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 다가오며 경치좋은 여행지를 찾는 나들이객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찾아오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일찌감치 바다나 계곡 등 자연 여행지를 찾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요.

막상 천혜의 자연을 자랑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연 명소에 도착하면,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이른바 '알박기 텐트와 캠핑카'들이 널려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알박기 텐트(캠핑카)는 풍경이 좋은 자리 또는 수도시설이 가까워 편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 텐트와 캠핑카, 취사 도구 등을 장기간 설치해두는 것을 의미합니다. 각 지자체들의 꾸준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매년 날씨가 풀리면 어김없이 '얌체 텐트족'들이 등장합니다.

주말마다 별장처럼 사용하거나오래 방치한 탓에 흉물로 변해

무료 야영장이나 '노지' 명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알박기 텐트는 대부분 돌을 넣은 주머니로 입구를 단단히 막아둡니다. 차량 뒤에 연결해 사용하는 캠핑카 역시 부지 인근에 오랫동안 주차되어 있기도 합니다.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명소 인근의 무료 주차장은 물론 야영장 도로가에 불법으로 캠핑카를 방치해둔 것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경치가 좋은 곳이라고 소문난 해수욕장 및 무료 야영장에는 수십개의 텐트와 캠핑카가 늘어져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대부분 사람이 이용하지 않는 '알박기 텐트'입니다.

대부분의 알박기 텐트는 '주말 캠핑족'의 꼼수입니다. 외지에서 주말마다 찾아와 놀고 가기 위해 캠핑 후 철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고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평일 중 폭우나 강풍이 불어오면 텐트는 무너져 흉물스럽고, 주변으로 쓰레기들이 넘쳐납니다.

일부 알박기 텐트들은 오랫동안 방치된 것으로 보입니다. 반쯤 무너져 내린 텐트와 주변의 쓰레기들까지 눈살이 절로 찌푸려집니다. 심지어는 타인에게 대여를 해주는 등 무료 야영장에서 사익을 취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알박기 캠핑카 역시 같은 상황입니다. 이미 '차량 이동 협조' 경고장이 붙어 있는 캠핑카임에도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캠핑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고장 색이 바랜 것은 물론 차량을 먼지와 거미줄이 뒤덮고 있습니다.

알박기 텐트 피해 심각관광객 주차 자리 없고 경관 해쳐...

알박기 텐트는 자연 경관이 뛰어난 명소들의 경관을 해치고 있어 일반 관광객들과 관광지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주차장에 널려있는 알박기 캠핑카들은 관광객들이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대폭 축소시키는데요.

이 때문에 인근 도로변에 주정차를 해두거나, 마을 곳곳의 비어있는 자리에 주차를 할 수밖에 없어 관광객과 주민 모두에게 피해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환경 피해 문제도 심각합니다. 장기간 방치된 알박기 텐트로 인해 천연 잔디가 자라지 못해 장기적으로 자연 경관을 해치고 있는 것인데요. 방치된 텐트 사이로 쓰다 버린 캠핑 용품들과 술병 등 쓰레기들이 무단으로 버려진 모습도 보입니다.

강가나 해안가 등에 방치된 알박기 텐트들은 우천 시 강과 바다가 범람해 물살에 휩쓸려 내려가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지자체 행사에도 차질CCTV 설치하며 별장처럼 사용하기도...

지자체에서는 각 지역 명소에서 주말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알박기 텐트들로 인해 동선과 공간을 확보할 수 없어 곤란함을 표현합니다. 철거 안내나 야영을 금지하는 현수막을 붙여놓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기장의 한 해안가에는 텐트를 별장처럼 사용한다는 황당한 행태도 밝혀졌습니다. 텐트 주변으로 쇠와 돌을 쌓고 시멘트를 발라 담장을 만들거나, 텐트 내부를 집처럼 꾸며 자물쇠를 걸어둔 알박기 텐트가 있다는 것인데요.

근처 나무에는 CCTV를 설치해두고 텐트 한 쪽에서는 농작물까지 기르고 있어 경악케 했습니다. 해당 알박기 텐트의 만행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행정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단속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현행 하천법으로는 대응 곤란각 지자체 '강제 철거' 실시

공유 수면에서의 텐트 알박기는 금지돼 있고, 이를 어길 경우 일차적으로 계고 과정을 거친 뒤 나흘 정도의 유예 기간 후 강제 철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요. 사실상 단속이 쉽지 않아 매년 '알박기 텐트' 문제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개인 재산인 텐트를 곧장 강제 철거할 수 없는 점도 문제인데요. 강제 철거를 위한 행정 처리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 취사 행위 등에 대해서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해수욕장에서 텐트 알박기와 취사 행위를 금지하는 해수욕장법 개정안이 지난해 시행되기 시작했는데요. 일부 해수욕장에만 해당해 법적 금지 구역이 아닌 해수욕장에서는 또다시 알박기 텐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오는 7월부터는 공영주차장에 캠핑카를 한 달 이상 방치할 경우, 이동을 권하거나 강제견인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습니다. 9월 20일부터는 공영주차장에서의 야영과 취사 행위, 불 피우기가 금지되며 첫 적발시 30만원, 3번 적발 시 5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캠핑 커뮤니티에서도 뭇매 맞는 '알박기 캠퍼'2023년 여름 '캠핑장 닌자 등장'에 환호

캠핑 인구 700만 시대입니다. 캠핑을 취미로 두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알박기 텐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매년 나오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자연에서 힐링하려고 캠핑하는건데, 잔디들이 다 죽었겠다"며 "알박기 한 사람들 너무 이기적이다", "작은 텐트 여러개를 설치해 큰 텐트를 설치할 수 있을만한 자리를 맡아둔 사람도 봤다", "일부 몰상식한 알박기 캠퍼들로 인해 조용히 캠핑하는 캠퍼들만 욕먹는다", "다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려야 한다" 등 비판하는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여름에는 경북 청도군의 한 유원지에서 '알박기 텐트'들이 칼로 난도질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알박기 텐트들의 꼼수에 화가 났는지, 누군가 알박기 텐트들을 칼로 갈기갈기 찢어버린 것인데요.

당시 유원지 내에서도 장기간 방치되어 있던 '알박기 텐트'들만이 피해를 입어 화제가 됐습니다. 누리꾼들은 "속시원하다", "닌자의 참교육이다" 등 텐트를 찢은 신원미상의 사람을 칭찬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캠핑장 닌자 사건 이후 피해를 입은 '알박기 텐트' 주인들의 대처도 화제가 되었는데요. 찢겨진 텐트를 청테이프로 이어붙여 알박기 행위를 이어나가는 등의 모습을 보여 누리꾼들의 황당함을 사기도 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온전히 힐링을 즐길 수 있는 캠핑. 자연에 대한 배려는 물론 다른 이용객에 대한 배려가 선행되었을 때 진정한 의미의 캠핑을 완성할 수 있을텐데요.

알박기 텐트로 인한 사회, 환경, 문화적 문제가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경치 좋은 야영장과 유원지가 폐쇠되며 매너있는 캠핑족들도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이제 얌체 캠핑족들의 이기심을 버리길 기대하기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규제와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