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th BIFF] '박하사탕'부터 '불한당'까지…설경구의 잊을 수 없는 시간(종합)

3일 액터스 하우스 참석해 관객들과 다양한 이야기 나눠

배우 설경구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에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열린 영화 '보통의 가족'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설경구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영화 팬들과 함께 우직하고 성실하게 걸어왔던 연기의 길을 되돌아봤다.

설경구는 3일 오후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에 참석했다. 이날 그는 '박하사탕'부터 '불한당'까지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력을 끼친 작품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설경구는 부산국제영화제와의 인연을 회상했다. 1999년 영화 '박하사탕'으로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것이 시작이었다는 그는 "그때 어리바리하고 눈을 어디에다가 둘지 몰랐다"며 "개막작이라서 무대에 올라갔는데 관객들도 '쟤네 뭐지?'라는 시선으로 보더라. 그래서 고개를 숙였던 기억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설경구는 '박하사탕'이라는 작품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인터뷰 때도 가끔 이야기하는데 '2시간 10분 만에 사람 인생이 바뀌었다'라는 표현을 쓴다"며 "상영이 끝나고 제가 구석에 몰려있고 관객들이 저에게 다가오는 게 보였다. 2시간 10분 만에 관객들 사이에서 유명 인사가 된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고 전했다.

설경구는 "나의 대표작은 앞으로도 '박하사탕'"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달 4일 영화 '보통의 가족'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장윤석 기자

1993년 연극 '심바새매'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설경구는 어느덧 31년 차 배우가 됐다. 그동안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하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한 가운데, '박하사탕'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그렇지만 설경구는 '박하사탕'을 다시 못 보고 있다고 밝혀 궁금증을 유발했다. 그는 "촬영이 끝나자마자 바로 멀어지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안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박하사탕'을 이야기하면 뭔가가 훅 올라온다. 떨어졌다고 생각해도 막상 이야기하면 올라오니까 다 안 떨어졌나 싶기도 하다. 한 몸처럼 살아야 하나 싶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또한 설경구는 "인터뷰할 때 '대표작은 앞으로도 '박하사탕''이라고 한다. 희로애락이 담긴 작품은 앞으로도 다시 못 볼 것 같다. 죽을 때 같이 보내줘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설경구는 "장 불신했던 팀이었는데 이제 가장 믿음이 가는 팀 중 하나"라고 '불한당'으로 인연을 맺은 변성현 감독을 향한 두터운 신뢰를 내비쳤다. /작품 포스터

이날 설경구는 변성현 감독과 첫 인연을 맺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도 언급했다. 그는 "제가 연기하는 거기 때문에 이전의 저와 겹치는 모습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살을 빼고 찌우고 수염을 기르기도 해보는데 그러면서도 매번 몰입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런데 저는 '불한당' 변성현 감독이랑 하면서 다른 방법을 찾았던 것 같다"고 변화한 순간을 떠올렸다.

해당 작품으로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갖게 된 설경구는 "그때 다른 방법을 배운 것 같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컸다. 턱선과 가슴골을 보여달라더라. 감정을 이야기하지 그런 포인트만 이야기하나 싶었다. '저딴 게 감독이야?'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이렇게 집중 안 하고 만들어가는 것도 되는구나. 감독의 철저한 계산이 있으면 되는구나 했다. 하라는 대로 해달라더라. 처음엔 부딪히다가 만들어지는 걸 보고 하라는 대로 했다"고 설명했다.

설경구는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로 변성현 감독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앞서 변 감독과 '불한당' '킹메이커' '길복순'까지 총 세 차례 호흡을 맞췄던 그는 "연속으로 네 번을 하는 감독과 배우는 없는 걸로 안다. 저야 감사하다. 지금도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 가장 불신했던 팀이었는데 이제 가장 믿음이 가는 팀 중 하나"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설경구는 "세상이 너무 확 변한다. 올해 '돌풍'이라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했는데 제가 이런 걸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래서 앞으로의 10년 동안 또 어떤 게 있을지 모르겠다. 바람이 있다면 나이를 잘 먹고 싶다. 일은 일이고 제 자신이 나이를 잘 먹어가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액터스 하우스로 관객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낸 설경구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로 다시 한번 영화 팬들과 만나 작품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한국영화의 오늘: 스페셜 프리미어' 부문에 공식 초청된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다. 네덜란드 인기 작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하며 영화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액터스 하우스는 배우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함께 그들의 작품세계를 더욱 깊이 있게 조명하는 특별한 자리로, 박보영 황정민 천우희가 차례대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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