던지는 것에 전혀 불만은 없었어요. 오히려 제가 그렇게 던져서 우승을 도울 수 있었던 거니까, 저로서는 만족스러운 일이었죠.
마산용마고 선수들과 함께 ‘청룡기 소리질러!’라고 외치는 영상이 화제였어요. 어떻게 찍게 된 영상이에요?
용마고 친구들이 먼저 그 영상 릴스를 올렸어요. 반응이 꽤 좋았던 거로 기억해서 우리도 우승하고 찍기로 했죠. 그때 용마고 친구들도 같이 나오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 함께 찍게 됐는데, 예상보다 큰 화제가 돼서 놀랐어요.
얼마 전에 축하할 일이 있었죠. 9월에 있을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청소년 국가대표팀에 선발됐어요. 항상 다른 팀에서 뛰던 친구들과 한 팀이 됐는데, 누구와의 호흡이 기대되나요?
포수로 출전할 강릉고 이율예 선수가 같이 발탁되었는데, 아무래도 율예와의 호흡이 가장 기대돼요. 저번 고교‧대학 올스타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한 번 있었는데, 되게 안정적이고 편안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도 함께 배터리를 구성할 수 있어서 좋아요.
국가대표로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제가 올해 적지 않은 이닝을 던졌지만, 아직 보여주지 못한 부분들이 꽤 있어요. 게다가 청소년 대표팀은 저 자신을 증명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으니까, 제가 가진 걸 최대한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를테면 경기 운영 측면에서 꽤 강하다거나 하는 것들을요.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도 한 마디 부탁합니다.
한 나라의 대표로서 나가는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꼭 우승해서 돌아오겠습니다!
#첫걸음
처음 야구를 시작한 계기가 뭐였어요?
동네 야구를 하다가 좀 더 전문적으로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리틀야구단에 들어갔는데 어릴 때는 야구를 잘 못하는 축에 속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랑 캐치볼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가 없었고, 그때마다 아버지가 내려와서 캐치볼을 해 주셨어요. 그 과정에서 저도 오기가 생겨서 꼭 야구를 계속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투수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뭔지 궁금한데요.
사실 중학교 때까지는 야수를 하고 싶었어요. 근데 감독님이 저는 야수에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자연스럽게 투수를 시작하게 됐죠.
근데 청룡기 결승전에서 안타를 칠 정도로 뛰어난 타격 능력이 화제가 됐어요. 실제로 올해 14타석에서 0.417의 타율을 기록 중인데, 타자로도 자신이 있나요?
그럼요. 어릴 때도 수비하는 거랑 배트로 공을 맞히는 걸 재밌어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처음엔 야수를 하고 싶기도 했고요. 여전히 타자로서도 자신이 있는 상태입니다.
출장 정지를 감수하면서도 전주고로 전학을 왔어요. 전학을 선택한 이유가 뭔지, 그리고 어째서 전주고였는지도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1, 2학년 때는 제가 야구를 집중적으로 하지 못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저 자신에게 조금 몰입하는 한 해를 만들고 싶었죠. 그때 마침 전주고 감독님께서 좋은 얘기를 많이 해 주셨어요. 그리고 절 중심으로 어떻게 팀의 방향을 구상하고 있는지 자주 얘기해 주시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전주고에 가면 잘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서울권 학교로 갈 수도 있었지만, 전주에 가면 기숙사 생활을 할 테니 아무래도 온전히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본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선배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지금은 NC 다이노스 소속인 목지훈 선수요. 신일고에 있을 때도 에이스 역할을 맡았는데, 훈련도 게을리 안 하고 제일 열심히 하셔서 항상 본받고 싶은 선배였거든요.
본인은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로 기억되고 싶어요?
본받을 만한 선배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 친구들이 나중에 인터뷰하는 날이 와서, 오늘의 저처럼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저를 떠올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함께 2024년을 잘 마무리해 가고 있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전학을 오면서 목표 중 하나가 무조건 전국대회 우승을 하는 거였어요. 훌륭한 친구들과 한 해를 보냈기 때문에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었고, 그저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친구들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성적을 낼 수 없었을 거예요.
특히 고마운 친구가 있어요?
(이)호민이요. 이마트배 이후로 제가 자주 못 던졌었는데, 호민이가 그럴 때마다 팀을 지켜주는 역할을 해 줬거든요. 호민이가 있어서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정우주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요?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오더라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야구가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올까요?) 그건 아니에요. 그래도 야구를 통해 이 자리까지 온 만큼, 이 자리에서 버티고 더 올라가기 위해서는 계속 노력해야 하잖아요. 이미 이뤄낸 것들과 앞으로 이뤄낼 것들을 위해서는 좋든 싫든 인생에서 꼭 함께해야 하는 존재라고 느껴요.
야구를 하는 동안 배운 것이 있다면 얘기해 줄 수 있을까요?
야구부에 있으면서 인성이나 교육적인 부분에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제가 사회에 나가게 된다면, 운동의 세계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날이 올 거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예행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됐어요.
마지막으로, 야구선수 정우주를 기대하는 팬들에게 한마디 남기면서 마쳐볼게요.
아직 프로 선수도 아닌 고등학생인데, 벌써부터 큰 관심을 가져주시고 여러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프로에 가서도 항상 선한 영향력만 끼칠 수 있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야구도 잘하지만 항상 깍듯하고, 예의 바르고, 팬서비스도 잘하는 선수로 기억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61호 (9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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