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후덥지근한데 색조 화장하겠어요?”…中 현지화 도 튼 기업

이명철 2024. 10. 2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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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위 화장품 ODM, 코스맥스 광정우 공장 방문
中 기업 이센그룹과 JV 설립, 업무 나눠 시너지 높여
지역·계절적 특성 맞춰 생산…“제품 경쟁력이 곧 신뢰”

[광저우=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광군제(11월 11일) 쇼핑 시즌을 앞두고 기대감이 엄청 높습니다. 여기 공장 지역 일대에만 100여개의 화장품 제조업체들이 있는데 모두 일할 사람을 구하기에도 벅찬 상황이에요.”(코스맥스 광저우 공장 관계자)

중국 광저우에는 코스맥스(192820)가 가동하는 공장만 두 개가 있다. 2013년 세운 후 각 화장품 업체에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태평공장이다. 지난해 8월에는 중국의 유명 브랜드인 이센그룹과 함께 조인트벤처(JV) 방식으로 명주공장을 설립했다. 지난 22일 찾은 두 개의 공장 모두는 중국 최대 쇼핑 시즌인 광군제를 앞두고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코스맥스 태평 공장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경기 타격 있지만, 생산능력 키울 준비 언제든

명주공장은 코스맥스와 이센그룹이 각각 지분 51%, 49%를 투자해 만든 곳이다. 코스맥스가 생산과 연구를 맡고 이센그룹은 재무·영업을 전담한다. 각자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 시너지를 발휘하자는 목적이 분명하다.

이센그룹은 이센홀딩스가 뉴욕 증시에 상장하기도 한 중국의 대형 화장품 기업이다. 코스맥스는 이센그룹과 JV를 설립함으로써 이 회사의 색조 브랜드인 퍼펙트다이어리 등 관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명주공장은 코스맥스에서 가장 큰 최신 공장이다. 첨단기술이 들어간 원료나 자동화 설비 등은 대부분 한국에서 들여온다. 생산 물량이 많은 제품은 대부분 자동화 공정을 거치지만 다품종 소량 생산이 많은 ODM 특성상 사람이 직접 투입해 작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국 광저우의 코스맥스 명주공장에서 로봇들이 제품을 나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자동화 설비를 갖춘 첨단 공장답게 안에서는 제품을 실어 나르는 로봇이 눈에 띄기도 했다. AGV(공장내 이동기기)와 AGF(창고간 이동기기)로 불리는 이 기기는 대형 로봇청소기처럼 생겼는데 명령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제품을 옮긴다. 각 작업공간 이동은 물론 엘리베이터를 타기도 한다.

공장의 생산능력(CAPA)은 월 1300만개 수준이지만 지금은 400만~500만개 정도를 만들고 있다. 판매는 꾸준한데 계절성을 타는 화장품 특성상 시기별로 부침이 있다. 덥고 습한 광저우 지역 특성상 여름철에는 색조 화장품 판매가 여의찮은데 가을철 이후 수요가 늘어난다는 게 박대근 공장장의 설명이다.

박 공장장은 “전체 생산능력은 월 5000만개 수준인데 중국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일단 현재 수준으로 설비를 갖췄다. 언제든 (주문이) 밀려오면 가동할 수 있게 준비해 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명주공장에서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태평공장은 중국 내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하며 제품을 공급하고 있었다. 싼즈탄, 싼즈양 같은 중국 내 유명 브랜드가 고객이며 미니소 같은 곳에도 납품한다.

태평공장의 김도형 품질본부장은 “스킨·에센스, 폼클렌징 등을 생산하며 생산능력은 한달에 1900만개, 연간 2억3000만개 정도”라며 “현재 월 1000만개 정도 생산하고 있는데 계졀적으로 추워지면 수요가 늘어 다음달엔 풀 생산능력을 가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광저우의 코스맥스 태평공장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K뷰티? 없어요”…현지 고객사와 끝없는 소통

코스맥스는 한국콜마(161890) 등과 함께 한국에서 화장품 제조업체 선두권을 다투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ODM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코스맥스는 광저우 외 상하이를 비롯해 중국에만 7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코스맥스 중국 법인들의 총 생산능력은 연간 14억9000만개로 14억명 정도인 중국 인구 수준을 웃돈다.

2004년 국내 화장품 ODM 최초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코스맥스는 현지 연구혁신(R&I) 센터를 운영하면서 고객·소비자 취향을 연구,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찾은 광저우 공장에서도 이센그룹을 비롯해 각 고객사의 구매자들이 찾아와 시제품을 찾아보고 시연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현지 취향에 맞는 제품 개발도 중요하다. 각 공장에는 원료 등을 생산하는 연구실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연구원들이 색조부터 스킨케어까지 제품 연구개발(R&D)를 지속하고 있다. 박 공장장은 “중국은 국토 면적이 넓고 기후가 다양해 지역마다 색조 화장품이나 폼클렌징 같은 제품의 수요가 다 달라 현지 요구 파악이 필수”라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한때 한류 열풍에 힘입어 K뷰티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 중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이점은 없어진 지가 오래다. 박 본부장은 “중국 화장품 시장은 어떤 업체가 한순간에 확 커버리거나 소리 없이 사라지는 등 경쟁과 변화가 치열한 시장”이라고 지목했다.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동향을 잘 파악해 고객사 관리·영업에 중점을 기울이는 한편 제품 자체의 고객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김 본부장은 “원료·제품 등을 한국서 들여오니 현지 화장품들보다 가격이 10% 정도 비싼 편”이라면서도 “제품 경쟁력을 췄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도 고객 만족도가 높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대근 코스맥스 광저우 태평공장장이 이센그룹에 납품하는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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