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알고도 월북자로 낙인"… 58년 전 '안 하사 납북 사건' 진실규명

김태연 2024. 11. 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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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참전 당시 북한에 포로로 끌려 간 안학수 하사에 대해 '월북'이라고 간주하면서 수십 년간 그의 가족들을 감시한 사건이 중대한 인권침해로 공식 인정됐다.

7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5일 열린 제90차 위원회에서 '베트남 참전 납북군인 및 가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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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실종돼 이듬해 납북 파악
42년간 '월북'으로 간주, 가족 감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한국일보 자료사진

베트남전 참전 당시 북한에 포로로 끌려 간 안학수 하사에 대해 '월북'이라고 간주하면서 수십 년간 그의 가족들을 감시한 사건이 중대한 인권침해로 공식 인정됐다.

7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5일 열린 제90차 위원회에서 '베트남 참전 납북군인 및 가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안 하사는 1963년 9월 군에 입대해 통신학교 교육을 받고 암호병으로 근무하다 1964년 8월 30일 베트남으로 파병됐다. 베트남 남부의 항구도시 붕따우에서 통신병으로 근무했던 안 하사는 두세 달에 한 번 집에 편지를 부칠 정도로 살가운 아들이었다. 하지만 1966년 9월 의약품 수령을 위해 출장을 떠난 뒤 부대로 돌아오지 않았고, 가족들과 연락도 끊겼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1967년 3월 27일. 대남방송을 비롯한 북한 언론에 실종된 안 하사가 갑자기 등장했다. '조국과 김일성 원수님의 따뜻한 품에 안긴 나는 지금 무한히 행복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비롯해 남한을 비방하고, 김일성을 찬양하는 내용의 기사가 잇따라 보도됐다. 안 하사의 가족들은 '월북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 언론 보도 역시 일종의 대남심리전의 일환이라고 봤다. 그러나 정보기관은 안 하사 가족을 '월북자 가족'으로 낙인찍고 압력을 가하거나 고문까지 했다.

진실은 수십 년 뒤에야 밝혀졌다. 통일부 산하 납북피해자지원단은 2009년 4월 심의위원회를 열고 투표를 통해 안 하사가 납치당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월북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 증거 및 정황을 확보하지 못했고 관련 자료 및 부대원들의 다른 증언 등을 볼 때 납북 개연성이 높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국방부 등은 여전히 안 하사를 '월북자'로 여긴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고, 사과도 없었다.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객관적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시효도 소멸했다"는 이유로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고, 대법원에선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 판결에 법 위반 등 사유가 없다고 판단,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더 놀라운 진상이 드러났다. 안 하사 실종 이듬해인 1967년 5월 8일 자 '월북사건 진상조사 결과보고'에 안씨가 '납북된 것으로 인정됨'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정부가 납북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또 1966년 9월 9일 안 하사가 외출 뒤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는데도 행적 관련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는 안 하사가 북한에 가게 된 경위에 대한 조사나 송환을 위한 적극적 조치 없이 가족들을 관리 및 감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국가의 위법한 행사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피해와 명예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같은 날 진실화해위는 △이적표현물에 해당하는 일본어 서적 복사본을 판매했다는 혐의로 군 복무 중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를 당한 정모씨의 사건 △불온서적의 복사물을 갖고 다니다 신고당해 불법구금된 최모씨의 사건에 대해서도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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