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홈플러스가 임대료 협상 결렬로 17개 점포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대규모 폐점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체 126개 점포 중 절반이 넘는 68개가 임차 매장인 홈플러스는 연간 4000억원에 달하는 임차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61개 점포를 대상으로 임대료 조정 협상을 벌여왔으나 일부 임대주들과 합의에 실패했다.

▶▶ 300여개 입점 매장 생존권 위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점포는 가양, 일산, 시흥, 잠실, 계산, 인천숭의, 인천논현, 원천, 안산고잔, 화성동탄, 천안신방, 천안, 조치원, 동촌, 장림, 울산북구, 부산감만 등이다. 각 점포마다 10~30여개의 입점 매장이 영업 중이어서 전체 300곳 안팎의 매장이 폐점 위기에 직면했다. 이 중 절반은 브랜드 본사 직영이지만 나머지는 순수 자영업자들로, 하루아침에 수백 명의 생계가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에 입점한 매장은 '특수상권'으로 분류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다. 최대 10년간의 계약 갱신청구권이 보장되지 않고 권리금 회수도 어려운 상황이다. 폐점이 확정될 경우 6개월 이내에 퇴거해야 하는 입점업체들은 사전 공지조차 없는 '기습 통보'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 MBK의 부동산 매각 전략 가속화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한 후 지난 10년간 약 20여개 점포를 매각해 4조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기업회생 신청 후에도 메리츠금융그룹 등 대주단을 만나 최대 10개 점포를 추가 매각할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MBK가 유통업보다는 부동산 가치를 고려해 홈플러스를 인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마트는 접근성이 뛰어나고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이나 주거 밀집 지역에 위치해 높은 부동산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원금 회수를 위한 무리한 차입 경영으로 자금난을 자초했다는 비판과 함께, 기업회생 신청 직전까지도 법인과 개인 투자자에게 기업어음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거세다.
▶▶ 직원 고용 보장 약속에도 불안감 확산
홈플러스는 점포가 폐점하더라도 '고용안정지원제도'를 적용해 직원들을 인근 점포로 전환 배치하고 소정의 격려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트노조 측은 "주변에 갈 수 있는 점포가 없으면 어떻게 고용을 보장하겠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과거 MBK 체제에서 폐점이 결정된 점포 직원들은 대부분 다른 지점으로 재배치되지 못하고 퇴직을 강요받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7월 10일까지 연장한 상태로, 기한 내 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폐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계약 해지를 통보한 점포가 모두 폐점될 경우 홈플러스의 점포 수는 100곳으로 줄어들어 매장 수 기준 대형마트 업계 3위인 롯데마트에 처음으로 역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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