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 머니무브] 에이티넘, '1조 펀드' 도전…관건은 하드캡

/사진=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제공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신규 펀드 조성의 관전 포인트가 1조원 달성에서 '1조원 초과'로 옮겨가고 있다. 국민성장펀드 대형리그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되며 1975억원의 정책자금을 확보한 만큼 1조원대 펀드 조성의 기본 퍼즐을 맞췄다는 평가다.

1조 펀드, 퍼즐 절반 이상 맞췄다

에이티넘은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 분야 대형리그에서 1975억원을 출자받는다. 해당 리그의 최소 결성 규모는 5000억원이며 국민성장펀드 출자비율은 40%다.

LP 매칭을 최소한으로 마무리해도 에이티넘은 5000억원대 신규 펀드를 조성할 수 있다. LP 매칭이 진전을 이루면 펀드 규모는 빠르게 커진다. 실제 에이티넘은 2023년 8600억원 규모의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3(에이티넘2023)’을 결성했다. 새롭게 결성할 펀드가 전작을 넘어 1조원 안팎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작인 에이티넘2023의 투자 소진 속도도 펀드레이징의 중요한 변수다. 에이티넘2023은 올해 운용 4년 차에 접어들며 펀드 약정액 대비 60%가량을 캐피탈콜했다. 캐피탈콜은 GP가 투자 집행을 위해 LP에게 자금 납입을 요청하는 절차다. 캐피탈콜을 마무리하면 에이티넘은 올해 말까지 펀드 집행률 6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VC 업계에서 집행률 60%는 차기 펀드 조성의 기준선으로 통한다.

여기에 에이티넘은 올 초 국민연금 국내 GP 선정에 지원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총 4000억원을 GP 6곳에 배정한다. 연간 2000억원 이내 자금 배정이 이뤄졌던 예년과 비교하면 출자 규모를 2배로 늘린 셈이다.

국민연금은 GP별 최소 250억, 최대 15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에이티넘이 국민연금 출자까지 확보하면 1조원 안팎의 펀드 조성이 한층 탄력을 받는다.

스케일업 명분으로 하드캡 넘을까

변수는 하드캡이다. 국민성장펀드 대형리그는 원칙적으로 목표 결성액의 200%를 넘지 못한다. 최소 결성액 5000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상한은 1조원이다. 에이티넘이 전작을 뛰어넘는 초대형 펀드를 만들더라도 규정상 1조원에서 멈춰야 하는 구조다.

다만 예외 가능성이 열려 있다. 국민성장펀드 1차 공고에는 주관기관이 인정하는 사유가 있을 경우 예외를 허용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여기에 2차 간접투자 공고안에는 '스케일업 리그'에서 200% 하드캡 적용을 배제한다는 조항까지 등장했다. 스케일업 리그가 건당 300억원 이상,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를 취지로 하는 만큼 펀드 규모를 인위적으로 제한하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이 대목은 에이티넘에게 펀드 규모 확대를 위한 명분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에이티넘이 '투자 단위의 대형화'를 바탕으로 예외 적용을 요청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실제 에이티넘은 지난 4월 의료 AI 기업 루닛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국민성장펀드 2차 스케일업 리그가 제시한 '건당 300억원 이상 투자' 기준에 부합하는 사례다.

맹두진 대표 첫 승부수

하드캡 돌파 여부는 맹두진 대표 체제의 첫 대형 펀드레이징 성과와도 맞물린다. 맹 대표는 지난 2월 선임된 뒤 딥테크 투자 부문을 이끌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 출신 공학박사로 2차전지, 스마트팩토리, 팹리스, 로봇, 소재·부품·장비 분야 투자를 주도해왔다. 최근에는 자율주행·AI·반도체·피지컬 AI·휴머노이드 영역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에이티넘이 1조원 안팎의 펀드를 조성하면 맹 대표는 회사의 첫 초대형 펀드를 이끄는 상징성을 갖는다. 1조원을 넘어 멀티 클로징까지 성사시킬 경우 의미는 더욱 커진다. 단순히 대형 펀드를 만든 것이 아니라 국민성장펀드의 하드캡 해석을 바꾼 첫 사례가 될 수 있어서다.

회수 성과도 명분을 뒷받침한다. 2023년 에이티넘 펀드의 주요 포트폴리오인 크레이버코퍼레이션은 투자 1년 반 새 4배의 회수 성과를 냈다. 지투지바이오 역시 10배 안팎의 회수 성과를 기대한다.

에이티넘은 지난해 말까지 국민연금공단·산업은행·IBK기업은행 등 주요 출자자에게 1800억원을 분배했다. 대형 펀드를 맡길 수 있는 회수 경험을 이미 보여준 셈이다.

에이티넘은 이번에 조성하는 펀드 규모를 특정하지 않고 있다. 에이티넘 관계자는 “2026년 펀드를 얼마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은 아직 없다”며 “대형 펀드를 기반으로 글로벌 수준의 투자를 확대하고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국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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