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겪고도'.. 결국 사람까지 죽였다는 불법 주차 '충격' 근황
최근 홍대에 방문한 적이 있다면 기억을 떠올려보자. 홍대의 레드로드는 금요일부터 일요일 낮 12시부터 밤 11시까지 3일 동안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기억 속의 홍대 레드로드는 자동차가 없었는가? 그렇지 않다. 대형 승합차부터 오토바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량이 거리를 막고 서있다.
시간이 밤으로 흐르자, 거리에 못 보던 자동차들이 주차해 놓은 모습도 흔하게 보인다. 한껏 흥이 오른 취객들이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 옆을 위태롭게 스쳐 지나간다. 얼마 있지 않으면 159명의 시민이 유명을 달리한 이태원 참사의 2주기다. 오히려 낮아지는 경각심에 우려가 제기된다.
인파 매우 붐비는
홍대와 성수동 일대
이태원 참사 당시 구조의 골든타임을 넘기게 된 핵심 원인이었던 불법 주·정차. 이는 여전히 만성적인 사회 문제로 남아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참사 이후 관리가 강화된 이태원에선 위험 상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일부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주말이나 기념일마다 인파가 몰리는 홍대거리와 성수동 등에선 여전히 곳곳에서 안전불감증의 모습이 보인다.
저녁 시간의 홍대거리는 클럽을 방문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놀러 온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도 간혹 보인다. 홍대거리는 저녁 6시 이후, 밤 10시 이후, 자정 전후 등 하루 세 번 크게 인파가 몰리는 번화가다.
경각심 없는 불법주차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홍대거리에서 타로 가게를 4년간 운영 중인 A씨는 “지난밤에는 스포츠카 네 대가 거리에 모습을 드러낸 후, 계속해서 서 있었다”라며 “레드로드가 보행자 도로로 바뀌고, 단속반이 점검에 나서지만 불법 주차가 줄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옷가게의 문을 19년째 열고 있는 B씨는 “주말 밤이면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 여러 대가 서로 보여주려는 듯 불법 주차된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성수동 일대 역시 한낮에도 불법 주정차가 만연한 편이다. ‘성수동 카페거리’로 불리는 성수이로 인근 소화전 앞 적색 노면표시 구역에는 차량 한 대가 불법 주차되어 있는 것이 일상이다. 도로교통법상 주정차금지 교통안전 표지판이 설치돼 있거나 적색 노면표시 소화전 주변 5m 이내에 차량을 정지시키는 것은 적발 대상이 된다. 적발 시 승용차는 8만 원, 승합차는 9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관리 힘쓰는 이태원
참사 되풀이 막는다
홍대나 성수동과 달리 최근 이태원역 일대 거리에는 불법 주·정차 중인 차량이 눈에 띄지 않는다. 참사 발생 지점에 위치한 해밀톤호텔도 예외는 아니다. 해밀톤호텔의 한 관계자는 “호텔 입구 근처에 주·정차하려는 차량이 발견되면 지배인들이 직접 나서서 통제한다. 작은 오토바이 한 대가 세워져 있어도 필요시 경찰에 신고하는 등 주변 주차 관리에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불법 주정차는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사고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22년 10월 29일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에선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부상자들이 제때 병원으로 갈 수 없었다. 현장에 최초로 도착한 구급차는 소방서 출동부터 병원 이송까지 약 1시간 30분이 걸렸고, 구급차들의 병원 이송 시간은 평균 2시간 34분에 이르러 탄식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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